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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대 학사관리 엄격…91번째 노벨상 배출한 원동력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47회)] 시카고대학교와 노벨상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8-10-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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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일간지에 <엄격한 학사관리, 올해까지 91번째 노벨상 배출한 원동력…>이란 제목으로 세계에서 제일 많은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학교로 시카고대학교가 소개됐다. 그 학교에서 수학(修學)하거나 교수나 연구원으로 재직(在職)한 91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특히 시카고학파로 널리 알려진 경제학 분야에서 발군의 업적을 냈는데, 올해 노벨상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62)도 시카고대학교에서 학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0년까지 교수로 재직했다. 폴 로머까지 총 30명의 시카고대학교 경제학 전공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처럼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유로 엄격한 학사관리와 세계에서 제일 공부를 혹독하게 시키기기 때문일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이 시카고대학교를 '즐거움이 죽은 곳(where fun comes to die)'이라고 부를 정도로 공부를 시키니 학업량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명문대학교는 학업량이 많다. 오죽하면 1973년 폭스 영화사에서 하버드학생들이 학위를 따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을 소재로 만든 영화 및 드라마 <Paper Chase>를 <하버드대학교의 공부벌레들>이라고 번역했을까?

어느 대학이든 또는 조직이든 명문으로 되기까지는 이미 알려졌거나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카고대학교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학교가 된 데에는 두 명의 총장의 헌신적인 노력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미 알려진대로 시카고대학교는 백화점 사업으로 성공한 마샬 필드(Marshall Field, 1834년-1906년)가 부지를 제공하고 석유사업으로 큰 부를 축척한 실업가 존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 1839-1937)가 설립 기금을 제공하여 1892년에 개교했다.

​시카고학파 명성 경제학상만 30명
세계에서 제일 공부 혹독하게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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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짧은데도 명문대로 급성장한 시카고대학. 엄격한 학사관리와 풍부한 지원으로 올해 91번째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시카고대학교가 동부의 명문 사립대들보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데도 명문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시카고대학교의 기틀을 다진 윌리엄 하퍼(William Rainey Harper, 1856-1906) 초대 총장을 들 수 있다. 사실 그를 빼놓고는 오늘의 시카고대학교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시카고대학교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침례교 목사로서 19세에 예일대학교(Yale Univ.)에서 셈족의 언어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천재 신학자였다. 그는 록펠러와 막역한 사이였다. 그는 학교 운영의 전권을 행사한다는 조건을 걸고 36세에 시카고대학교의 총장으로 취임하여 학교를 설립했다. 그 당시 동부의 학구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진 중서부 시카고에 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시카고대학교의 성공 여부는 오로지 하퍼 총장 한 사람의 어깨에 놓여있었다.

그는 처음 대학교를 설립할 때부터 소규모 단과대학(college)이나 연구원을 세우고 차차 학교의 규모를 키우는 일반적인 추세에 반하여 처음부터 다양한 학과를 가진 종합대학교(university)의 형태로 설립했다. 예를 들면, 미국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는 1636년에 설립 당시 목사 양성을 목적으로 9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로 출발했다. 이후 필요에 따라 새로운 학과나 대학원을 개설했다. 유서 깊은 미국의 대학들은 대개 이처럼 시대의 필요에 따라 대학교의 규모를 키워갔다.

마셜 필드 용지 제공 1892년 개교
실험가 존 록펠러는 설립 기금 제공

물론 처음부터 종합대학교의 형태로 설립하는 일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는 이 때마다 막역한 친구인 록펠러에게 부탁하여 큰 기부를 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시카고대학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과를 처음 설치한 학교로 명성이 높았다. 그 결과가 사회학과나 인류학과 등 후에 시카고학파로 명성을 떨친 사회과학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다양한 학과가 동시에 설립되었기 때문에 요즘 추세인 학제간의 연구와 지적 교류가 활성화 되었고, 시카고대학교만의 독툭한 학풍이 형성되었다.

갑자가 큰 대학교를 설립하고 다양한 학과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데는 경제적 뒷받침 외에 무엇보다 실력을 갖춘 교수들이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갑자기 유명한 교수들을 청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각 대학에서 기반을 쌓고 연구를 하고 있는 기존의 교수들이 신생 학교에 올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때 하퍼 총장이 관심을 가진 것이 바로 그 당시 반(反)유대 정서 때문에 능력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불만에 차있던 유대인 교수들이었다. 이들은 보직을 맡거나 연봉을 받는 일에서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학자적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못 받고 있었다. 하퍼는 이들에게 그들의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로 약속하고 시카고대학교에 오도록 설득했다. 새로 생긴 대학교에서는 차별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낀 많은 학자들이 짧은 기간 동안에 시카고대학교로 적을 옮겼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학교가 개교할 당시에 이미 120명의 명망 있는 교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동시에 개교 3년 만에 534명의 대학원 학생이 수학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종과 성별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스럽게 출발한 시카고대학교는 각 학생의 창의력과 학자로서의 능력을 최고조로 발휘할 수 있도록 “각 학생 당 과 하나를 새로 만들어준다”는 전통을 가지게 되었다. 즉 학생들은 기존의 제도나 소속 학과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전통이 창의력이 요구되는 많은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보이지 않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초대총장 윌리엄 하퍼가 기틀 다져
3년 만에 534명 대학원생 수학


시카고대학교의 급성장에 공로를 세운 또 한 명의 총장은 1929년 시카고대학교의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인 29세의 나이로 총장이된 로버트 허친스(Robert Maynard Hutchins, 1899-1977)다. 그는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고전읽기를 중시했다. 그는 고전은 훌륭한 선인(先人)들이 만들어 놓은 정신적 노작(勞作)이기 때문에 지역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런 고전을 통해 지성을 계발하고, 이성을 훈련시키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고 보았다. 그는 시카고대학교의 교육 내용을 개편하여 고전읽기를 통한 지성교육을 시도했다. 그 방편으로 지금도 유명한 ‘고전읽기프로그램(The Great Book Program)’을 창시하여 학생들에게 고전을 읽도록 하였다.

이처럼 뛰어난 총장들의 리더십 위에 즐거움을 포기하고 공부에 매진한 학생들의 노력이 더해져 노벨상 배출의 명성은 이어지고 있다. 명문대학교들은 모두 각자의 시대와 지역의 특성에 맞게 형성된 전통과 전설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들을 잘 이해하고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명실상부한 명문대학교들이 곧 나타날 것이다.

시카고대학교의 교훈은 “Crescat scientia: vita excolatur(Let knowledge grow from more to more: and so be human life enriched)”이다. 우리 말로 옮겨본다면 “지식의 축척을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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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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