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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외 종교 가진 種은 없어…인간 존재의 근원과 맞닿아 있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48회)] 성숙한 신앙과 미성숙한 신앙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8-10-31 10:25

요즘 우리 사회는 매우 혼란스럽고 혼탁하기까지 하다. 어느 한 곳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하지만 다른 어느 영역보다 종교 영역에서의 타락과 혼탁한 모습은 우리를 매우 염려스럽게 한다. 종교는 우리 삶의 근원적인 문제에 답을 찾기 위해 의지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제외하고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종(種)은 없다. 고릴라나 침팬지 등의 영장류가 인간처럼 사회생활을 하고 가족을 형성하고 살아간다고 해도 이들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반면에 아무리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부족(部族)일 지라도 모두 부족 특유의 종교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종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 존재의 근원과 맞닿아 있는 활동이다.

​인간은 원시적 생활 부족일지라도
모두 부족 특유의 종교 가지고 생활

우리 주위에는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또 분명하게 특정 종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특정 종교의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종교를 ‘성스러운 존재나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해본다면, 인간은 누구나 믿을 수 있는 대상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유일하게 자신이 유한하고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 담담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불안(不安)하기 마련이다. 애써 회피하거나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영원하고 전능한 대상에 대한 믿음이라는 모습을 띠지만 실제로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와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종교에 소속이 되어 있든지, 또는 자신이 믿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의식하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종교가 없는 인간은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종교적이다.

이처럼 종교는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종교를 통해 성숙한 인품을 도야(陶冶)하고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모든 종교의 교리들이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교를 통해 대인관계를 원만히 하고 이웃과 깊은 연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성숙한 사람은 종교적 가르침에 비추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를 깨닫는 반면 미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회피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다.이미지 확대보기
성숙한 사람은 종교적 가르침에 비추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를 깨닫는 반면 미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회피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다.

하지만 종교에는 역기능도 있다. 종교를 빌미로 오히려 반목하고 비난하고 배타적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종교의 존재 이유와 가르침에 상반되는 것이다. 하지만 역기능을 행하고 있는 종교인들은 자신이 종교적 가르침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자신이 숭고한 종교적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보면 가장 잔인하고 가장 오래 지속된 전쟁과 만행은 예외 없이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을 비롯하여 마녀라는 누명을 씌워 얼마나 많은 무고한 여성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했는지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종교로 비롯된 참혹한 참상(慘狀)들은 중세로 끝난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선한 싸움’이나 ‘성전(聖戰)’이라는 이름으로 종교적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또한 종교 간의 갈등도 점점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다른 종교로부터 자신의 종교를 지켜야한다는 미명 하에 오늘도 많은 종교인들이 미움과 적개심으로 무장하고 ‘영적 싸움’에 나서고 있다.

종교의 역기능은 어느 종교를 믿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성숙도에서 비롯된다. 동일한 종교를 믿는다고 해도 신자들의 성숙도는 천차만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성숙한 사람은 종교를 성숙하게 믿는다. 반면에 미성숙한 사람은 종교를 미성숙하게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문제다.

성숙한 사람은 종교적 가르침에 비추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를 깨닫는다.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비교해보았을 때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절실히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방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솔직히 인정하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의 생활에서도 겸손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나타낸다. 자신이 많이 부족한 것을 알기 때문에 겸손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부족한 모습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 이런 성숙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적 잣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모두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 우리 삶에 있어 중요한 역할
성숙한 인품 도와야 개인행복 증진

반대로, 미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방어하고 회피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다.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모르고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를 비난한다”는 말처럼 자신이 굉장히 신앙심이 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평가하기에 신앙심이 낮은 사람을 정죄(定罪)한다. 다른 사람을 정죄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도덕적 종교적 우월성을 느낀다. 따라서 이들은 남을 비난하며 배타적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배타적인 이유를 종교에서 찾는다. 이들은 ‘성전(聖戰)’을 치르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적을 죽이기 위한 테러도 불사한다.

두 번째 특징은 종교적 교주 또는 신앙의 대상과의 관계다. 성숙한 사람은 신앙의 대상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 항상 신앙의 대상과 같은 삶을 살고 같은 정도의 신앙적 성숙을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매몰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믿는 대상과 닮아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도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잃지는 않는다. 모든 종교적 활동은 신앙의 대상과 분리된 상태에서 주체적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이 예수님이나 부처님과 닮아가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지 문자 그대로 자신은 죽고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들어와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미성숙한 사람은 신앙의 대상과 ‘공서적(共棲的)’ 관계를 맺는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밀착된 미분화된 관계를 맺는다. 의존적 관계라기보다 오히려 기생(寄生)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자신과 믿음의 대상과 구별하지 못하고 ‘한 몸’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너무나 자주 신앙의 대상을 입에 올린다. 말끝마다 ‘부처님’이고 ‘주님’이다. 이들은 일견 신앙심이 깊은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무기력한 신앙적 어린이일 뿐이다. 자신의 미성숙한 마음과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그분의 뜻’에 따른 것뿐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의 결과는 모두 용서가 된다.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통해 비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녀가 어릴 때에는 전적으로 부모와 미분화된 의존적인 삶을 살아간다. 한마디로 미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성장해가면서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면서 부모의 가르침을 체화(체화)하고 부모님을 닮은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런 삶이 바람직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다. 하지만 아무리 자녀가 독립적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완전히 독립적이 될 수는 없다. 자녀가 성장하여 성인이 된다고 해도 역시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설사 부모를 사별한다고 해도 자녀의 마음속에 부모님은 계속 살아계신다.

종교가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성숙한 신앙과 미성숙한 신앙을 구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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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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