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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치열한 도덕 쟁탈전 벌이는 하나의 극장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48회)] 도덕관보다 도덕적 행동이 중요하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8-11-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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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발달 수준이 높아질수록 도덕 판단의 기준이 외적 기준에서 내적 기준으로 변화한다. 가장 높은 단계는 법이나 관습이 아니라 양심을 토대로 적용되는 보편적 원리 단계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는 최근 번역된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한국을 '도덕 지향성 국가'로 규정했다. '도덕 지향적'이란 말은 실제 삶이 도덕적이라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언동을 도덕으로 환원해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는 "조선 시대에는 도덕을 쟁취하는 순간 권력과 부(富)도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고 믿고 있었다"며 "(지금도) 한국 사회는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극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도덕성'이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도덕성은 '어떤 사물이나 상황 등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도덕'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학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콜버그(Lawrence Kohlerg, 1927-1987)가 도덕관(道德觀) 발달에 대해 제일 광범위한 연구를 하였다. 그는 아동이나 청소년 등 다양한 대상에게 가설적 딜레마를 제시한 후 그 딜레마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도덕관이 일관되게 발달해간다는 것을 밝혀냈다.

​도덕성, 사람평가 가장 중요한 덕목
콜버그 "도덕관 세가지 수준 발달"

콜버그는 이런 일련의 연구를 통해 도덕관은 세 가지 수준으로 발달해간다고 밝혔다. 그리고 각 수준마다 두 가지 하위 단계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도덕관은 총 6단계로 발달해간다고 설명하였다. 수준 1은 전 인습적 수준으로 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보상을 주는 권위자의 규칙에 따라 도덕적 판단을 하고, 이 수준은 다시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콜버그의 도덕 발달 단계의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개념은 내면화(internalization)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즉, 발달 수준이 높아질수록 도덕 판단의 기준이 외적 기준에서 내적 기준으로 변화한다. 이에 근거한 세 가지 수준은 각각 '전(前)인습적(因襲的)' 수준, '인습적' 수준, '후(後)인습적' 수준으로 나뉜다. '전인습적' 수준에 속한 사람은 외부 보상이나 처벌에 근거하여 도덕적 판단을 한다. 이 단계의 사고는 도덕 판단의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아동에게 특히 많이 관찰되지만, 성인에게서 관찰되기도 한다. 이 시기의 아동은 사회의 규율을 내면화했다기보다는 특정 행동의 외부적 결과에 집중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전인습적 수준은 다음 두 가지 하위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복종과 처벌 지향'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강한 권위자가 내려준 의심할 여지없이 복종해야 하는 불변의 규율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규율을 따르지 않았을 때 처벌을 받기 때문에 나쁜 행동이라고 판단한다. 이 단계에서 도덕 판단은 주로 행동의 결과에 집중되며, 따라서 옳은 행동이란 소위 '말을 잘 듣는 행동'을 말한다.두 번째는 '상대적 괘락주의'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더 이상 불변의 규율을 더 이상 고정적이거나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이든 한 가지 이상의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이 된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욕구와 쾌락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단계에서는 소위 '형평의 법칙'에 맞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도덕적 사고를 한다.

인습적 수준에 속한 사람은 어느 특정 기준을 따라 도덕적 판단을 한다. 하지만 그 기준은 보통 타인이나 사회에 의해 규정된 기준이며, 아직 그 기준을 완전히 내면화하지는 못한 상태다. 인습적 수준도 역시 다음 두 가지의 하위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세 번째는 '착한 소년/소녀 지향'의 단계다. 이 단계는 주로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속해있는데, '착한' 사람이 행해야 하는 것에 비추어 반응한다. '인습적'인 도덕성은 공동체의 성원이라는 누구라도 그러한 태도를 가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착함은 결과보다 동기와 감정 면에서 판단된다.

네 번째는 '사회질서와 권위의 유지'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사회의 질서에 대해 보다 광범위하게 사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회질서가 유지되도록 법에 복종하는데 많은 관심을 둔다. 따라서 각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고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발달수준 높을수록 도덕 판단 기준
외적 기준에서 내적 기준으로 변화

후인습적 수준에 속한 사람은 도덕성이 완전히 내면화되어 외부 기준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타인이 자신과 다른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관점에 따라 그 다른 기준이 모두 맞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인정한다. 이 수준 역시 두 개의 하위 단계로 구성된다.

다섯 번째는 '민주적으로 용인된 법'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법을 보다 유동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법의 본질은 사람들이 화목하게 살아가기 위해 공동체가 동인한 장치일 뿐이다. 만약 법이 사람들의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상호동의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계에 속한 개인은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과 권리와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다양한 의견은 그것이 기본적인 인간의 가치를 지키는 이상 존중되어야 한다고 사고한다. 누구든지 기존의 법이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에 소용이 없다고 느껴지면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켜 법을 개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보다 높은 윤리적 법칙을 내세우면서 법을 어기는 것을 옹호하지 않는다. 법을 변경하는 모든 절차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는 '보편적 원리'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법을 초월하는 어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원리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가지게 된다. 이런 원리는 법이나 관습이 아니라 양심을 토대로 모든 인간 및 사회에 적용되는 추상적인 원칙에 근거한다. 이 단계를 잘 보여주는 예는 '황금률', 즉 "네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남을 대접하라" 등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단계의 도덕적 사고를 표현하는 개인은 어느 연구에서도 10% 이상 나오지 않으며,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단계는 철학적 이상을 실천한 위인(偉人)이나 종교적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 분들만이 도달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콜버그의 연구는 그 후 여러 학자들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되어 왔다. 특히 도덕관과 도덕적 행동과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는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의 연구는 도덕관에 대한 것이지 도덕적 행동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관계는 어떨까.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상관이 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높은 도덕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꼭 그에 걸맞은 도덕적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덕적으로 고상한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실제로 자신의 생각에 합당한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각(觀)이 아니라 행동이다. 언행일치(言行一致)가 중요하다.

그 외에도 도덕관에 대한 문화차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와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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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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