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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도덕관 발달은 일정한 순서 거쳐 발전 …부모와 상호작용 중요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50회)] 효과적인 도덕 교육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8-12-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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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교육은 일반 교과교육과는 다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교사나 부모에 의한 주입식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빨리 토론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지난 번에 콜버그(Kohlberg)의 도덕관 발달 연구를 소개하면서 도덕관이 어떤 단계를 거쳐서 발달하고, 또 각 발달단계의 특징이 어떤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도덕관 발달과 관련하여 미진했던 몇 가지 중요한 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도덕관 발달은 일정한 순서를 거쳐 발전한다는 것이다. 아동은 언제나 1단계에서 2단계로, 그 다음 3단계로 진행해 나간다. 그들은 단계를 뛰어넘거나 뒤죽박죽된 순서로 나아가지 않는다. 모든 아동이 결과적으로 최상의 단계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거쳐 간 단계 내에서는 순서대로 진행된다.

발달 순서가 일정하게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서 보다 살펴보아야 할 첫 번째 주제는 어떻게 하면 도덕관 발달을 더 빨리 촉진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높은 도덕관 수준이 더 바람직한 것이라면 그 발달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도덕적인 태도나 관념은 교육을 통해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도덕 교육을 더 충실히 시키면 각자의 도덕관이 더 높은 단계로 빨리 발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콜버그와 기타 도덕적 행동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도덕적 단계는 문화적인 가르침의 결과가 아니다. 즉 기존의 주입식 방식의 도덕교육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동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성격이나 인지 등 중요한 심리적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와의 따뜻하고 공감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성장한 아동들이 온화하고 배려하는 성격을 형성할 확률이 높다. 또한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아동들이 보다 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양성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덕관 발달에는 특정한 종류의 상호작용이 관여한다. 도덕관 발달에 영향을 주는 이런 상호작용을 소크라테스(Socrates, BC 470년-BC 399년)는 “영혼의 산파술”이라고 불렀다. 그에 의하면, 산모의 출산을 돕는 산파가 자신이 직접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닌 것처럼, 영혼의 출산을 돕는 산파도 자신이 직접 지혜를 낳을 수는 없다. 산모와 마찬가지로 지혜를 낳으려는 사람은 그 산파로부터 직접 지식을 주입받아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훌륭한 것들을 출산하는 것이다. 산파는 단지 그 일을 도와주는 것뿐이다.소크라테스는 지혜를 낳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진통의 과정을 산모가 아이를 낳으려고 할 때 겪는 진통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이 진통은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지로 드러났을 때, 갑작스럽게 인지적 혼란에 빠지는 상태다. 이러한 진통의 과정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지혜, 한 단계가 더 높은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

​아동은 3단계까지 단계적 진행
도덕관 발달 빠른 촉진여부 관심

이런 방법으로 아동의 도덕관 발달을 도운 실제적인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한 연구자가, 아들이 심한 부상을 입어 병원에 가야 하는 아버지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전형적인 토론을 시작했다. 이 아버지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낯선 사람에게 가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차를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낯선 사람은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서 그의 청을 거절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아버지는 강제로 차를 빼앗았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후 연구자는 아동들에게 아버지가 그렇게 했어야만 했는지를 물었다. 이 토론에 참가한 아동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한 내용을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발표했다.

이 토론에 참가한 철수는 아버지가 차를 빼앗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며 만일 그의 아들이 죽는다면 낯선 사람은 살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영희가 낯선 사람이 법을 위반한 것이 없기 때문에 차를 빼앗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수는 낯선 사람이 법적으로는 잘못이 없다고 해도 낯선 사람의 행동이 아무래도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법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이렇듯 철수는 일종의 갈등에 빠졌다. 그는 낯선 사람의 행동에 잘못이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이것을 반대에 대응할 수 있는 분명한 견해를 밝히지 못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도록 도전을 받았다. 이 토론은 철수의 생각에 영향을 주었다. 왜냐하면 그는 반대의견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논리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그가 찾고 있던 새로운 견해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덕관 발달의 과정을 요약하면, 우선 아동은 하나의 견해를 취하는데, 이는 모순된 정보에 의해 혼란을 겪다가 결국 보다 진전되고 포괄적인 견해를 확립함으로써 이런 혼란을 해결하게 된다. 바로 이런 과정이 소크라테스가 말한 ‘영혼의 산파술’의 본질이다.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을 통해 가르치려는 자가 배우는 자에게 직접적으로 지식을 주입하고 전수하는 형식이 아니라, 문답을 통해서 강한 동기를 유발시켜 스스로 진리를 발견해내도록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심리적 발달
다른 사람 배려하고 다양성 가져

문화적 경험과 교육의 영향으로 도덕발달의 범위와 속도는 변화될 수 있으며, 또한 이는 직접적 가르침에 의하지 않고도 자극을 줌으로써 가능해진다. 문화적 교육적 요인들이 발달속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단계의 순서를 바꾸지는 못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많은 비도덕적 사고와 행동들이 난무(亂舞)하고 있다. 갈등을 조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폭력이 횡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급변하는 세계적 환경 속에서 과연 한국 사회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큰 염려를 하고 있다. 만약 이런 염려가 기우(杞憂)가 아니라면 하루빨리 올바른 도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도덕 교육을 실시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법으로 도덕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비도덕적 사고와 행동이 난무하는 것은 도덕 교육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실제로 가정과 학교 그리고 많은 사회단체를 비롯한 현실에서 ‘교육’은 많이 한다. 하지만 그 교육의 방법이 옳지 못한 탓에 각자의 마음속에 ‘내재화(內在化)’ 되지 못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도덕교육은 일반 교과교육과는 다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교사나 부모에 의한 주입식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빨리 토론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구나 시험에 의한 학습효과의 측정은 사라져야 한다. 도덕 자체가 시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도덕은 발달되어가는 것이므로 발달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다. 특정한 방식으로 평가되고 ‘덜’ 발달되었다고 낙인찍어서는 더 더욱 안 된다.

토론식 도덕 교육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토론이 효과적일 수 있는 적정 인원 단위의 여건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현재의 교육 여건에서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도덕 교육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시급히 교육 여건을 바꾸어야 한다. 도덕적 갈등에 대한 토론에서 토론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한 아동들에게서 제일 큰 발달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은 시사해주는 것이 많다. 아동은 외적인 강화에 의해 조성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호기심이 유발되었기 때문에 발달하는 것이다.

콜버그가 꿈꾸었던 가능한 최선의 사회는 사회질서의 필요성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정의나 자유 등과 같은 보편적 원리들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있는 성원들로 구성된 사회다. 물론 이 같은 유토피아가 현실에서 실현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로 가기 위한 노력 또한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다운 삶을 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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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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