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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관에 있어서 남녀 간 性差?…男 정의 지향적, 女 관계 지향적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51회)] 정의인가, 배려인가?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8-12-2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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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 1927-1987)가 주장한 도덕적 추론발달의 과정과 각 단계의 특징을 설명하는 이론은 이미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윤리적 행동을 기반으로 하는 도덕적 추론이 여섯 단계의 정해진 발달구조 단계를 가진다. 각각의 단계마다 도덕적 딜레마에 처했을 때 적절한 대처를 하면서 인간의 도덕발달단계가 진행된다.

발달단계는 3수준, 6단계로 나뉜다. 제1수준은 인습 이전 수준(pre-conventional level), 제2수준은 인습 수준(conventional level), 제3수준은 인습 이후 수준(post-conventional level)이고, 1수준에 벌과 복종의 단계, 도구적 목적과 교환의 단계가, 2수준에 개인 간 상응적 기대, 관계, 동조의 단계, 사회체제와 양심보존의 단계가, 3수준에 권리우선과 사회계약, 혹은 유용성의 단계, 보편윤리적 원리 단계가 속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고 이해하려는 거의 대부분의 심리학적 이론이 그렇듯이, 비록 콜버그의 이론이 큰 장점을 지니고 있고, 인간의 도덕성을 이해하는 데 큰 공헌을 했지만 그의 연구 역시 수정(修正)과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도덕관에 있어서의 남녀 간의 성차(性差)이다. 콜버그는 남녀 간에 도덕관 발달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동일한 원리를 바탕으로 동일하게 발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녀 간의 성차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남녀 간의 도덕관 발달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장애로 작용했다.

콜버그의 제자이자 동시에 동료인 캐롤 길리건(Carol Gilligan)은 남녀 간에 도덕관 발달은 그 내용과 발달단계가 서로 상이하다는 것을 밝히는 공헌을 하였다. 길리건은 1964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 후 1967년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발달심리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였던 콜버그의 연구진으로 들어간다. 길리건은 뛰어난 연구성과로 1997년 하버드대학 최초의 여성학 교수직을 맡게 되었고, 2001년 동 대학 내의 여성학 센터를 설립하는 데 공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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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 여성단체들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사고를 피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의식이 절실하다. 사진=뉴시스


​윤리적 행동에 기반하는 도덕적 추론
여섯단계 정해진 발달구조 단계 가져

콜버그의 연구진 소속으로 여러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길리건은, 콜버그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 통상적으로 남아에 비해 여아의 발달 수준이 더 낮은 단계로 측정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콜버그 연구의 두 가지 미비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콜버그의 연구가 남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과, 둘째는 콜버그가 인지적으로 또 도덕적으로 충분히 발달해 있는 여성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길리건은 성적 갈등, 낙태 등 여성들과 특별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와 관련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도덕적 판단을 분석했다. 그 결과를 기반으로 배려의 윤리라는 3수준의 여성 도덕성 발달 단계를 제안했다.

첫째 단계는 생존을 위한 이기심 추구의 단계이다. 이때 여성은 궁지에 몰린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게 되고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임신 중절의 경우, 한 여성이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임신중절을 감행하는 경우이다. 오로지 혼자가 되었다는 마음, 모든 인간적 연결이 끊어졌다고 느끼는 절망적 상태에서는 관계의 도덕이 자리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성들은 곧 자신의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마음이 드는 과도기에 들어서게 된다. 이 첫째 과도기 단계에서 여성은 자아와 타자의 연결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둘째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각각의 단계마다 딜레마에 처했을 경우
적절한 대처로 인간 도덕발달 단계 진행

둘째 단계는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에 대한 돌봄이 발휘되는 자기희생의 단계이다. 이는 모성애와 연결되는 단계이다. 하지만 돌봄의 대상에서 나 자신이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이 단계는 나 자신에 대한 돌봄의 필요와 타인에 대한 돌봄의 필요가 충돌할 때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둘째 과도기이다. 하지만 바로 이 과도기 때 임신 여성은 태아를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이 건전하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 때문에 나 자신을 희생하면 결국 그 타인과 건강한 관계의 한 축을 형성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둘째 과도기에서 퇴행을 겪지 않고 깨달음을 얻게 되면 여성들은 자신 역시 돌봄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진 셋째 단계에 들어간다.

셋째 단계에서 여성들은 인간관계란 상호적이라는 것과, ‘나’와 ‘너’는 연결되어 있기에 어떤 하나만을 돌보는 것은 다른 하나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이러한 셋째 단계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외부세계에서 제시한 선함의 기준에 따라야 했던 이전 단계와 달리, ‘정직(honesty)’의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길리건은 ‘정직(正直)’의 가치를 “자기 성실성”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그대로 타인과 나 자신에게 표현하는 것이다.

길리건의 여성 도덕관 발달의 단계를 간단히 요약하면, ‘나’ 만을 중요시하는 도덕관에서 ‘너’ 만을 중요시하는 도덕관으로 변했다가 궁극으로 ‘나’와 ‘너’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관계’를 중요시하는 도덕관으로 발달해간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길리건은 남성의 도덕성이 정의(正義) 지향적이라면, 여성의 도덕성은 관계 지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관계 지향적 도덕성의 핵심은 배려(配慮), 즉 ‘돌봄’이라고 주장하였다. 결국 길리건은 도덕성이 정의와 배려라는 두 개의 상호 의존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요소들은 도덕적 문제를 파악하는 특수한 방식을 나타낸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각각의 요소들은 서로 다른 발달 유형을 보여준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윤리의 이러한 두 특징은 단순히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거나 상호배타적인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경험에 있어 모두 필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남녀간 성차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도덕관 발달 정확히 이해 못하는 장애로

길리건은 자신이 주장하는 ‘배려’의 도덕성이 남자와 여자의 도덕성의 차이를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녀는 오히려 지금까지 부차적인 덕목으로만 여겨졌던 ‘배려’가 ‘정의’와 동일한 비중을 가지고 도덕의 두 가지 개별적이지만 상호보완적인 요인이라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라고 있다.

그 점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길리건은 ‘여성적 윤리(feminine ethic)’와 ‘여성주의적 윤리(feminist ethic)’을 구분한다. 여성적 윤리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만 강요되었던 덕목을 가리킨다. 가부장적 사회는 배려와 돌봄을 여성의 본성과 연결시켜 그것을 여성에게 강조하고 여성에게만 그것을 강제한다. 이때 여성은 돌봄이라는 명목 하에 끝없이 희생을 요구 받는다. 하지만 여성주의적 윤리 아래에서는 배려의 도덕성은 단순히 여성에게만 속하는 여성적 덕목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보편적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한국 사회에 제일 부족하고 동시에 제일 시급한 문제는 어느 한 쪽만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배타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제거해야 한다는 극단적 사고들이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고마운 존재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현실에서 정의(正義) 중심의 도덕관만으로는 인간의 도덕 발달 과정을 해명하고 또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배려(配慮)의 윤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길리건의 균형 잡힌 주장은 오늘 한국 사회에 굉장히 시의적절한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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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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