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 측의 협상 담당자를 달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의 반도체 수입을 향후 6년간 2000억 달러(약 225조원) 규모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야심찬 전략은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선진 기술 국가들의 시기와 분노를 샀다. 이들은 기술 유출을 두려워한 나머지 중국산 제품의 보이콧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기업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중국은 해외 어느 국가로부터도 기술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입량을 확대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중국은 2017년 약 60억 달러(약 6조7500억원) 규모였던 수입량을 몇 년 안에 연평균 330억 달러(약 37조150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제조 2025 전략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여부가 의심스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무리 미국 측의 통상 협상 담당자를 달래기 위한 방책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리겠다는 중국의 정책과 완전히 상반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 제품에 대해서 만큼은 중국이 완전히 해외 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애널리스트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은 메모리 칩 분야에서 미국에 5년가량 뒤지고 있으며, 일부 공정 기술 등 다른 주요 분야에서는 무려 15년이나 뒤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 정부가 강력히 지원하는 거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는 여전히 세계 최고 중 하나인 대만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 반도체 수입량을 늘리겠다는 제안만으로 불거진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제동설'이 전혀 허무맹랑한 추측만은 아닌 셈이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예상외로 밝은 소식을 알리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들린다. 예를 들어, 화웨이 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있는 독자적인 휴대폰용 칩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소비자용 전자 제품에 거대한 중국내 수요는 여전히 놀라운 성장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업계 관계자의 대부분은 "수십 년 후 중국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국가 위치에 설 것"이라는 예상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