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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숲 그늘을 수놓는 벌깨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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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일 년 중 햇빛이 가장 아름다운 오월이다. 투명한 햇빛은 누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따사로운 햇빛을 받은 신록은 시시각각 생생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밖으로 불러낸다. 숙련된 정원사의 손길을 거친 정원의 화려한 꽃들도 아름답지만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야생의 숲에서 만나는 꽃들은 또 다른 멋을 자랑하며 우리를 반긴다. 요즘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자연스레 숲 그늘로 들어서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 중에 하나가 벌깨덩굴이다.

꿀풀과에 속하는 벌깨덩굴은 산속 숲 그늘에 많이 서식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얼핏 보면 꽃 모양이 꿀풀과 비슷하게 생겼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고 비교적 개화기간도 길어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다. 벌깨덩굴이란 이름만 들으면 칡이나 으름덩굴 같은 모습을 연상하기 쉽지만 덩굴로 뻗어가는 식물은 아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는데 벌은 벌들이 좋아하는 밀원식물이란 점에서, 깨는 깻잎을 닮은 잎에서, 그리고 덩굴은 곧게 섰다가 꽃이 질 무렵이면 비스듬히 누워 줄기가 땅에 닿으면 그 닿는 마디마다 뿌리가 돋아 번지는 모습에서 덩굴이란 이름이 생기지 않았을까 막연히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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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깨덩굴

벌깨덩굴은 꿀풀과에 속하는 식물답게 네모진 줄기를 지니고 있는데 15~30㎝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에 심장형의 잎이 마주나는데 들깻잎을 닮은 잎 가장자리엔 톱니가 있다. 5월경에 윗부분 잎겨드랑이에 연보라색 꽃이 피는데 한쪽을 향해 층층이 달린다. 꽃의 전체 모습은 물고기가 입을 벌린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다섯 개로 갈라진 꽃잎은 위 아래로 나뉘어져 있다. 위쪽으로 향한 꽃잎을 윗입술꽃잎이라 하는데 짧고 두 갈래로 갈라진다. 아래쪽으로 향한 꽃잎은 아랫입술꽃잎이라 하며 세 갈래로 갈라지고 그 중 가운데 꽃잎이 길게 돌출하여 밑으로 처진 모습이다. 꽃 내부와 함께 보라색 무늬가 있고 미세한 털이 있다. 꽃받침은 짧은 통 모양이고 끝은 5개로 짧게 갈라진다. 수술은 4개인데 그 중 2개는 길고 2개는 짧으며 암술머리는 2개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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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깨덩굴

어린순이나 잎은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며 민가에서는 강정제나 여성의 대하증 치료에 이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굳이 쓰임새를 따질 필요는 없다. 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신록이 녹음으로 짙어질 무렵 숲 그늘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연보랏빛 벌깨덩굴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그윽하게 해준다.

벌깨덩굴은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벌들이 사랑하는 꽃이다. 예쁜 꽃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앵글을 당겨 보면 꽃잎에 상처가 나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꿀 따러 온 곤충들이 남기고 간 상처다. 다시 말해서 그 작은 상처들은 꽃가루받이를 마쳤다는 징표이기도 한 셈이다. 꽃에 난 작은 상처들은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란 어느 작가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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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깨덩굴

꽃들은 오직 자신의 수분을 도와줄 곤충들을 불러들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모양과 색으로 진화해왔다. 그런 생각하면 꽃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꽃의 아름다움만을 탐하는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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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깨덩굴

일찍이 피터팬의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는 '인생은 겸손에 대한 오랜 수업'이라고 했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꽃들을 보면 볼수록 나는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작은 꽃들은 서로 모여 하나의 커다란 꽃을 이루기도 하고, 꽃빛으로 유혹할 수 없으면 향기로, 꿀로, 곤충들을 불러 모으며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묵묵히 이루어 낸다. 그에 비하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며 오만을 부리면서도 노력을 기울여보지도 않고 환경이나 조건을 탓하고 불평부터 해대는 우리들의 모습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오늘도 꽃들의 소리 없는 혁명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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