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닫기

[G 칼럼] 일본 대지진 때 ‘소재∙부품’ 골탕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기사입력 : 2019-07-11 06:05

공유 3
center


8년 전인 2011년, 일본은 ‘대지진’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겹치면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난데없는 ‘패배론’이 나오고 있었다. “글로벌 경쟁의 승자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패배론’이었다.

이유는 쉬웠다. 일본산 소재∙부품 부족 때문이었다. 일본의 소재∙부품 제조업체들이 대지진 피해를 입는 바람에 그 여파가 미국에까지 미친 것이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일본산 도료 부족으로 검은색과 빨간색 자동차의 주문을 받지 말라고 딜러에게 요구했을 정도였다. 조업이 며칠씩 중단되기도 했다. 소형 마이크나 도금 소재 등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소재∙부품마저 일본산이 없으면 곤란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경제가 정체된 반면, 미국 경제는 제대로 굴러가던 당시였다. 그랬는데도 일본산 소재∙부품 비상이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 ‘사건’이었다.

일본 대지진은 어떻게 보면 우리 기업에게는 ‘호재’일 수 있었다. 일본의 산업이 주저앉은 덕분에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로 그럴 수 없었다. 우리 역시 일본산 부품을 확보하기 힘들었다. 코트라는 일본산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정밀화학·산업용 전자제품 업종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일본 기업들이 피해를 수습하고 부품 생산을 재개한다고 해도 ‘가격’이 걱정이었다. 정상수준까지 생산량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다, 지진으로 교통마저 엉망이 되는 바람에 물류비용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본산 부품 재고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곧바로 생산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경제도 역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일어난 지진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똑같은 어려움에 처하고 있었다. 이유도 똑같았다.

변속기 생산업체인 ‘아이신’의 구마모토 공장이 멈추면서 자동차업계가 비상이었다.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와 티볼리에어에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는데, 구마모토 공장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핵심부품인 변속기 재고가 소진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전자업계도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용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는 소니의 구마모토 생산라인에 이어 인근 나가사키 생산라인까지 일부 중단되면서 가슴을 졸여야 했다.

더 오래 전의 ‘과거사’도 있었다.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당시, 한일 관계는 극도로 싸늘했다. 단교 직전 상황까지 갔었다.

그렇지만 ‘백기’를 든 것은 우리였다. 일본산 부품을 수입하지 못하면 수출을 할 수 없는 무역구조 때문이었다. 일본산 부품이 있어야 그것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는데,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무역구조로 인해 우리는 일본에 ‘천문학적’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있다. 그 무역적자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2019년에도 경제는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의 ‘무역보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와 만나서 밝힌 것처럼, 자칫 ‘장기화’될 수도 있는 무역보복이다. 벌써 몇 번씩이나 일본산 소재∙부품 때문에 골탕을 먹으면서도 나오는 얘기마저 되풀이되고 있다. ‘소재∙부품 국산화’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jslee@g-enews.com



많이 본 데스크칼럼 뉴스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