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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지휘·통솔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은 '공인된 권위'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66회)] 저물어가는 권위주의 시대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9-08-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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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수평적 조직문화의 정착을 위해 임원 직급을 하나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호칭도 직급이 아닌 직책을 사용하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언론 보도로는 SK그룹이 8월 1일부터 임원제도를 바꾸는 파격적인 변화를 꾀했다. 부사장·전무·상무로 구분했던 임원 직급을 하나로 통합하는 게 핵심이다. 이 변화는 기본적으로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취지다. 혁신안에 따르면 SK그룹 임원 직급은 다음 달 1일부터 본부장, 그룹장 등 직책 중심으로 바뀐다. 호칭 또한 직급이 아닌 직책을 사용한다. A 상무가 아닌 IT 담당 본부장으로 부르는 식이다. 관계자는 이런 혁신적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위계를 강조하는 한국식 기업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고, “직위가 아닌 역량 중심의 임원 활용 시스템을 통해 조직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직위’가 아니라 ‘역량’을 중심으로 임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의 특징 중 하나가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것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하는 전통문화는 어느 조직이나 ‘윗분(長)’을 중심으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체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정에서는 ‘가장(家長)’을 중심으로, 또 학교에서는 ‘교장(校長)’을 중심으로 그리고 회사에서는 ‘사장(社長)’의 지시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다.

​SK 임원제도 바꾸는 파격적 변화
부사장·전무·상무 구분 임원 직급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 위해 통합

만약 ‘윗사람’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개진하거나 또는 지시받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은 ‘버릇없는’ 행동이고 심지어는 ‘항명(抗命)’으로 간주하여 처벌을 받기까지 했다. 이런 조직 문화에서는 윗사람이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지시에 잘 따르는 것이 사회생활을 잘 하는 요령으로 치부되기까지 했다. 이런 수직적 문화의 장점으로는 모든 조직원이 제일 윗사람(長)의 명령을 따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결과가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그 공은 모두 윗사람에게 돌아간다. 물론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그 책임 또는 모두 윗사람이 져야한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직위’가 아니라 ‘역량’ 위주로 임원을 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권한을 준다는 것이다.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에서는 당연히 ‘연공서열(年功序列)’을 중시한다. 연공서열제에서는 근속연수나 연령에 따라 지위 또는 급여 등에서 대우를 받는다. 이런 제도에서는 근무 연수에 따라 급여와 지위가 정해진다. 따라서 한 조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 자동적으로 높은 급여와 지위를 가지게 되고, 결정하고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만약 연공에 따르지 않는 급여나 지위가 정해지면 조직이 혼란을 겪게 된다.

이런 현상이 잘 드러난 것이 최근에 이루어진 검찰총장 인사(人事)이다. 소위 ‘기수문화‘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검찰에서는 사법시험 기수를 기준으로 서열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는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파격적’이라고 불리는 이 인사에서 관행을 깨고 비교적 아래 기수에서 검찰총장이 임명되었다. 그러자 새로 임명된 총장보다 윗 기수의 검사들은 관행에 따라 대부분 자진 사퇴를 하였다. 후임 총장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용퇴(勇退)’라고 미화하지만 사실은 연공을 무시한 임명권자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자 후배 밑에서는 일할 수 없다는 자존심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감출 수는 없다.

'직위' 아닌 '역량' 위주 임원 평가
검찰총장 인사 기수문화 파괴 주목
美서 능력성과제는 모든 조직 적용

연공서열제와 반대되는 것이 ‘능력성과제(能力成果制)’이다. 이는 말 그대로 능력과 성과를 증심으로 지위와 급여가 결정되는 제도이다. 조직에서 근무한 연수나 연령에 상관없이 능력이 우수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다면 그에 걸맞은 지위와 급여를 주는 것이다. 주로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조직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연봉을 책정할 때 적용되는 방식이다. 비록 나이는 어리고 선수 생활을 적게 했지만 능력이 뛰어나면 큰 연봉을 받는다. 대조적으로 나이가 많고 성적이 저조하면 퇴출된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수평적 문화에서는 권위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수평적 문화에서는 권위적이 되려고 노력한다. ‘권위(權威)’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이다. 즉 권위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지휘 통솔할 힘이 있다.

하지만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권위(authority)는 ‘권위적(authoritative)’인 것과 ‘권위주위적(authoritarian)’으로 구별된다. 힘의 근원이 능력에서 나오면 권위적이고, 지위나 신분에서 나오면 권위주의적이다. 예를 들면, “김박사님은 간질환에 대해서는 권위가 있다”라는 말할 때, 김박사의 권위는 즉 힘은 그가 다른 누구보다도 간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사실은 자신의 주장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자발적인 평가에서 나온다.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할 수 있는 힘이 지위나 신분에서 나오면 이 권위는 권위주의적인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한 사람의 능력에 관계없이 그가 차지하고 있는 사장, 전무, 상무 등 직급에 의해 다른 사람을 통솔할 힘을 갖게 된다면 이 권위는 권위주의적인 것이 된다. 학교 사회에서도 개개 교사의 능력과 관계없이 교장이나 교감 등 직급에 의해 힘을 가진다면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된다.

권위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과 권위주의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사람 특히 아랫사람과의 관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권위적인 리더는 아랫사람들의 역할모델이 된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것을 경험하는 아랫사람은 자신도 능력을 가지면 다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른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권위 있는 사람을 자신의 모델로 삼고 능력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또한 권위자도 아랫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거나 내세울 필요가 없다. 단지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나누어주는 것을 통해 자발적인 존경을 얻고 다른 사람을 따를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위적인 힘이 행사되는 곳에서는 권위자와 추종자 사이에 존경과 배려의 관계가 형성된다.

만약 학생들에게 “김 교수는 권위주의적이다”라는 평을 듣는다면, 김 교수의 힘은 교수라는 지위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하면서도 단지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학생들을 통제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교수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이 두렵기 때문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권위주의적인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가진 지위나 신분을 나타내려고 한다. 이들에게는 이것이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위나 신분은 바뀔 수가 있고, 또 빼앗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인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직위를 빼앗으려하지 않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아랫사람도 지위를 얻거나 빼앗기 위해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다. 지위를 얻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비자발적인 복종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권위주의적인 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는 항상 강압적이고 미묘한 긴장관계를 맺게 된다.

전통적인 문화와 관행에 익숙해져 있는 여건에서 수직적 조직에서 수평적 조직으로 바꾼다는 것과 직급이 아니라 능력 위주의 조직으로 바꾼다는 것은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굴지의 재벌 그룹에서 이런 변화를 꾀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우리 문화가 이미 수평적 구조로 바뀌고 있고, 동시에 바뀔 필요가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 문화는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도처에서 권위주의 시대는 빠르게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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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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