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글로벌-이슈 24] 배신이 판치는 국제정치 격랑에 물거품이 되고 있는 쿠르드의 ‘국가건설 꿈’

김경수 편집위원

기사입력 : 2019-10-21 00:08

터키군의 포격과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시리아북부 쿠르드 마을. 이미지 확대보기
터키군의 포격과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시리아북부 쿠르드 마을.


‘국가를 갖지 않는 최대의 민족’이라는 말로도 불리는 소수민족 쿠르드 인들이 또다시 강국에 의한 국제정치의 격랑에 휩쓸렸다. 시리아내전의 혼란을 틈타 시리아북부에 사는 쿠르드 인들은 ‘로자바(쿠르드족이 통치하는 시리아 알레포 주의 코바니, 아프린, 샤바 그리고 하사카 주의 자지라를 통칭하는 지역)’라고 불리는 사실상의 자치권을 가진 지역을 확립하고 열광했다.
하지만 시리아는 미국이나 러시아뿐만 아니라 지역대국인 터키나 이란 등이 군사 개입하는 대리전쟁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 쿠르드족의 후원자였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철수를 결단한 것으로 사태는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됐다.

■ 미국의 IS소탕에 협력했지만...

미국은 그동안 시리아북부에서 난제에 직면해 왔다. 시리아내전에 대한 오바마 전 정권이나 트럼프 정권의 일관되지 않는 정책에 비해 러시아나 이란은 반체제파의 공세로 궁지에 몰린 아사드 정권을 지렛대로 삼기 위해 군사적인 개입을 하면서 아사드 정권의 존속을 확실히 했을 뿐만 아니라 시리아에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미국은 과격파 조직 ‘이슬람국(IS)’의 대두에따라 시리아 내전에의 관여를 강요당하면서 마지못해 대응에 나선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미국의 IS 소탕에는 지상부대의 파견이 필요했지만 이라크전쟁으로 다수의 미군을 잃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국민의 이해를 얻기는 힘들었다. 거기서 미국은 우군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시리아 반체제세력 중에서 찾았지만, 이슬람교 수니파의 반체제파가 신봉하는 과격 이슬람사상이나, 조직력이 부족한 것이 장애가 되어 우군의 육성은 난항을 겪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의지하게 된 것이 쿠르드 세력이었다.
미국이 우군으로 삼은 것은 쿠르드인 주체의 무장세력 ‘시리아민주군(SDF)’이며, 그 주력은 쿠르드인 조직 ‘민주통일당(PYD)’ 산하 민병부대 ‘쿠르드인민방위부대(YPG)’였다. 쿠르드 인들은 통솔을 잘되는 용맹하고 과감한 병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YPG는 터키가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조직이었다. 이러한 조직이 미군으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아 무기를 제공받는 것에 대해 터키는 강하게 반발했다.

터키는 왜 YPG를 테러리스트로 취급할까? 쿠르드족은 제1차 세계대전 후 1923년 체결된 ‘로잔조약’에서 국가건설의 길이 막혔다. 터키에는 현재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00만 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어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에 비해 쿠르드족 문제는 신경질적일 수밖에 없었다. 터키에서는 비합법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이 무장투쟁을 계속하고 있어 지금도 치안을 위협하고 있다. 터키는 PKK와 시리아의 YPG를 일체적인 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시리아 북부가 터키 출격의 거점이 된 것이다.

■ 결국 되돌아 온 것은 트럼프의 배신

터키는 국내에서는 PKK의 막기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지만, PKK는 인접한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로 도망쳐 월경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터키로서는 시리아북부에 같은 거점을 구축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위협인 것이다. 게다가 IS 소탕작전으로 미군의 지원을 받아 전투력이 높아진 그들을 간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터키는 이번 작전을 포함해 시리아에서 3차례의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처음은 2016년에 시작한 ‘유프라테스의 방패 작전’ 그 다음이 2018년의 ‘올리브가지 작전’ 그리고 이번에는 ‘평화의 샘 작전’으로 불리고 있다. 작전 때마다 미국은 보호하는 쿠르드 인민병과 터키군의 충돌에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은 터키의 사정을 이해를 하면서도 쿠르드세력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쿠르드세력이 지상부대로서 IS에 대치함으로써 소탕작전에서 사실상 승리했기 때문이다. 논공행상으로서 자치권 확립과 같은 형태로 쿠르드 인에게 보답하는 것은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상대라고 보여주는 것이 된다. 쿠르드인에 의한 IS에 대한 옥죄기가 약해지면 테러활동을 향해 재결집할 우려도 있다. 더욱이 쿠르드인과의 관계를 축으로 시리아에 발판을 계속 확보하는 것은 시리아에서 큰 영향력을 획득한 러시아나 이란을 겨냥한 중동전략에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10월7일 시리아북부에 주둔하던 미군부대의 일부를 이동시키면서 이를 공격 ‘신호’로 받아들인 터키가 9일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주둔 미군이 작전에서 전투에 휘말릴 우려가 높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시리아북부 주둔 미군병력 1,000명의 철수를 명령했다.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터키국경의 치열한 전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매우 현명하다”며 철수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일련의 흐름이나 타이밍으로 판단해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사이에는 일정한 합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비즈니스가 되지 않는 중동의 싸움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자세는 ‘미국제일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다운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군철수 후의 충돌확대를 막는 골격도 구축하지 않고 함께 싸운 친구를 간단하게 버려 버리는 정책은 동맹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을 흔드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 유럽으로의 난민유출 재연 우려 고조

갑자기 ‘고립무원’이 된 쿠르드족 세력은 러시아의 중개로 적인 아사드 정권을 의지하게 되었다. 쿠르드인 조직의 간부는 “터키에 의한 학살을 막기 위해서는 적대관계가 된 아사드 정권과 손잡을 수밖에 없었다”며 고뇌의 선택이었다고 호소했다. 이것에 의해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에서의 통치면적을 한층 더 넓히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면서 터키는 쿠르드족 거주지역으로 진군해온 시리아정부군과 대치하게 되었다. 하지만 군사력에서 터키가 시리아군을 압도하고 있어 전면적인 충돌로 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터키국경에 가까운 지역에서 쿠르드인 민병세력을 몰아내려는 터키의 작전은 더욱 난이도가 높아졌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찍이 국경에서 폭 약 32㎞에 이르는 ‘안전지대’를 500㎞ 가깝게 구축해 터키 국내에서 약 360만 명으로 늘어난 시리아내전 난민 가운데 최대 200만 명을 귀환시킬 구상이다.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터키에서는 시리아난민의 증대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오르거나 일자리를 빼앗기는 등 국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군의 북부진군에 의해 터키의 구상은 한층 실현이 의문시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11월13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고, 작전에 대한 이해를 얻어내기 위해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을 수반하는 작전은 피한다는 견해가 강하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목표를 달성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작전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더욱이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무책이라면 터키에 머무는 시리아난민을 다시 유럽으로 내보낼 가능성조차 경고하고 있어 작전이 난항을 겪으면 새로운 수단으로 국제사회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 최근 그리스에서는 이미 터키난민의 불법월경이 다시 활발해질 조짐이 있다고 한다.

강대국들이 각축을 벌여온 시리아에서는 미국이 물러나고 그에 힘입어 온 쿠르드인 세력이 아사드 정권의 군문으로 들어갔다. 남은 것은 아사드 정권의 후원자인 러시아나 이란이다. 결국 내전의 최종종결에 대한 정치프로세스는 미국이 배제되면서 러시아 주도로 진행되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사진없는 기자

김경수 편집위원

혼다 신형 CR-V와 파일럿, 캠핑에 어울리는 차는?
운전 베터랑 아나운서들의 리뷰 대결 골프 GTI vs. TDI 승자는?
아우디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RS e-트론 GT
아우디 e-tron GT vs. 아이오닉 5 N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엔 더 무서운 차 끌고 나왔다! 벤츠 E 300 4MATIC AMG Line
국내 1, 2위 다투는 수입차, 벤츠 E와 BMW 5 전격 비교
숨은 진주 같은 차, 링컨 노틸러스 ... "여긴 자동차 극장인가?"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 벤츠 디 올-뉴 CLE 450 4MATIC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