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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돋보기] 같은 숫자 다른 의미 '8'…유통맞수의 야구 자존심戰

창단 2년만에 우승컵 든 SSG랜더스…자존심 구긴 롯데자이언츠
야구광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소통' 중심 운영 효과 톡톡
금융인 출신 신동빈 회장…실리 경영철학 야구서는 빛 못봐

송수연 기자

기사입력 : 2022-11-11 16:0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SSG 랜더스 구단주)이 SSG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SSG 랜더스 구단주)이 SSG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기적. SSG랜더스가 창단 2년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 나오는 말입니다.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는 한편의 드라마를 선보였고 이에 화답하듯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룹 안팎으로 연일 기쁨을 나누는 모습입니다.

실제 지난해 ‘8위’에 머물렀던 SSG랜더스는 올해 우승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SSG랜더스는 프로야구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서 국내 프로야구 40년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이란 신화도 썼죠.

지난해 1월 ‘야구광’으로 유명한 정 부회장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만해도 야구계와 재계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개인의 기호를 위해 야구단을 산 것 아니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단 2년만에 의미있는 성적으로 의구심을 보기좋게 날려버렸고 정 부회장을 향했던 우려의 시선은 '홈런'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에 대한 기쁜 소식이 전해질수록 유통재계의 시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향합니다. 신세계그룹의 야구단 인수로 오랜 유통라이벌 구도가 야구장으로 옮겨갔기 때문이죠. 이후 두 기업 총수이자 구단주는 선을 넘나드는 도발에, 거침없는 저격까지 화끈하게 맞붙으며 꺼져가던 야구 화제성을 키웠습니다.

아쉽게도 SSG랜더스가 지난해 8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오른 사이 30년 역사의 롯데자이언트는 지난해 5위에서 8위로 내려오며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도 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1982년에 창단한 롯데차이언츠는 원년팀임에도 강팀이던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후에 단 한번도 우승을 거머쥐지 못할 만큼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죠.

무엇이 둘의 성적을 갈랐을까요.

◆자존심 구긴 원년팀 롯데…성적표 갈린 배경은?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롯데자이언츠 구단주)이 이대호 선수 은퇴식에 참석해 영구결번 기념 커플반지를 이대호 부부에게 선물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롯데자이언츠 구단주)이 이대호 선수 은퇴식에 참석해 영구결번 기념 커플반지를 이대호 부부에게 선물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신 회장이 2015년 자리를 이어받기 전까지 롯데자이어츠 구단주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었습니다. 창업주인 신 명예회장은 ‘화려함을 멀리하고 내실을 취한다’ 경영 철학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짠돌이경영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했죠.

짠돌이 경영이 야구단으로도 이어졌을지에 대해선 갸웃합니다. 신 회장이 구단주가 된 이후인 2016년에 300억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고 최근 2019년과 2020년에는 총연봉 1위팀이 롯데자이언츠였을 만큼 짠물 운영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 야구단은 연간 운영비 대비 수익성이 나지 않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돈 먹는 하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통상 프로야구단 운영 비용은 연간 400~5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문인지 외부 선수 영입 등에도 소극적으로 ‘실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등 과거만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증권맨 출신의 신 회장 경영스타일이란 시선도 있습니다. 투자 대비 성과가 나지 않는 곳에 무리한 베팅을 지양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거화취실(去華就實). '겉치레를 삼가고 실질을 추구한다'는 뜻인데요, 신 명예회장 경영철학인 거화취실이 사기를 저하시켜 부진한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냔 분석도 있습니다. 이대호 선수가 지난달 은퇴식에서 신 회장에게 ‘과감한 지원’을 부탁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란 게 야구계 시선입니다.

◆덕업일치 삶 이룬 정 부회장…야구도 '소통 경영'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우리는 구단과 본업을 연결하겠다."

정 부회장이 SK로부터 야구단을 인수한 이후 내놓은 말이었습니다. 기업 매출에 크게 도움이 안되는 스포츠 구단을 총수의 기호를 위해 샀다는 의식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제 정 부회장의 마케팅 전략은 빛을 발하는 중입니다. 정 부회장은 미국 유학시절 즐겨찾던 스타벅스를 한국에 들여와 업계 1위를 만들었고, 각별한 그의 와인 사랑은 신세계L&B를 와인 수입업체 1위로 키워냈습니다.

야구도 마찬가집니다. 정 부회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야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고 유통업 미래로 스포테인먼트를 거론해 왔죠. 그는 2010년부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경쟁 상대는 야구장과 테마파크”라고 언급해왔습니다. 그런 그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야구단을 품에 안았고 온라인 침투 속 오프라인 생존 해법을 야구단과의 시너지로 풀고 있습니다.

일례로 SSG랜더스가 좋은 성적을 보이면서 지난 4월 총 18개 계열사가 총출동한 ‘2022 랜더스데이’에서 행사기간 SSG닷컴 매출은 전주대비 30% 증가했고 2022 한국시리즈 기간 중 노브랜드 버거 SSG랜더스피드점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루 2000개씩 버거가 팔려나갔습니다.

평소 외부와 소통하는 경영 스타일도 야구단 운영에 녹아납니다. 선수단과 격의 없이 만나고 팬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본인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기입니다. 그는 SNS를 적극 활용해 회사 신제품을 수시로 언급하고 신규점포 등에 직접 방문해 고객과 스킨십을 해왔습니다.

이 같은 스킨십 경영은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내려온 정부회장을 헹가래치며 격한 고마움을 표했죠.

◆유통라이벌의 '야구 맞짱 대결', 이제부터 시작


반면 조용하고 나긋하며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잘 알려진 신 회장은 야구단 운영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특히 신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도 절대 말을 놓지 않을만큼 겸손하고 예절을 중시한다고 하는데요. 스포츠에서는 신 회장은 야구보단 스키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6세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한 신 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 대학 재학시절 선수로도 활약했을 만큼 남다른 스키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대한스키협회장에 자리할만큼 '스키 마니아'입니다. 여기에 롯데가 스키 유망주 발굴과 지원에 아낌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신 회장은 단체스포츠보단 개인 스포츠에 관심이 더 많은 듯 합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꺼져가는 오프라인 유통을 야구와 연계하는 마케팅 효과에 자극을 받은 탓일까요. 신 회장도 최근 친야구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롯데 자이언츠 지분 95%를 보유한 롯데지주가 롯데 구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90억원을 유상증자를 의결했습니다. 투자 여력과 의지를 보여준 것이죠.

앞서 지난 7월에는 7년만에 사직야구장을 찾아 팀을 응원했죠. 이대호 선수 은퇴식에서도 모습을 드러내 그간 공헌에 감사를 표하고 은퇴 기념 선물도 직접 전달했습니다. 이 같은 현장 행보에 업계는 랜더스에 자극을 받은 자이언츠가 내년부터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기업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팬들도 내년 시즌에 큰 기대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두 총수들의 속내야 어찌됐든 야구장 안팎에서 펼쳐지는 라이벌 구도가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성적이 좋아질수록 다양한 곳에서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내년에는 SSG랜더스와 롯데자이언츠가 모두 좋은 성적을 보여 신세계와 롯데로부터 '통큰 잔치상'을 받길 바라봅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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