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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장 활기가 넘친다"…전통 시장에 입성한 스타벅스 효과

경동극장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1960점 가보니…재래시장 젊은 층 유인책 효과 쏠쏠
일부 상인 매출 상승 효과는 갸우뚱…스타벅스, 지역 상생 기금 조성해 기여할 방침

송수연 기자

기사입력 : 2023-02-06 17:13

스타벅스 경동1960점 매장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있었다. 사진=송수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벅스 경동1960점 매장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있었다. 사진=송수연 기자
#. 국내 최대 한약재 전문 재래시장 안에서 풍기는 따뜻한 커피 냄새가 이색적인 곳. 이곳은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다. 지난 5일, 오후 4시쯤 방문한 이곳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끼려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경동시장 안,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간판을 달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지만 재래시장에서 볼 수 없던 공간에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줄지어 입장했다.


오랜 기간 방치된 경동극장을 재구성한 이곳은 레트로한 느낌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그동안 보던 스타벅스 매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매장에서 만난 김태양(37)
는 “공연장 느낌의 큰 홀처럼 돼 있어 크기에서 압도되는 느낌이었다”며 “들어오면 경동시장 안에 있다는 걸 잊게 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스타벅스가 지난해 12월 16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첫 문을 연 곳이다. 동반성장위원회, 경동시장상인회, 케이디마켓주식회사의 4자간 상생 협약을 통해 탄생했다. 경동1960점은 일반 매장과 달리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인 만큼 매장의 수익금을 일부 환원하는 매장으로 꾸민 것이다. 모든 품목당 300원씩 적립되며, 모인 돈은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활용된다.

전통 시장 활성화라는 특명을 불어넣은 만큼 매장은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북적였다. 363.5평 규모에 좌석만 200여 석인 대형 매장이지만 대기하는 무리가 제법 보였다. 재밌는 점은 검은색 봉지를 든 방문객이다. 스타벅스에 오면서 재래시장에서 장을 봤거나, 장을 보러 왔다가 스타벅스에 들른 경우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아이 손에는 시장에서 산 듯 보이는 찐 옥수수가 들려 있기도 했다. 무엇을 샀느냐고 묻자 한 고객은 “맥주 안주로 건어물도 사고, 오징어 젓갈 같은 반찬도 샀다”고 답했다.

검은 봉투를 들고 스타벅스 경동1960점으로 향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이다. 사진=송수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검은 봉투를 들고 스타벅스 경동1960점으로 향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이다. 사진=송수연 기자

스타벅스 매장 덕분인지 경동시장은 늦은 오후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통상, 시장은 일요일 오후 4시면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는 시간이지만 5시가 가까워진 시각에도 활기가 돌고 있었다.

고소한 번데기 냄새가 풍기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하니 이곳의 상인은 오늘 때 아닌 ‘특수’라며 기분 좋게 손님을 맞았다. 손님에게 번데기를 건네면서 “아이고~ 벌써 얼마나 판 건지, 일요일치고 장사가 너무 잘돼서 요지(이쑤시개)가 다 떨어져 버렸네. 종이컵 2개 줄 테니 덜어 먹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경동시장 상인들도 스타벅스가 들어선 후 전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시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 공주물산을 운영 중인 상인 A씨는 “스타벅스 오픈 후 장사가 훨씬 더 좋아졌다”며 “오늘은 일요일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농원물산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상인 B씨는 “젊은 손님들이 많아져 시장이 활성화된 기분”이라며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상인들은 고객 유입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경동쌀상회의 상인 C씨는 “많이 찾아오는 것은 사실이나,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먹거리와 연계한 상품 개발의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예전찬방 운영 상인 D씨는 “젊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나 먹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윈윈 효과가 작다”고 했고, 실제로 이날 만난 30대 초반 커플도 “경동1960점을 들르면 떡볶이도 먹고, 붕어빵도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그런 간식거리는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오래된 공간을 특별한 트렌드를 가진 공간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전통 시장이 활성화되길 희망한다”며 “지역 인프라 개선, 시장 유관자의 스타벅스 바리스타 채용 기회 제공, 공익적 상생 프로그램 발굴과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상생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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