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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인사 문제로 '싱숭생숭'

이동걸 회장의 정치적 비중립성 발언들과 맞물리며 대통령직인수위와 청와대 간 알력으로 확대

이도희 기자

기사입력 : 2022-04-07 11:41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KDB산업은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산은이 관리하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인사 문제가 대통령직인수위와 청와대 간 알력으로 번지면서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7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위가 전날 산은 간부들을 불러 선임 과정 관련 질책한 가운데 산은은 일련의 논란에 일절 함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이사회를 열고 박두선 대표를 선임했는데, 인수위 측은 박 신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란 점을 거론하면서 이번 인사에 사실상 문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금융위 역시 산업은행에 유관기관에 대한 임기 말 인사 중단 지침을 두 차례나 보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대우조선이 대표이사 선임을 진행한 것도 문제 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통령직인수위는 대우조선 대표 선임에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며 "국민의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된 부실공기업에서 벌어진 해당 사안이 감사의 대상이 되는지 감사원에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청와대도 즉각 반격했다. 청와대는 "대우조선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이라며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해 양측 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산은이 떠오르며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산은 내부에서는 '신구 권력 다툼에 새우 등 터진 꼴'이라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그동안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혀 왔다.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과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은 회장에 임명돼 연임까지 성공한 역대 4번째 산은 수장이다. 1954년 산업은행 설립 후 회장을 연임한 사람은 구용서 초대 총재와 김원기, 이형구 전 총재 등 3명이다. 이 회장은 이형구 전 총재 이후 26년 만에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전기 만화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건배사로 "가자!(민주당 집권) 20년!"을 제안했다. 이 건배사는 이 전 대표의 ‘20년 집권론’을 연상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국책은행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공식 사과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까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인수위 심기를 건드렸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일각에선 대우조선 대표이사 인사 문제가 논란 소재가 아닌데 정치권 싸움에 산은과 대우조선의 등만 터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워낙 민주당 쪽 인사로 알려진 데다가 새 정부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미운 털이 박힌 것 같다"며 "그동안 이 회장 역시 정치적 성향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면 산은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것을 충분히 예상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3년 임기의 산은 회장으로 임명됐고 연임에 성공했다.


아울러 산은은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빅딜'이 무산되는 등 대형 인수합병(M&A)에 실패하면서 이 회장의 '책임론'도 거세게 나오고 있다. 올 초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한 데 이어, 최근 쌍용자동차 매각까지 물 건너가면서 산은은 더욱 난감해진 상황이다.

부산 이전 가능성에 대해 노조가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다수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 벌써 이직을 준비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 회장은 대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국책은행 회장으로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안은 독과점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 하지만 결국 유럽연합(EU)이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산업은행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10년간 5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자동차 매각도 산은 손을 떠나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독과점을 우려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국익을 위해 작은 것에 집착하면서 소를 죽여 버리는 교각살우를 범하고 있다"며 "이를 범하지 말라"고 압박해 논란이 됐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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