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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모성을 찬(讚)하는 어미의 초상…박명숙 총연출·안무의 '에미 母 Emi: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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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총연출·안무의 '에미 母 Emi: Mother'
아리다 못해 느리게 시리다/초록이 별처럼 내리는 대밭에서도 엄니의 품은 불 난로였다/늘 당신의 마음을 추스르던 곳/기다림이 한으로 쌓이던 시절/긴 한숨이 갈퀴 세우며 고개 넘을 때마다/느낌은 봄비로 스며들었다/어미는 날마다 아이들 가슴에 서정을 이식했다/아이들은 커서 새털처럼 가볍게 둥지를 털고 나갔다/흰 천이 지붕을 넘어가고 나서야/겨우 터득한 ‘에미’라는 단어/봄바람 살랑거릴 때마다 꽃 내음으로 내려앉는 아린 ‘에미’의 말/서정의 보따리를 남기고 간 그분이 그리워진다/바람은 오늘도 사연을 몰고 온다

최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박명숙 서울댄스씨어터(총예술감독 박명숙) 주최, 박명숙 안무, 공연예술감독 류형준, 연출 주용철로 진용을 꾸린 현대무용 「에미 母 Emi ; Mother」(이하 「에미」(2022))가 공연되었다. 「에미」(2022)는 독일의 시인·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나의 어머니’를 동인(動因)으로, 고난과 희생의 삶을 살아온 어머니들의 이야기와 모성애의 가치를 의지적 안무와 연출로 구성한 작품이다. 초연(1996년) 이래 예술적 가치로 지속적 앙코르 무대를 이어 가는 이 작품은 지난해 스물여섯이라는 나이테로 30회 이상을 공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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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총연출·안무의 '에미 母 Emi: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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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2022)는 이 땅을 살아온 어머니들의 초상이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살아온 노파(신미경)를 통해 끈질긴 생명력의 근원인 모성애와 배달겨레가 소지한 한(恨)의 정서를 관혼상제에 걸친 전통 의례와 다양한 놀이형식으로 형상화해낸다. 마초에 희생당한 숱한 여성들의 영혼을 달래는 현대적 감각으로 다듬은 진혼무(鎭魂舞)이다. 여성은 스스로 진취적 저항의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옹호하고, 내면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한다. 「에미」(2022)는 영원한 생명의 근원인 모성을 찬(讚)한다.

「에미」(2022)는 프롤로그(여인의 일생)와 에필로그(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숲)를 두르고 1장 : 바람에 밀려온 生(A life blown by the wind), 2장 :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방(A room that nobody loves), 3장 : 파티-욕망의 집(Party) 4장 : 슬픔의 노래(A song of sadness) 5장 : 회상의 저편(Beyond the reflection) 6장 : 세월의 너울(Flowing time) 7장 : 장엄한 예식(Grand Funeral) 8장 : 삶과 죽음이 만나는 언덕(A Hill meeting life and death) 9장 : 죽은 영혼을 위한 찬가(A song in praise for dead spirit)로 구성된 현대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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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의 인기 레퍼토리 3부작은 「에미」(1996), 「유랑」(1999), 「윤무」(2011) 이다. 이 세 작품은 초연 이래 꾸준히 인기 있는 앙코르 공연 레퍼토리에 속한다. 「에미」는 현대사회의 이기심과 소통의 부재 속에 상처받은 영혼들을 달래면서 모성의 신비와 생명의 연속성을 춤의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유랑」은 한민족의 디아스포라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고, 「윤무」는 여성과 예술에 걸쳐있는 박명숙의 삶을 투영한 작품이다. 서른에 가까운 「에미」를 지금 마주해도 싱그런 감(感)의 각(角)을 지내고 있으니, 이는 오로지 안무가 박명숙의 ‘정성의 결실’이다.

긴 시간이 프롤로그로 흘렀다. 사이에 동지가 지나갔고, 공화국엔 진눈깨비를 인 겨울이 성큼 들어섰다. 다시 봄이 여름을 불렀다. 구분이 없는 계절은 노파가 회색 도시로 밀려오건, 국적 없는 유랑으로 흘러가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브레히트가 구급차의 경음으로 차갑게 어미를 부를 때 배란(排卵)과 생명력을 암시하는 할머니의 달걀 꾸러미는 경시되고, 심지어 웃음거리가 되었다. 향락의 쓰나미가 밀려와 전통적 윤리관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쓰레기통을 뒤집어쓴 여자들이 남성들의 비인간적 사고를 경고하며 출산 콤플렉스를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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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총연출·안무의 '에미 母 Emi: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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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은 현대무용의 성취를 즐기는 안무가이다. 나이를 잊은 채, 노릿하게 익어가는 현대무용의 한 들판에서 자신을 반성하는 참회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무슨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경계하며 사표(師表)를 보이겠다는 엄숙한 선언이다. 그 모습이 노파의 죽음과 연관되어 진다. 노파는 죽어가면서 지난날을 회상한다. 젊은 날의 꿈과 여성에게 부과된 가혹한 일상이 숲과 길로 상징화된다. 보자기와 장대의 비유, 여인의 보자기(남편)는 그녀의 꿈이며, 숙명적으로 이고 살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의 짐이다. 빨간 양산에 부채를 든 여인이 후처의 상징이다.

이 땅의 여인들은 ‘장엄한 예식’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난 시절의 사랑과 출산, 모성의 신비는 대나무 숲과 물의 이미지가 대신한다. 그 이미지 너머 삶과 죽음이 만나는 언덕에 검은 달 아래 초승달을 닮은 배가 정박해 있다. 붉은 천이 펄럭이고, 죽은 영혼을 위한 찬가에서 생명의 영속성과 모성의 위대함이 두드러진다. 노파가 울창한 대숲에 다다르자 그 숲 사이로 한 마리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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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총연출·안무의 '에미 母 Emi: Mother'

가 날아간다. 노파의 영혼이다. 죽음은 삶의 또 다른 형태, ‘에미’는 순리를 거쳐 영속의 땅, 모든 종교의 선한 영역에 이른 것이다.

안무가 박명숙은 후일담을 통해 현재와 다른 공간 속의 ‘에미’의 영혼을 정성껏 위로하고자 한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숲에서는 맑은 풍경소리가 이어지고, ‘봄날은 간다’가 퍼진다. 사계의 이미지 변주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꽃가루가 휘날리고, 가면무가 이루어진다. 그녀는 겸손함으로 자신의 내공의 깊이를 감추고, 완벽한 안무작이 빈틈없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늘 초연처럼 긴장된다고 엄살을 떤다. 사실 푸르른 날의 '에미'역은 박명숙이 맡아 왔었다. 박명숙 사단의 현대무용 「에미」(2022)는 견고한 틀 속에서 전작과 비교하여 미묘한 움직임의 차이만 보일 뿐 완벽하며 촘촘한 구성과 창의적 정교함이 기교 속에 두드러진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제공 서울댄스씨어터 Photograph ⓒ 김강민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제공 서울댄스씨어터 Photograph ⓒ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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