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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원인 깨달아야 의식적인 노력도 효과 있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52)] '작심삼일'과 무의식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3-01-11 11:08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에 금주나 금연 등을 결심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가 쉽다. 그러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새해에 세운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도 높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에 금주나 금연 등을 결심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가 쉽다. 그러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새해에 세운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도 높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2023년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다. 이때쯤이면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리는 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대부분 새해 첫날부터 시작하려던 계획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는 허탈한 내용이다. ‘작심삼일’은 보통은 ‘마음먹은 것이 삼 일을 못 가서 흐지부지되는 행태’를 이르는 말이다. ‘마음먹는’ 대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금까지 하던 행동이나 습관을 그만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작심삼일’에서 많이 거론되는 것은 지금까지 하던 것을 하지 않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것이 새해 첫날에 하는 금주(禁酒)나 금연(禁煙) 결심이다.

이처럼 ‘작심삼일’이 많이 회자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접근을 통해 그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심삼일’은 생리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이기도 하다. 힘든 일을 시작할 때 감정·수면 등의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이 물질은 보통 행복을 느끼게 하고 우울이나 불안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세로토닌의 분비는 72시간가량만 지속된다. 따라서 72시간이 지나면 세로토닌 작용이 끝나 목표가 더욱 힘들게 느껴지고 포기하고 싶어지게 된다.

'작심삼일' 생리학적 증명…여러 분야서 원인규명 노력


이때 며칠 그만둔 행동을 다시 시작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난다. 일종의 반작용(反作用)이 일어난다. 이 반작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지력(意志力)’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작심삼일’을 극복한 경험자들이 의지력을 강하게 가지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의지력은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꿋꿋하게 지켜 나가는 힘’이다. 강한 의지력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만약 사람에게 ‘생존 의지’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또 개인에게도 의지력의 유무와 방향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 그래서 의지력을 강하게 키우는 다양한 조언들이 시중에 많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의지는 단순하게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안 하거나 싫은 것을 참고 무조건 인내하는 행위와는 다르다. 일단 뭔가를 바꾸고 싶은데 힘들고 잘 되지 않으면 참고 견디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안 된다면 왜 그런지 일단 원인부터 여러 방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후에야 잠재된 의지력도 훨씬 강하게 발휘될 수 있다.

하지만 의지력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지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작심삼일’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겨났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동에는 의지력 외에도 다양한 힘이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원인을 찾아보지 않고 한 가지 원인에 모든 것을 돌리면 실패했을 때 자신은 의지력이 약하다는 자책감만 느낄 수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작심삼일’ 현상을 설명할 수도 있고, 의지력의 강도로 설명할 수도 있다. 이 다양한 설명들이 모든 행동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행동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능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즉 어떤 행동이 지속되는 데는 그 행동이 중요한 심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행동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행동의 의미를 우리가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또한 정확한 의미를 모를 수도 있다. 즉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의식할 수도 있지만, 또한 의식적으로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은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무의식적 의미나 동기를 알지 못하면 의지력이나 의식적인 노력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즉 ‘작심삼일’을 멈출 수 없다.

현재의 행동은 과거의 산물이다. 즉 현재 하는 행동을 의식적으로는 그만하고 싶지만, ‘작심삼일’이 되풀이되는 경우 그 행동을 하는 중요한 무의식적 원인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왜냐하면 의식적으로 고치려는 행동이 의지력만으로 변할 수 없다면, 그것은 그 행동이 나름 무의식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무의식적 원인을 깨닫지 못한다면 의식적인 노력은 별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경험자들 "의지력 강하게 가지는 게 중요" 조언


한 내담자가 지나친 음주 문제로 상담받기 시작했다. 그는 자주 과음(過飮)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생활에서 문제가 될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육자인 그는 모든 면에서 성실하고 유능한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학생들도 스승으로 존경하고 잘 따랐다. 가족관계 특히 부부 사이에 금슬(琴瑟)도 좋았다. 다만 부부 사이의 유일한 갈등은 내담자의 지나친 과음 탓이었다. 부인은 지나친 음주로 남편이 건강을 해칠 것을 염려할 뿐만 아니라, 혹시 과음 후 학생들에게 실수할까 봐 항상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 가면서 내담자 자신도 자신의 음주가 문제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매년 초마다 금주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작심삼일’이었다. 그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한 번 결심하면 그대로 행했지만 과음만은 어쩔 수 없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내담자는 과음의 무의식적 동기를 통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렸을 때 지나치게 엄격했던 아버지에 대한 ‘소극적 반항’이었다. 아버지 또한 교육자였는데, 그는 아들에게 교육자인 자신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아들을 ‘모범생’으로 양육하였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고, 아들의 자율적인 선택보다는 자신의 체면이 깎이는 행동을 절대 하지 못하도록 지나치게 엄격하게 훈육하였다. 그 아버지가 제일 금했던 것이 바로 음주였다. 물론 아버지 자신도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마음 놓고 음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주를 하면서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느꼈다. 그는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서 술을 즐겨 마시게 되었고, 취기가 오르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게 되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의 자유를 억압한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아버지가 금했던 음주를 하면서 표현하게 되었다. 음주는 무서웠던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 저항과 복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늙어 가면서 더욱더 아들을 통제하려는 아버지에 맞서 과음을 일삼게 되었다. 그에게 과음은 아버지에 대한 저항과 분노의 무의식적 표현이었다.
과음의 무의식적 의미를 통찰하면서 내담자는 지나친 두려움과 죄책감 없이 아버지에 대한 속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술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그는 절주(節酒)를 넘어 금주를 하게 되었다. 건강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실수의 두려움 없이 훨씬 즐거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조건 인내보단 원인부터 찾아보는 노력 필수


담배를 피우는 것도 성인(成人)으로 또는 대등한 관계로 인정받는 유용한 수단으로 종종 사용된다. “맞담배를 피우다”라는 말도 있듯이, 담배 피우는 행동은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대등한 관계를 인정받는 의미도 있다. 동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금연하기가 어렵다.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는 사건들이 내적 혹은 외적으로 발생할 때, 생긴 불안감이나 화(火)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현실에서 견딜 수 있는 정도로 억압되거나 왜곡된다. 이 과정을 자아의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그리고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즉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어기제는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심리적 성숙의 정도에 따라 사용하는 방어기제도 달라진다. 성숙해 갈수록 사용하는 방어기제도 점점 성숙해 간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불안과 부정적 감정의 양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성숙의 정도는 무의식적인 억압이나 왜곡의 양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숙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를 의식화해야 한다. 방어기제를 의식하지 못하고 계속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면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만든 과도한 불안이나 부정적 감정의 원인이 의식화되지 않고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년(新年)과 같은 특별한 계기를 통해 ‘작심(作心)’을 한다는 것은 성숙하기 원한다는 다른 표현이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계속 사용하면 결국 큰 낭패를 볼 것이라는 예감 때문에 ‘작심’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결심만 하고 의지력에 의존하기보다는 금하려는 행동의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단지 겉으로 나타난 행동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그 행동을 했을 때의 느낌이 무엇인지 또는 그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무의식적 의미와 기능을 깨닫게 되면 구태여 의지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반복적인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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