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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天·地·人' 소통과 화평의 춤사위로 아름다운 세상 표현

[나의 신작 연대기(6)] 정용진 총연출의 '춤의 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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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총연출의 '살풀이춤'

춤 향한 뜻 하늘로 이어지고/ 붉은빛 아름다운 일곱 구름으로/ 사위와 디딤은 깊이를 더해 갔다/ 돌 틈 사이 하늘이 내린 물길/ 모든 이치 깨우치는 보리수에 닿아/ 선지식 지혜존자의 삶 닮는다/ 하늘 뜻 푸른 움직임 거스름 없이/ 한삼 뿌리고 부채 펴고 접으며/ 보드라운 디딤에 사위를 넣어/ 얼음 타는 제비 부러움 사며/ 푸른 하늘 쏘아 올리고/ 부드러움 타는 청보리밭 깨어있게 하니/ 부채 위에 앉은 그림/ 고운 치마저고리와 춤추네/ 사물에 날라리 가야금 거문고 숨 가쁜 구음 봄을 피워 올리네/ 봄이 저만치 와 있네!


3월 4일(토)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2023 벽사 정재만춤 보존회 기획공연’으로 ‘벽사춤’ 주최, ‘벽사 정재만춤 보존회’ 주관의 '춤의 원류'가 공연되었다. 정재만(1948.03.04.~2014.07.12.)은 열정의 ‘푸른 춤의 역사’를 써낸 전통 무용가이다. 한성준-한영숙-정재만-정용진으로 이어진 정재만류 벽사춤은 ‘승무’, ‘살풀이춤’, ‘큰태평무’를 전통 춤의 기본축으로 삼는다. 무용수 67명, 대표 안무지도 6명, 해설 1명, 악사 9명, 스태프 20명이 참여한 전통 춤 향연은 그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군무의 조화는 부지런한 연습량에서 창출되었고, 복식으로 시대 구분이 되도록 제작된 영상이 국악단의 연주와 만나 벽사의 흥겨운 생일 분위기를 조성했다.

벽사(碧史)는 한영숙의 호(號)이다. 정재만은 그녀의 조부 한성준(초대 벽사)의 춤을 벽사춤의 원류로 보았다. 2대 벽사 한영숙의 제자 정재만은 한영숙 선생으로부터 벽사라는 호를 물려받고 3대 벽사가 되었다. 정재만은 벽사류 춤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실기와 이론에 걸쳐 지도했다. 정재만은 사단법인 ‘벽사춤 아카데미’(1991년 창립, 현재 ‘벽사춤’으로 명칭 변경)를 통해 숱한 후학을 양성하면서 전통 춤을 바탕으로 우리 춤의 대중화에도 앞장서 왔다. 아울러 국내는 물론 해외 공연을 통해 벽사춤을 알리면서 우리 춤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켰다. 그는 1996년 내림춤판을 통해 그의 아들 정용진에게 4대 벽사를 내려주었고, 이후 정용진은 200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1기 이수자가 된다.
정용진 총연출의 '승무'.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총연출의 '승무'.

정용진 총연출의 '광대무'.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총연출의 '광대무'.


벽사춤의 핵심 사상은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이다. 서울, 경기,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벽사춤은 삼재(三才)를 중시하고 천신(天神)·지신(地神)·인신(人神)과의 소통과 화평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작품들, 자신의 간절한 소원이나 풀어내야 할 한(恨)을 신께 고하고 풀어내는 제의작(作)을 다수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벽사춤의 외연적 확장은 송범·한영숙·김백봉에게서 사사한 정재만으로부터 이루어진다. 그는 세종대·숙명여대 교수를 거치면서 착근력을 보여주었고, ‘승무’ 예능 보유자로 지정되면서 벽사춤 전승 활동에 전격 임하게 되었다. 정년 퇴임 이듬해 갑작스러운 그의 타계는 무용계의 커다란 손실이 되었다.

승무·살풀이·큰태평무 등 정재만류 벽사춤 기본축

벽사춤은 사계의 대표인 사군자 매란국죽(梅蘭菊竹)의 정신을 기본축으로 삼는다. 여기에 ‘허튼 살풀이’, ‘사랑가’, ‘선비춤’, ‘청풍명월’, ‘훈령무’, ‘한풀이’, ‘광대무’, ‘북소리 사위’ 등을 보태고 변주하면서 대중성을 들추어낸다. 2023 벽사 정재만춤 보존회 기획공연 '춤의 원류'는 ‘승무’, ‘광대무’, ‘살풀이춤’, ‘선비춤’, ‘산조춤’(월하정인), ‘사랑가’, ‘큰태평무’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벽사 정용진의 벽사류 춤 전승 의지와 현재적 실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용진 소지의 정통 벽사춤 전승 정신은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공연 활동의 수범이 되고 있다. 정용진은 전통과 창작의 조화를 이루어 내면서 망각의 강 너머 ‘벽사춤’ 정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정용진 총연출의 '선비춤'.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총연출의 '선비춤'.

정용진 총연출의 '산조춤'(월하정인)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총연출의 '산조춤'(월하정인)


공연은 꼿꼿한 정신의 표상이자 한국 춤사위를 집대성한 ‘승무’로부터 시작되었다. 여백의 공간 구성미가 돋보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는 한국 춤의 백미라 불리며 미학적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벽사류 ‘승무’는 정용진까지 4대째 계승되고 있다. 정용진의 ‘승무’는 진법과 편제, 복식을 운용하며 우아하고 담백한 고품격의 춤을 선사했다. ‘광대무’는 한성준 고안의 춤이지만 고증적 형태가 불확실하다. 패랭이에 깃털을 꽂고 춤추는 조부의 사진을 토대로 손녀 한영숙이 고증하고 정재만이 재안무한 남성 독무는 무용극 '놀당갑서'에서 정재만 초연이었지만, 정용진의 ‘광대무’는 군무 구성과 요란의 사운드로 역동적이고 힘 있는 춤사위로 흥신을 주조했다.

핵심 사상은 중용의 미덕…무용수 6명 규모 압도적


‘살풀이춤’은 마음의 높낮이와 내면계를 오가며 영상, 샤막, 움직임을 운용하여 군무로 백색 제의의 국향(菊香)을 과시했다. ‘즉흥무’나 ‘수건춤’으로 불리던 춤은 한성준의 부민관에서의 공연(1935년) 이후 ‘살풀이춤’으로 명명되었다. 인간의 한과 비탄을 신과의 교감으로 해원(解寃)하는 춤은 예술로 승화되어 인간 내면의 다층적 구조를 표현해내며 정중동의 묘미와 절제미의 극치를 이루었다. ‘선비춤’(정재만류)은 정중동의 기교가 두드러지고, 선비의 품격과 남성성이 전통 춤사위로 잘 표현된다. 거문고 가락과 굿거리·자진모리장단에 맞추어 추어지는 연기력 충만한 구인 ‘선비춤’은 산수화를 배경으로 중량감 있는 전통 춤의 깊이로 다가온다.
정용진 총연출의 '사랑가'.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총연출의 '사랑가'.

정용진 총연출의 '큰태평무'.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총연출의 '큰태평무'.


‘산조춤’(월하정인)은 정재만의 ‘청풍명월’을 정용진이 신윤복 화(畵) ‘월하정인’의 느낌으로 재안무한 작품이다. ‘산조춤’은 여성 춤의 대표로서 기능해왔다. 정재만은 음양의 조화를 위해 거문고 선율을 사용해 여성 독무를 더욱 확장했다. 정용진은 ‘산조춤’(청풍명월) 음악을 신쾌동류 가야금 산조에서 ‘산조춤’(월하정인)에서는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가락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5계 장단 구성의 송범류 맨손으로 추는 ‘산조춤’을 정재만이 이어받아 애틋한 감정의 부채를 들고 추는 춤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상상하게 만든다. 4대 벽사 정용진의 ‘월하정인’은 ‘청풍명월’과 달리 춤사위 구성이 화려하며 달빛 아래 여인의 아련한 마음을 고조시키는 감정표현과 공간감을 확장했다.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사랑가’ 대목을 춤으로 고안한 것이다. 춤의 시원은 조택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송범·김문숙, 김현자·정재만(춘향전, 1976), 김종우·박서연의 2인무로 이어졌다. 이번 ‘사랑가’ 2인무에서 빨간 치마, 노란 저고리의 여인은 남심을 훔치면서 남성과 멋진 연애 감정과 애절한 사랑을 연기해 내면서 '춤의 원류'에 이바지했다. ‘태평무’는 여름날의 난향(蘭香)을 불러오는 춤이다. ‘태평무’는 나라와 백성의 태평성대를 바라는 왕과 왕비의 마음을 담은 춤이다. 한성준이 정리한 이 춤은 정재만에 의해 계승·발전되었다. 한영숙의 태평무는 붉은 원삼 속에 당의를 입고 양손에는 한삼을 끼고 추어지다가 당의만 입고 추는 춤으로 간결하게 바뀌었지만, 정재만에 의해 다시 복원되었고 군무화되면서 ‘큰태평무’라 명명되었다. 이번 공연은 35명이 출연한 매머드급으로 화려한 복식, 완전히 가동된 조명, 하이키 라이트에, 무대까지 확장한 장엄한 ‘큰태평무’였다.

정용진은 벽사춤의 ‘정통성과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벽사 특유의 춤 기교와 흥을 실은 ‘광대무’, ‘선비춤’, ‘사랑가’, ‘산조춤’에 벽사의 제자들을 과감하게 투입해 생일잔치를 푸른 기운이 넘실대도록 만들어버렸다. 내년이면 벽사가 타계한 지도 10년이 된다. 그동안 벽사의 후학들은 쉼 없이 정진하여 벽사의 춤 정신을 이어왔다. 정용진을 투사한 벽사춤은 수맥을 관통한 듯한 유연성과 전통 춤 계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꼽을 수 있었다. 정용진은 춤의 흐름을 조율하며, 벽사춤의 사군자(매(梅, 학춤), 란(蘭, 태평무), 국(菊, 살풀이춤), 죽(竹, 승무)) 가운데 학춤을 제외한 3무(3舞)를 선보이면서 벽사춤의 차별성을 두드러지게 표현하였다.
벽사 한영숙의 '춤의 원류'에 출연한 출연자들.이미지 확대보기
벽사 한영숙의 '춤의 원류'에 출연한 출연자들.


정용진은 국립국악고를 졸업하고 세종대 무용학 박사이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벽사춤 대표, ‘벽사 정재만춤 보존회’ 회장, 한영숙춤 보존회 부회장, 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 이사,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로서 '춤의 원류'를 밝히는 작업에 강한 충격을 남기면서 무난하게 마무리하였다. 2000년부터 시작된 다수의 대상 수상이 다시 시작될 조짐과 함께 해외에서 우리 춤을 알리는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춤의 원류'는 전통 춤의 깊이와 춤사위를 알리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벽사춤의 대중화와 고급화에 힘쓰겠다는 각오로 다가왔다.


장석용 예술평론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예술평론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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