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합의 복귀 전에도 원유 수출 눈감고 베네수엘라의 유럽 지역 원유 수출 허용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사실상 중단됐다. 미국은 핵 개발을 강행하는 이란에 제재를 가했고, 그 핵심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란이 서방에 원유를 수출하려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 핵 합의가 조 바이든 정부 등과의 재협상을 거쳐 복원돼야 한다.
이란은 지난 2015년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과 핵 프로그램 동결 또는 축소를 대가로 미국, 유엔, 유럽연합(EU)의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핵 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 이후 이란은 강력한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란은 미국의 전면적인 원유 수출 제재에 맞서 '회색시장'을 이용해 원유를 판매해왔다. 회색시장은 공식 유통채널을 벗어난 매매 통로로, 불법 암시장과 달리 불법과 합법의 중간 지대를 일컫는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제재 대상인 이란 국영석유회사가 아닌 민간 기업을 통해 환적·원산지 변경 등의 방법으로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수출했다.
비톨 그룹의 마이크 뮬러 아시아 지역 책임자는 UAE 두바이에 있는 팟캐스트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휘발유 가격을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미국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 유통에 눈을 감을 것이고, 실제로 그런 유통에 미국이 개입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국은 최근 그리스 남부 에비아섬 인근에 정박했던 이란 국적의 유조선 라나 호에 실려 있던 이란산 원유 10만여t을 압류해 다른 선박으로 옮겼다. 그리스 당국은 지난달 말 기술적 문제 등을 일으켰던 이 선박이 대이란 제재를 위반해 이란산 원유를 수송했다며 억류 조치했다.
이란은 지난달 27일 걸프 해역에서 2척의 그리스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 유조선에 실린 석유를 압류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그리스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여겨진다.
뮬러 비톨 그룹 책임자는 “미국이 최근 이란 원유를 압류한 것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신호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는 또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최근 미 정유사 셰브론에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원유사업 재개 논의를 허가했다.
1920년대부터 베네수엘라 국영 정유사 PDVSA와 거래해 온 셰브론은 2019년까지 베네수엘라에서 하루 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으나, 2020년 트럼프 당시 미 정부의 명령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친미 성향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측이 서로 선거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부정선거를 이유로 베네수엘라 현 정권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했고, 베네수엘라 야권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옹립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60여 개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아닌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이탈리아 에니와 스페인의 렙솔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유럽 지역에 수송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부분 금수 조처에 따른 원유 부족분을 메울 수 있도록 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 정권과 야권의 과이도 수반 간 대화 재개를 종용하려 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국은 이번에 에니와 렙솔의 베네수엘라 원유 거래를 허용하면서도 미국의 셰브론, 인도, 프랑스 등의 정유 회사에 대해서는 그런 거래 허가 승인을 하지 않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