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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판 맥도날드, 예상밖 좋은 출발에도 앞길 험난한 이유

김현철 기자

기사입력 : 2022-06-23 13:34



맥도날드 간판을 내리고 러시아 브랜드로 새로 창업한 패스트푸드 체인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모스크바 매장이 처음 문을 연 지난 12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매장 앞에서 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맥도날드 간판을 내리고 러시아 브랜드로 새로 창업한 패스트푸드 체인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모스크바 매장이 처음 문을 연 지난 12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매장 앞에서 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서 32년만에 완전히 철수하면서 맥도날드 간판을 내리고 새로 등장한 러시아판 맥도날드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개업 실적이 공개됐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 새로 단장한 매장이 영업에 들어간 가운데 브쿠스노 이 토치카 간판을 새로 내건 매장들에서 개업 첫날 팔린 햄버거가 12만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 간판으로 영업할 때도 달성하지 못한 신기록이란 점에서 브쿠스노 이 토치카 경영진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낙관하기는 때이르다는 지적이다.

◇개업 첫날 햄버거 12만개 판매...맥도날드 시절에도 못세운 기록

알레산더 고버 브쿠스노 이 토치카 창업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알레산더 고버 브쿠스노 이 토치카 창업자. 사진=로이터


올렉 파로예프 브쿠스노 이 토치카 최고경영자(CEO)는 22일 로이터통신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영업 첫날 햄버거 12만개를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맥도날드 간판으로 영업을 하던 시절에도 하루에 이만큼 햄버거가 많이 팔린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파로예프 CEO는 맥도날드가 러시아 사업을 접기 전에도 맥도날드 러시아 법인을 총괄한 인물.

하지만 맥도날드로부터 러시아 사업권을 인수해 브쿠스노 이 토치카라는 새 브랜드를 만든 기업인은 시베리아 지역의 유명 사업가인 알레산더 고버다.

지난 12일 15개 매장이 문을 열었고 그 다음날 35개 매장이 추가로 영업에 들어갔다.

파로예프 CEO는 “앞으로 4~5년 안에 러시아 전역에 걸쳐 매장을 10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 간판으로 영업했던 곳 가운데 브쿠스노 이 토치카 매장으로 전환할 곳이 이 정도라는 뜻이다.

그는 맥도날드 매장을 브쿠스노 이 토치카 매장으로 바꾸는 작업 외에 브쿠스노 이 토치카 신규 매장을 차리면 이 정도 규모로 체인을 넓히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가 러시아에서 철수하기 전 운영했던 매장은 850곳 정도였다.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영업에 들어간 브쿠스노 이 토치카 매장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영업에 들어간 브쿠스노 이 토치카 매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파로예프 CEO는 브쿠스노 이 토치카를 맥도날드보다 더 큰 체인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장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개업 때 나타난 기록적인 매출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파로예프는 향후 여러 가지로 예상되는 어려움 가운데 맥도날드 레시피에 따라 써왔던 재료와 맥도날드와 그동안 거래해왔던 재료 및 자재 공급업체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아울러 맥도날드 간판은 내렸지만 맥드날드 상표를 사용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패스트푸드 매장들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맥도날드 매장이었지만 현재는 맥도날드 간판을 내린 대신 맥도날드 로고가 박힌 포장지를 쓰거나 키오스크 메뉴판도 맥도날드 시절의 제품을 그대로 쓰면서 영업을 계속하는 패스트푸드점들이 상당수라는 것.

고버 창업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가 맥도날드로부터 인수한 매장은 약 700곳 정도. 약 100여곳의 매장 가운데 이같은 방식으로 영업하는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파로예프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패스트푸드점에 대해 우리는 당연히 불편한 입장일뿐 아니라 맥도날드 상표를 계속 쓰는 것 자체가 불법 행위”라면서도 딱히 손을 쓸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가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브쿠스노 이 토치카가 맥도날드라는 상표의 사용과 관련해 이래라 저래라 할 아무런 권한이 법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메뉴의 품질과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도 브쿠스노 이 토치카가 떠안은 숙제라고 파로예프 CEO는 밝혔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패스트푸드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의 99%는 국내에서 조달되지만 비중은 작아도 외국에서 들여올 수 밖에 없는 재료도 있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다 국제사회의 제재조치까지 겹친 상황에서 우려가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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