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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의 반도체 對中제재 거부 '시장의 반란'

네덜란드 ASML, 미국 요구 반대… 한중일도 중국에 제품 판매 계속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2-11-29 16:07

ASML 네덜란드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ASML 네덜란드 본사. 사진=로이터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은 중국에 대한 자사의 기계 판매를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반대했다.


네덜란드 정부도 워싱턴의 요청에 양보할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 보도는 네덜란드 리셰 스라이네마허 무역장관의 발언을 빌려서 거부 입장을 전했다. 11월23일 네덜란드 의회에서 “우리 자신의 이익, 즉 국가안전뿐 아니라 경제 이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이 ASML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버릴 수 없는 시장이다.

ASML은 세계 최고의 리소그래피 장비를 만들고 거의 200개의 DUV 장비를 중국 칩 제조업체에 판매했다. 폭이 7나노미터 이하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최첨단 극자외선 장비인 EUV는 워싱턴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미국은 중국 판매를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7나노 이상의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DUV 기술은 미국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ASML은 “수출을 중단하라”는 미국 요구에도 중국에 계속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네덜란드의 태도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이달 말 네덜란드를 방문하여 미국 입장을 다시 설명할 예정이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한국도 중국에 고급 칩을 판매 중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도쿄 일렉트론, 캐논, 니콘 등 일본 기업들도 중국에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칩 제조 기계의 약 20%를 구매하는 중국에 대한 선적을 중단하라는 워싱턴의 요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의 TMSC와 한국의 삼성만이 7나노미터 미만인 초소형 트랜지스터로 밀도가 높고 에너지 효율적인 칩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 제한 조치를 1년 유예했다. 삼성은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중국 바이두에 3나노미터 칩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칩을 바이두용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 최고의 기술회사 중 하나인 바이두는 “투자자들에게 미국의 규제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바이두는 “고급 칩이 필요한 일부 비즈니스의 경우 이미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이두는 자체 개발한 AI 칩인 2세대 곤륜을 7나노 미세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다. 바이두는 투자자들에게 “칩 판매 규제로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체 혁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성숙 공정으로 알려진 칩들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산업, 물류ㆍ광업 응용 분야에 주로 활용된다. 중국은 아직 7나노 미만의 초미세 공정에는 실력이 떨어지지만 성숙 공정에서는 제조능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 현재 필요한 것은 초미세 공정 제품이 아니라 성숙 공정 칩이며, 아직 중국 시장 내에서 성숙 공정에 대한 수급도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상무부가 지정한 규제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중국 시장에 판매가 가능한 성숙 공정 칩을 설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11월7일 최신 프로세서와 기능은 같지만 속도는 느린 AI 프로세서를 중국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국 칩 수출 규제로 인해 칩 판매를 완전히 금지하면 미국 생산업체가 수익의 37%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상무부의 중국에 대한 칩 수출 규제는 기업 로비를 방지하기 위해 업계와 협의하지 않고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이 공화당 우세를 보였기 때문에 친기업적인 공화당 의원들은 성숙 공정 칩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익을 위해 규제의 허점을 찾을 것이다.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연구개발에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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