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5~5.25% 제시…월가는 5% 이하에 베팅

연준은 월가가 성급하게 기대를 하지 않도록 긴축 통화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월가는 연준이 곧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올해 말에는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데 베팅한다.
미국 뉴욕 증시의 간판인 S&P500 지수는 올해 약 4.4%가량 올랐다. 이는 월가의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상 조기 중단 가능성과 미국 경제의 짧고, 가벼운 침체 시나리오를 믿기 때문이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에 미국의 기준 금리가 5%를 넘을 것이고, 올해 안에 금리를 다시 내리는 ‘피벗’(pivot)이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특히 지난 70년대와 같은 ‘스톱 앤드 고’ 정책을 다시는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연준은 그 당시에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고 금리를 올렸다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서둘러 금리를 내렸고, 그 결과 다시 인플레이션이 치솟았다. 미국 경제는 그 여파로 1980년대 초에 더블 딥(이중 침체)에 빠졌다.
월가는 연준의 확고한 긴축 통화 정책 기조에 여전히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4.25~4.5%이다. 시카고 상품 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오는 1월 31~2월 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다시 0.25% 포인트 올릴 게 거의 100% 확실하다고 본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도 0.25% 포인트 인상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연준이 2월 1일에 0.25% 포인트를 더 올리면 기준 금리가 4.5~4.75%가 된다.
문제는 그다음 순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최종 금리’(terminal rate)가 5~5.2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최종 금리에 도달하려면 연준이 오는 2월 1일에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뒤 한 번 더 0.25% 포인트를 더 올려야 한다. 연준이 2월 1일에 이어 3월 21~22일에 열리는 FOMC에서 마지막으로 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최종 금리 예상치 5~5.25%에 이르면 더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CME 그룹의 페드워치가 예상했다.
AP 통신은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5~5.25% 금리 전망치를 선물 투자자 다수가 실제로 믿지 않는다”면서 “투자자들은 최종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4.75~5%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AP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연준이 대체로 물가를 통제하는 데 성공했기에 더는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월가는 지난해 12월 6.5%였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내에 연준의 목표치인 2%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AP가 도이치방크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연준은 이와 반대로 연말 CPI 예상치를 3.1%로 잡고 있다. 연준은 현재 3.5%인 실업률이 올해 연말에 4.6%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실업자가 150만 명가량 쏟아져 나온다고 AP가 지적했다.
만약 연준이 월가의 기대감에 부응하면 주가가 급등하고, 이것이 소비를 부추겨 다시 인플레이션이 오를 수 있다. 이는 연준이 피하려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연준이 월가가 그런 기대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는 차원에서 월가의 예상치보다 금리를 더 높게 올리는 과잉 대응을 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