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글로벌 기업 '세계 50위권'에 日 기업 달랑 1개 남았다

일본 기업들이 ‘세계 50위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고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의 순위도 사상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기업 경쟁력만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경쟁력이 줄면서 국내총생산도 계속 줄고 있다. 2020년 5조 달러에서 2021년 4조9100만 달러, 2022년에는 4조1000억 달러로 줄었다.
코로나 이후 일본 경제는 하강세를 거듭하고 있다. 역사적인 변화가 다가온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읽고 제때 대응한 기업은 올라가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 기업은 낙후되는 것이 냉혹한 기업 세계의 법칙이다.

이것은 “주식회사 일본”의 문제이다. 잃어버린 30년 동안 세계와의 격차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2010년 G2에 올라선 이래 글로벌 50위 기업에 대거 포함된 데 반해 일본은 G2 자리를 내준 데 이어 대표 기업들조차 50위권에서 자리를 내주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1988년 말 기준으로 세계 50위권 가운데 상위 32개 기업이 일본 기업이지만, 2009년 기준 일본 기업은 토요타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토요타는 2023년 2월에 39위로 떨어졌다. 토요타가 ‘World's 50’ 목록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이다.

2019년 말 이후 시가총액 순위 변화를 보면 토요타의 세계 1위 왕좌는 시가총액이 8.6배로 급등한 미국 테슬라에 넘어갔다. 독일의 자동차 대기업 폭스바겐도 전기차 계획의 지연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면서 시가총액을 5.7배로 늘린 중국 전기차 비야디(BYD)에 추월당했다.

이렇게 가면 일본 기업들이 ‘세계 50대 기업’에서 모두 사라지는 것이 점차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주된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변화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토요타의 경우도 내연 엔진에서 수소로 넘어가면서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 경쟁력을 잃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선진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요구를 읽는 데 둔감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새로운 기술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보험이나 은행업에 경도된 것도 성장세를 이끌지 못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유아용품과 성인용품을 주로 생산하는 유니참은 일본 시장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눈치채고 신흥국으로 진출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60% 이상이다.

반면, 굴지의 화학회사이자 가정용·업무용 세제와 화장품을 판매하는 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50% 미만이다. 이는 카오가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큰 해외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위기는 두 회사의 차이점을 드러냈다. 끊어진 공급망으로 인해 제품의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유니참이 의존하는 신흥 시장 국가는 수요가 강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가 쉬웠다.

반면 국내 판매 비중이 큰 카오는 엔화 약세에다 수입 물가 상승이 높아 성장이 주춤했다.

일본의 기업 경쟁력이 살아나고 다시 국민 생산성이 높아지려면 현재와 같은 발전전략으로는 어렵다. 일본은 다시 반도체에 도전하고 있지만 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강대국이다. 세계 유수의 경제 예측기관들은 여전히 일본이 2030년 이후에도 글로벌 톱4에서 톱5 위치를 지킬 것으로 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