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리튬 대신 다른 물질을 사용하는 2차전지(재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미국 정부로 부터 4억 달러(약 53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9일(현지시간) 기술전문매체 슬래시닷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 파퓰러 사이언스 등을 인용, 리튬 대신 아연에 기반한 재충전 배터리를 개발한 스타트업 ‘EoS 에너지’가 미국 정부로부터 4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Eos 에너지가 개발 중인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나 인산철 대신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아연(Zn)을 음극재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로 인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장시간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아연 기반 배터리는 이 회사가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지난 1970년대 미국의 석유회사 엑슨(Exxon)의 연구원들이 아연-브롬 기반 배터리의 특허를 출원했다. Eos는 지난 10년 동안 아연 기반 배터리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할로겐화한 아연을 사용하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Eos의 연구 개발 담당 부사장 프랜시스 리치(Francis Richey)는 “우리의 배터리는 유기 용매 대신 수성 전해질을 사용해 안정성이 더 높고 불이 붙지 않는다”라며 “수명이 약 10~15년인 기존 리튬 기반 배터리와 비교해 우리의 배터리는 약 20년으로 수명이 더 길고, 능동 온도 제어와 같은 각종 안전 장치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Eos의 반자동 공장은 현재 연간 약 540메가와트시(MWh) 용량의 아연 기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Eos는 이번에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원한 3억 9800만 달러의 대출 자금을 최대 4개의 최첨단 생산 라인 증설에 사용, 오는 2026년까지 연간 저장 용량을 8기가와트시(GW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미국 평균 30만 가구에 즉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Eos에 조건부로 대출을 승인한 DOE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Eos가 거의 모든 재료를 미국 내에서 조달해 시장 변동성과 공급망 문제로부터 제품을 더 잘 보호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DOE가 아연 기반 배터리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기존 2차전지 핵심 소재로 꼽히는 리튬을 대신할 소재를 발굴해 리튬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선을 다양화하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EV)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DOE는 앞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지열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도 유사한 대출을 승인한 바 있다. 리튬 대체 소재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투자는 이번이 최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