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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산업시각] 대우조선 사장 선임, 왜 정치 이슈?

‘36년차 대우맨’ 박두선 대표…LNG 기술 최고 전문가
민간기업 답게 절차 따라 후보군 가운데 적임자 선정
끼워 맞추기식 정치권 공격에 그동안 업적 평가 절하
신‧구 권력간 갈등 지속, 후진국형 정치권 자임한 꼴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2-04-01 17:02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진=대우조선해양이미지 확대보기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진=대우조선해양
2010년대 중반을 전후해 취재차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를 방문한 조선 담당 기자들이라면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조선산업에 기회를 안겨준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에 대해 설명해준 회사의 임원이 이번에 선임된 박두선 대표이사다. 어려운 기술과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박 대표 덕분에 기자들이 정확한 기사를 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되었다.

1960년생으로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올해로 36년차 대우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경력의 대부분을 생산 부문에서 채운 박 사장은 회사가 LNG사업 추진 초창기 때부터 참여해 사내에서는 물론 조선업계에서도 LNG와 관련한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국내 경쟁사이자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2018년까지 수주 가뭄을 겪을 때, 대우조선해양은 선사들로부터 일거리를 받았는데, 생산 부문을 전담했던 그가 무리 없이 조업을 이끌어나갔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특수선사업본부장(전무)에 이어 조선소 전체 살림을 책임지는 조선소장(전무‧부사장)으로 승진해 임기를 마친 이성근 전 대표이사에 이어 회사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전문 경영인이 우대받는 조선산업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조선산업은 설립자 시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회사에서 장기간 근속한 전문 경영인이 CEO(최고경영책임자)를 맞는다. 조선산업은 영업과 생산‧금융‧조달 등 제조업과 관련한 모든 범위가 집약한 산업으로 생태계가 매우 복잡하다. CEO가 이러한 것들을 모두 들여다 보고, 결정하려면 20~30년 동안의 동종업계 종사 경력과 노하우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오너 설립자가 CEO를 맡은 건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그것도 정부로부터 공사가 중단된 옥포조선소를 넘겨 받은 첫해인 1978년에 잠깐 맡았을 뿐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회사를 설립했지만 현대중공업 직함을 한 번도 갖지 않았고, 조선소 건립을 위해 외국인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아들이자 대주주인 정몽준 현대아산복지재단 이사장이 1978년 입사해 1982년에 사장, 1987년 회장에 올랐으나 정치활동에 전념하느라 회사를 직접적으로 이끈 이들은 전문경영인이었다. 2009년 입사했다가 2015년 상무로 다시 회사에 들어온 손자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7년 간의 경영수업 끝에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책임지는 경영자’로서의 첫발을 뗀 것일 뿐, 그룹 총수로서 올라서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삼성중공업은 아예 오너 일가가 경영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거제 조선소를 방문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채권단도 CEO에 낙하산 인사 개입 어려워


이러한 조선산업의 특성상 CEO를 선임하는 작업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CEO 후보자 양성 시스템도 그렇게 구축되었다.

최근 박 사장 선임 건을 두고 청와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충돌했다고 한다. 인수위는 청와대의 알박기 인사라고 주장하고, 청와대는 모역적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내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 정권과 차기 정권 사이에 낀 대우조선해양은 느닷없이 고래등에 새우등 터진 격이 됐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여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CEO 선임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눈치를 봤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쨌건 대주주이니까. 그럼에도 새로운 CEO를 뽑는 후보는 사내 경영진들 가운데 능력을 입증한 이들로 선정했고, 기업 고유의 절차에 따라 선임했다.

하지만, 채권단 관리에 있어도 어쨌건 대우조선해양은 민간기업이다. 민간기업은 민간이 주도한다. 국책은행 채권단이 대주주라고 해서 공기업이 아니라는 거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것이 색안경을 쓰고 본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대통령이 처음 조선소를 방문했을 때 LNG 사업에 관한 브리핑을 당시 상무였던 박 사장이 맡았던 점도 시비를 걸만하겠다. 나아가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이라는 점까지 밝혀지면서 시나리오를 깔끔하게 짤 수 있는 레시피도 완성됐다. 때마침 공기업 사장 알박기 인사 논란까지 불거져주니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런 논란으로 30년 넘게 조선산업에 헌신해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위상을 드높인 주인공을 매도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을 비롯한 외부 방문객 브리핑은 회사 내에서 가장 지식이 많은 사람을 맡기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조선산업에서 시장 점유율 2위인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정권 입김에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치권의 시각은 너무나 후진적이다.

새롭게 회사를 맡은 경영자에게 힘은 실어주질 못할망정 사기를 죽여서는 안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처럼 조선경기 사이클이 어느 때보다 좋은 지금 시기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이슈로 대우조선해양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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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산업부장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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