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시승한 신형 골프 GTI는 TDI와는 또 다른 주행 감성이다. TDI가 꽉 쥐어짜는 토크감으로 기민함을 보인다면, GTI는 좀 더 느슨하게 달릴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타이즈와 트레이닝복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둘 다 움직임에 있어서 불편함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골프가 안정감에서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옹골지게 지면을 붙잡는 건 19인치 휠에 235/35 사이즈 타이어의 역할이기도 하다. 타이어 편평비가 좁음에도 불구하고 차의 스탠스가 무게 밸런스를 잘 맞춰준다. 다만, 차체가 작아 전방 시야가 좁은 편이라 속도가 좀 더 빠르게 느껴질 뿐이다.
이번 골프는 8세대다. 생존해 있는 세계의 명차들이 10~11세대 정도에 이르렀으니, 골프 역시 명차의 반열에 올라 있다고 평가받는다. 디자인은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시장 트렌드를 반영했을 뿐 해치백 DNA는 변질되지 않았다. 이번 세대는 가로로 쭉 뻗은 주간 주행등을 그릴에 얹어 정체성을 강조했고 IQ 라이트로 조명 맛집 인증을 받았다.
주행모드는 4가지, 에코와 노멀, 스포츠와 인디비주얼 모드가 있다. 에코와 노멀에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옆 차의 끼어들기를 허용할 수 없다면 스톱&스타트를 끄고 스포츠로 바꿔두는 것이 좋다. TDI와 달리 고개를 젖히는 스타트는 스포츠 이상의 퍼포먼스에서만 가능하다. 대신, 어떤 모드에 두든 한 번 속도가 차오르면 DCT 7단 자동변속기의 능력이 발휘돼 부드럽고 빠르게 달려나간다. 제로백이 6.2초, 최고시속이 250㎞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쭉쭉 차오르는 가속감은 가솔린 모델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핸들링은 업그레이드를 이뤘다. VAQ(전자제어 유압식 프런트 디퍼런셜 록)의 적용이 미세한 차이를 만들었다. 이론적으로는 와인딩 구간에서 타이어의 공회전이 감지되면 디퍼런셜 내부의 클러치를 체결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구동 토크를 재분배하고 출력의 손실 없이 노면 접지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민첩성보다는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코너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골프는 TDI로 더 유명세를 떨쳤다. 시원시원한 퍼포먼스와 알뜰살뜰한 연비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초 국내 출시했던 TDI 모델은 소리 소문 없이 라인업에서 삭제됐다. 가격도 3000만원 초반에서 4000만원 초반대로 옮겨갔다. GTI와 직접적인 비교는 GTD가 되어야 하겠지만, 국내 고객들의 과도한 디젤 거부감은 불가항력이다.
다소 부담은 커졌지만, GTI는 4000만원의 가치를 충분히 하는 차다. 애초부터 TDI의 매력을 맛보지 못했다면 GTI와 함께 프리미엄 독일 3사의 라이벌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다. 가격은 조금 더 싸지만, 만족감은 이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해치백 마니아들은 승패를 이미 다 알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