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금융권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4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연속 '조단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주력사업 부문인 반도체 부문의 업황 악화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사업 부문이 영업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만 1분기에 최대 4조원대 규모의 영업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삼성전자보다 더 우려스럽다. 지난해 4분기에 이미 조단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1분기에는 3조1052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분기 연속 조단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관련 업계가 업황 회복을 놓고 금융권과 시각차를 보이는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재고량이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두 회사가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업황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 회사의 재고량은 사상 최대 수준인 68조원에 육박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2조1879억원이며, 이 중 반도체 부문 재고량은 전체 재고량의 절반 수준인 29조579억원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재고 자산이 15조6647억원인 상황이다.
역대급 재고량으로 인해 업황 회복을 위한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가 기대돼도 재고량 해소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권의 기대만큼 빠른 실적 회복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서는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감산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며 공격적인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첨단 공정 전환을 통한 자연적 감산은 진행 중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감산을 결정하는 것이 가격 회복 및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대규모 감산에 나설 경우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은 단숨에 바뀔 수도 있다"면서 "최악의 업황 부진 상황에서도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1분기 이후 어떤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