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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0년 주담대, 일차원적 규제가 만든 촌극

신민호 기자

기사입력 : 2022-05-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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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신민호 기자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출시한 4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이 화제다. 대출 최장 만기를 기존 30~35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줄어든 개인의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어 효과적이다.

문제는 차주의 대출 한도는 늘었다지만 총 이자가 늘어 원금을 초과하는 등 장기적으론 은행 빚만 늘리게 된 점이다. 그럼에도 당장 주택이 필요한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40년짜리 주담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의 대출한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등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로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청년층의 표를 얻었다.

해당 공약이 실효성을 지니기 위해선 상환능력에 맞춰 대출한도를 규제하는 DSR규제 완화가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현행 DSR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LTV 완화 공약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빈수레가 됐다.

이는 비대해진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하자, 당국은 대출 총량제와 DSR 등 강력한 가계 대출 규제를 쏟아냈다. 그 결과 작년 말부터 은행권 가계 대출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대출규제에 막혀 ‘내 집 마련’의 꿈을 미루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발을 돌려야만 했다. 당국의 대출규제는 당장의 대출 잔액을 줄였을지 몰라도, 전체적 가계빚은 오히려 늘렸다. 이번 주담대 만기 연장 역시 당국의 일차원적 규제가 빚어낸 촌극이다.

결국 가계빚을 온전히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투기 수요와 실 수요를 구분하는 촘촘한 잣대다. 부작용이 무서워 일괄적으로 규제한다면, 당장 효과적이고 편할지 몰라도 또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된다. 새정부는 이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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