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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7년 전 어느 조선쟁이의 하소연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2-05-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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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산업부장
“저는 38년간 조선업에 종사하며 사원으로 시작해서 중견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기사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현재 한국의 조선 현황은 암울 그 자체입니다. 어렵사리 일구어 놓은 조선 산업이 이제는 한낱 처리 대상 기업이 되어 금융권 사람들이 허울 좋은 채권단이라는 명목으로 회사를 점령하고 경영을 좌지우지한 후 모든 책임은 경영인에게 덮어 씌우고…이런 현실을 볼 때 가슴속의 열불을 식힐 방법이 없네요.”


2015년 5월 13일, 회사 이메일을 통해 ‘어느 조선쟁이’로부터 받은 글의 일부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벌어진 국내 금융기관의 조선서 매도에 분노해오다가 기자가 전날 올린 기사를 보고 몇 글자를 적었다고 한다.

기업이 금융기관으로 돈을 빌릴 때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 담보를 회사의 자산으로 할 때는 ‘물적담보’라고 하고, 연대보증을 선 사람의 이름을 대고 빌릴 때는 ‘인적담보’라 칭한다. 물적·인적담보로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으면, 채권단의 관리와 감독에 따라 회생절차를 받아가며 자금을 지원받는다. 채권단이 경영에 직접 개입해 담보권을 행사한다는 것으로, 공식명칭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시스템 담보’라고 말한다.

‘시스템 담보’의 본질은 채권단이 경영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통상 담보물을 갖고있는 사람은 운영에 관여 안 하지만 시스템 담보는 담보권자가 직접 회사를 운영한다. 이에 채권단은 ‘경영관리단’을 기업에 파견해 회사의 자금흐름을 통제한다. 따라서 시스템 담보를 떠안은 채권단은 경영 실패의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런 채권단이 손대는 기업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놀라운 마술’을 연출했다.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업계 명망가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했지만, 채권단은 그들에게 권한은 주지 않고 경영실패의 책임만 떠넘겼다. 건조대금은 물론 불용자산 매각, 임직원 해고와 임금 삭감 등으로 회사가 마련한 자금은 상환금이라며 모두 빼앗아가는 바람에 조선사는 운용자금 부족에 허덕였다.

채권단 관리의 가장 큰 폐해는 신규 선박 수주를 거부한 것이다. 경영관리단 감독 체제에서는 채권단의 승인 없이는 수주할 수 없다. 상선 가격은 철저히 발주사와 수주 사를 양대 축으로 하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채권단은 이런 단순한 원칙을 부정하고 무조건 저가수주로 몰아갔다. 심지어 ‘수주 가이드라인’이라는 자체 안을 마련해 선가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를 맞추지 못하면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끊임없이 문제의 해결을 호소했지만, 채권단은 ‘비겁한 책임 회피’와 ‘자금지원 거부’로 일관했다. 그들 때문에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이후 5년 간 더 이어졌다는 것은 채권단 빼고 다 아는 비밀이다.

중형 조선업계는 최근 2년간 새주인을 맞이하면서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생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조선업 훈풍에 맞춰 지난해에는 눈에 띄는 수주고를 기록했고, 올해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또 다시 금융권의 지원 거부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이달 안에 RG 발급이 안되면 연쇄 수주 취소로 이어져 상반기에 거둔 15억 달러의 계약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향후 2년내 문을 닫게 생겼다. 5월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살리느냐, 죽이느냐 하는 절박한 문제입니다. 그 회사들은 어찌 보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지 채권단 관리인이 주인이 아닙니다. (중략) 지금 당장 회사가 중단되면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는 어쩔 것이며, 대 선주관계의 막대한 변상금은 어쩔까요? 하여튼 가슴속에 들어있는 말은 많은데…”

7년 전 조선쟁이가 글 마무리에 전한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최근에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조선쟁이도 지금 상황이 그때보다 나아진게 하나도 없다고 한다. 답답하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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