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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단풍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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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어느덧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달력을 바라보면 이제 겨울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법도 한데 겨울을 입에 올리기엔 한낮의 햇살이 너무 따사롭다. 볕 바른 곳에서 해바라기라도 할 양이면 이러다가 겨울이 사라졌다고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하나, 이대로 봄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탓인 줄 알면서도 나는 이런 의심이 들 때마다 주변의 나무들을 둘러보며 마음을 다독인다. 지구상에서 나무만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연록의 새잎으로 숲에 생기를 불어넣고 한여름엔 초록으로 무성해졌다가 가을이면 색색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잎을 떨구고 겨울을 맞는 나무는 단 한 번도 계절을 허투루 보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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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온으로 봄에 피는 개나리나 철쭉, 벚꽃, 산다화 같은 꽃들이 겨울 들머리에 피어나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별한 경우이고, 나무들은 제일 먼저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알려준다. 계절은 고사하고 한밤에도 휘황한 불빛으로 밤낮의 구분까지 모호해지는 도시에서 나무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렸을까 싶다. 우리 곁에 나무가 있다는 것, 멀지 않은 곳에 나무들이 모여 사는 숲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일상이 무료하다 싶으면 가까운 숲을 찾아간다. 숲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밋밋한 일상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샤퍼(shaffer)와 미츠(mietz) 같은 학자들은 사람들이 숲을 찾는 가장 중요한 동기가 기분 전환과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은은한 숲의 소리와 냄새, 숲 공기 속의 풍부한 음이온은 우리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주고, 오감을 자극하는 숲의 빛이나 소리, 냄새, 온도 등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마음의 평온함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관계를 벗어나 홀로 있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숲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고, 그러한 시간은 우리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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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햇살이 따사롭다고는 해도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헤집는 바람의 손끝은 선득하다. 이미 숲의 많은 활엽수가 잎을 거의 내려놓았고, 바닥에 쌓인 낙엽들도 찬비가 한 번 지나간 뒤 한결 다소곳해졌다. 이제 다시 비가 내리면 젖은 이파리들은 저녁이면 신음소리를 내며 얼어버릴 것이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을 모두 내려놓은 나무들은 고향 고갯마루에서 배웅하던 어머니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날 것이다. 아직은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 같은 가을을 찾아서 숲을 거닐다가 불타오르듯 선홍색으로 빛나는 단풍나무를 보았다. 햇살을 받아 더욱 붉은 단풍잎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눈처럼 흰빛의 수피를 지닌 자작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늘 푸른 소나무의 청정함과는 다른, 또 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끝내는 잎이 지고 말 테지만 저만의 붉음으로 가을 끝자락을 물들이고 있는 단풍나무와 겨울이 가까울수록 흰빛을 더해가는 자작나무를 보며 생각한다. 언뜻 보면 세상의 모든 나무가 가을이면 색색으로 물드는 것처럼 보여도, 단풍나무는 단풍나무대로,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만의 고유한 빛깔로 자신의 계절을 살아간다는 것을. ‘아름답다’라는 말의 어원을 찾아보면 ‘안다’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있지만 알아야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숲을 오가며 꽃 이름, 나무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은 단순히 기분 전환을 위한 것만이 아닌, 아름다운 것의 목록을 늘려 가는 일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마주친 한 그루 단풍나무, 내 생의 가을도 저처럼 찬란하기를 마음속으로 빈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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