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정육점에서 파는 것이 바로 고기 아닌가?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소위 적색육이 주 품목이다. “인류세 식단(Food in the Anthropocene), 지구 건강 밥상(The Planetary Health Diet)”에서 적게 먹자고 외치는 바로 그 핵심 품목이다. “인류세 식단, 지구 건강 밥상”은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함께 지키자는 윈-윈(Win-Win) 취지로 개발된 건강기준식단(Healthy Reference Diet)이다. 이 식단의 핵심 목표는 전 세계의 평균적 수준에서 육류를 지금의 절반 이하로 먹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고기를 지금처럼 많이 먹을 것인가? 그러면 가축 사육으로 인해 지구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지구 온난화도 더 빨라질 것이며 사람의 건강도 자연히 더 나빠질 것이다. 반대로 고기를 줄인다면 콩단백이나 대체육 혹은 곤충 식량 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돈 벌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딜레마 중의 딜레마다. 자식이 우산 장수와 소금 장수인 부모의 심경처럼 착잡하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이 강력한 질문에 너무나 허약한 답변이겠지만, 각자가 고기를 적게 먹는 것, 육류 섭취를 “절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절제는 고기를 너무 적게 먹는 것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적절히 먹되 가능하면 적은 양을 먹자는 것이다. 절제는 사추덕(四樞德)에 속하지만, 문제는 사추덕의 순서다.
그러나 이제부터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인류세 식단, 지구 건강 밥상”을 실천하려면, 꼴찌를 첫째로 사추덕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즉 오늘 이후의 사추덕은 ①절제 ②정의 ③지혜 ④용기다. 이제 첫째가 된 “절제”의 실천이야말로 온 인류를 살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