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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일하면서 행복하면 안 되나요?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 컨설턴트

기사입력 : 2023-03-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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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 컨설턴트
2022년 여름 미국에서 시작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길고 긴 팬데믹의 여파로 시작된 대퇴사 시대. 올 초부터 HR을 뜨겁게 달군 두 개의 키워드이다. 조용한 사직은 일에 대한 애정이나 각별한 감정 없이 해야 할 일만을 수행하며 일이 곧 삶이어야 한다는 문화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운동이며, 대퇴사 현상은 약 2021년부터 코로나 이후 개인의 건강과 삶을 돌아보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인류사에 유례없는 팬데믹을 맞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안정과 여유에 대한 갈망은 늘어갔다. 열심히 묵묵히 직장을 다니면 부자는 아니더라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부동산 투자, 주식, 코인과 관련된 유튜브 채널과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일과 저축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바보 취급을 당했다. 여러 개의 수익 파이프라인이 있어야 몸도 마음도 편하다고,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에 또다시 타격이 왔다. 고금리 현상과 불경기로 인해 주식은 반토막이 나고 부동산 투자자들과 '영끌족'은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버거웠다.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투자나 재테크보다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이, 저축이 역시 최고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 성실하게 붙어 있자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용한 사직과 대퇴사 현상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은 많이 쏟아져서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불과 2~3년 사이에 벌어진 이 혼란들 속에서 필자가 제일 안타까웠던 건, 일의 가치와 의미가 평가절하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소명 의식으로, 누군가는 정말 이 일이 너무 즐거워서, 또 누군가는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 각자의 다양하고 소중한 이유로 지금의 직장과 업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유튜버나 힘 있는 사람들의 ‘성실하게 일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경제적 자유를 빨리 실현하라’는 선동에 대중은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맞는 것인가? 일에는 어떤 마음도 담을 필요가 없는 것인가?’ 스스로를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절대적인 부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고임금을 주는 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몸과 마음이 편한 길을 선택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일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기를 포기하고, 진짜 의미와 행복은 일터 아닌 삶 어딘가에서 찾겠다는 움직임이 생긴 것은 아닐까. 보상을 떠나 보람을 주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 몇십 년을 꾸준히 외길만 걸었던 사람들, 나에게 어떤 각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유를 크게 외치기 어렵고 껄끄러워진 것은 아닐까. 그러나 우리 각자가 가진 일의 이유 자체가 평가절하돼서는 안 된다.

노동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못된 사회구조와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며 번아웃을 만드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였을 뿐이다.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생존을, 누군가는 가족의 안녕을, 누군가는 성장과 보람을 원할 터이다. 그리고 이런 목적이 충족될 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시간 동안 어떤 이유도 영혼도 담지 않겠다, 일 외의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겠다, 나의 자유는 은퇴 후에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평균 8만 시간을 기계처럼 보내는 것이다.
오랜 시간 인게이지먼트를 연구한 텍사스A&M 커머스 대학교의 권기범 교수는 그의 저서 '인게이지먼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게이지먼트는 활력, 전념, 심취로 특징지어지는 긍정적이고 성취지향적인 일과 관련된 심리상태이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자신의 일이 자랑스러우며, 일에 몰입해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것. 그래서 내가 일하는 시간 동안 인게이지먼트를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환경을 스스로 통제하고 만들어서 자주 주기적으로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행복에 굉장히 근접해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지금은 우리가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각자의 철학과 의미를 돌아봐야 할 때이다. 각 사람의 이유가 어떤 것이든 시대나 환경의 파도에 너무 많이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시 휩쓸리더라도 다시 중심을 잡는 평온한 부표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일의 최종 목적지, 궁극적인 바람, 일에 대한 사랑까지도.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 컨설턴트
사진없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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