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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판교에 나타난 '언더독 호소인'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3-2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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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원용 기자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게임사라면 단연 아이언메이스라는 기업이다. 국내외 대기업을 제치고 아직 데뷔작도 정식 출시하지 못한 신생 게임사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대기업의 게임을 베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앞 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언메이스는 지난 2021년 10월 경기도 판교에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공식 사이트에서 스스로를 "'착취적 관행'으로 카지노와 같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 대기업에 실망한 개발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세계인들이 높이 평가하는 한국의 무한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게이머를 기쁘게 하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이 지난해 말 베타 테스트 형태로 스팀에서 선보인 '다크 앤 다커'는 10만명 이상의 동시 접속을 끌어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와 동시에 여러 언론 보도와 입장문을 통해 이들이 말하는 '착취적 대기업'은 한 때 '돈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넥슨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상당수 게이머들은 이들을 넥슨에 대항하는 '언더독(Underdog, 경쟁에서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으로 지지하는 대신 게임업계에 나타나선 안될 '카피캣(Copycat, 시장의 인기 제품 등을 모방함)'이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다크 앤 다커'가 사실은 넥슨의 미공개 신작 '프로젝트 P3'와 거의 유사한 것은 물론, 핵심 개발자가 회사의 자료를 반출한 혐의로 피소당했다는 점 때문이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입장문 등을 종합해보면 아이언메이스에 넥슨에서 2021년 경 징계 해고된 디렉터 'C'가 근무하고 있다. C는 2021년 8월, 프로젝트 P3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려 한 정황으로 인해 부정경쟁방지·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넥슨에 의해 고소당했다.

이 때문에 아이언메이스는 올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후 넥슨은 스팀 운영사 밸브 코퍼레이션에 "다크 앤 다커는 미국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 위배되는 게임"이라며 근거 자료와 함께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고 이는 게임의 스팀 페이지가 25일 폐쇄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일련의 행위가 '대기업의 횡포이자 갑질'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이 하이브의 게임 개발 자회사 하이브IM과 파트너십을 논의했다는 것이 드러나며 '대기업의 횡포에 저항하려는 이들'이라는 주장은 힘을 잃었다. 하이브 또한 넥슨에 버금가는 대기업인 것은 물론 박지원 하이브 대표, 정우용 하이브IM 대표 등은 과거 넥슨의 경영진, 핵심 개발자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1월, 3월 두 차례 압수 수색을 받았다는 점 △사내에 넥슨에게 피소 당한 개발자가 있다는 점 △개인 서버에 개발 자료를 저장하고 있었으며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들은 후에도 지속 이용했다는 점 △퇴사 과정에서 기존 넥슨 직원들의 이직을 환영한다 말한 점 등 본인들에게 불리한 부분을 모두 인정했다.

또한 이들은 "관료주의적 대기업 넥슨이 짧은 시간에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우리는 다크 앤 다커와 같은 게임을 10개월 만에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두 게임의 핵심 개념이 비슷한게 아니라 던전 탐험 RPG 장르 전반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며 인공지능 챗봇 '챗GPT'에게 질의한 내용을 입장문에 싣는 등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아이언메이스의 이러한 행보의 기저에는 넥슨을 '절대악'으로 바라볼 정도로 뿌리 깊은 반감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넥슨이 무조건 나쁘고 아이언메이스는 그들에게 박해 받는 약자'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정당화된다.

그러나 대중이 약자를 응원하는 '언더독 효과'가 있으려면 그에 앞서 약자가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해왔다는 명분이 필요하다. 정당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약자는 '소악당'일 뿐이며 터무니 없는 주장을 내세우는 '언더독 호소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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