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전술을 모기에도 적용하려 했으나 첫 번째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과학자들은 요즘 뜨고 있는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이용해 박멸시킨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바로 모기를 풀어 모기를 없애는 GM 모기 전략이었다. 이 전략에 앞장선 것이 바로 영국의 생명공학기업 옥시텍(Oxitec)이다.
어떤 방법일까? 유전자를 변형시킨 수컷 모기를 야생으로 내보내면 야생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거기에서 태어난 자손 모기는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성충이 되기 전에 죽도록 디자인돼 있다. 때문에 모기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암컷 모기는 평생 단 한번의 짝짓기를 한다.
그러나 요란한 처방으로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옥시텍은 결국 모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GM모기 방출 지역으로 미국과 인접해 있는 카리브해의 영국 자치령인 그랜드 케이먼(Grand Cayman Islands)에서 옥시텍(Oxitec)의 유전자변형 수컷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의 방출 계획을 돌연 중단했다.
왜 GM 모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GM 모기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처음을 창대(昌大)하게 시작한 GM 모기 방출 계획은 이제 백지화되면서 미미하게 끝났다.
이제 다시 곤충학자들은 모기로 인한 전염병인 말라리아의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나섰다. 비슷한 GM 모기 전략이다.
이탈리아 테르니(Terni)에 있는 과학자들은 CRISPR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여 불임 암컷 말라리아 모기(Anopheles gambiae)를 만들었다. 만약 이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최종적으로 GM 모기의 자손들이 모든 형질을 상속 받게 된다.
이 모기가 자연에 방출되면 표적 모기 개체군의 소멸이 가능하다. 런던 임페리얼 대학의 밀폐된 실험실에서 유전자 변형 모기 그룹을 일반 모기 개체군에 도입시켜 일반 모기를 퇴치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모기의 토착 생태계와 유사한 환경에서의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훨씬 더 큰 종합대조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최근 GM모기를 이탈리아 테르니에 있는 실험실의 통제 환경으로 방출했다. 유리문으로 봉인된 테르니 연구실에는 말라리아를 전달하는 모기의 서식지인 아프리카를 모방하여 설계된 시설이 있다.
과학자들은 총 6개의 시설 중 4개에 GM모기 유충을 방출했다. 4개 중 두 개의 시설에는 일반 모기의 25%에 해당하는 수의 GM모기를, 나머지 두 개에는 일반 모기의 50%에 해당하는 수의 GM모기를 방출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 시설에는 GM모기를 넣지 않았다.
연구진은 내년까지 유전자드라이브 모기가 도입된 4개의 우리에서 모기 개체수가 붕괴되거나 적어도 현저하게 감소하기를 희망한다.
이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과학자들은 모기 개체수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말라리아로 황폐화 된 아프리카 지역에 GM모기를 방출할 것이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