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주택·토목이 아닌 신수익 포트폴리오 마련에 나선 건설사들이 올들어 ‘스마트팜’ 신사업에 꽂혔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정부도 관련 사업 지원을 강화하자 건설사들도 서둘러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스마트팜은 농림 및 축수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등 단계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시스템으로, PC 또는 모바일을 통해 온도나 습도, 이산화탄소 및 기상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창문 개폐, 영양분 공급, 병해충 관리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 3월 건설사 중 최초로 스마트팜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목적에 ‘스마트팜 설치 및 운영’ 항목을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당시 추가된 사업은 온실·부대시설 등 농업시설물의 설치, 농작물 생산·유통, 스마트팜 설치·운영 등이다.
GS건설은 스마트팜을 현재 추진 중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농지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계룡건설도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스마트팜 설치·관리·운영업 ▲온실 및 부대시설 등 농업시설물의 설치·관리·운영업 ▲농작물의 생산·유통업을 추가했다.
건설업을 주력 삼아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18위까지 성장한 계룡건설이 갑작스럽게 스마트팜에 눈을 돌린 것은 ‘건설환경 변화 대응과 사업다각화’ 차원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건축사업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룡건설은 우선 경남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과 서울 상도역 메트로팜 등 관련 사업 수주를 추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스마트팜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는 입장이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풍부한 택지와 산업단지 조성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미리 관련 작업에 착수한 것”면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던 중 스마트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액셀러레이터 법인인 ‘플랜에이치벤처스’(이하 플랜에이치)를 설립하고,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호반건설이 스마트팜 스타트업으로 선택한 곳은 '쎄슬프라이머스(CeselPrimus)'이다. 지난해 8월 투자를 받은 쎄슬프라이머스는 다단재배, 인공광원 기술 등을 통해 면적당 작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수직농장 플랫폼 구축과 공급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삼고 ‘지능형 수확자동화 플랫폼’ 개발과 ‘복합환경제어 시스템’ 및 ‘자율형 로봇 수직농장’ 공급 등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이달 ‘현대건설 2025 전략’을 수립하며 스마트팜 사업 진출을 밝혔다. 우선 스마트팜 기술을 아파트 단지 내 적용해 주택 사업에서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아파트 단지내 빛, 온도, 습도 등 식물 생육에 필요한 환경요소를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밀폐형 재배시스템인 ‘H클린팜’을 선보였다.
‘H클린팜’은 외부와 차단된 재배실과 어린이 현장학습이 가능한 체험교육실, 내부 온·습도 조절을 돕는 항온항습실, 수확 이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준비실 등이 함께 구성된 스마트팜 시스템이다.
빛·온도·습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밀폐형 재배시스템을 통해 오염물질 없는 작물재배가 가능하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H클린팜은 향후 분양하는 디에이치·힐스테이트 단지와 오피스텔 등에 제공될 예정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스마트팜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건설업에 국한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해석된다.
최근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발간한 '스마트팜 기술 및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세계 스마트팜 시장규모는 4080억 달러(49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2017년 4조 4493억 원에서 연평균 5%씩 성장해 2022년에는 5조 9588억 원의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팜 사업은 소형로봇과 간단한 프로그래밍만으로도 농작물 재배와 파종 등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움직임과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스마트팜에 진출하는 건설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