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는 국내 OTT 가운데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점한 회사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합작해 2019년 설립한 회사로 SK텔레콤의 풍부한 네트워크와 서비스 인프라, 지상파 3사의 콘텐츠 제작능력이 결합한 회사다.
웨이브는 출범 1년만에 유·무료 가입자 1000만명을 넘어섰다. 유료 가입자 수도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 시청시간은 넷플릭스를 뛰어넘을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모기업인 SK텔레콤이 인적 분할을 한 뒤 웨이브는 신설투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어 2023년까지 상장을 완료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상장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서비스와 개성이 약한 오리지널 콘텐츠 IP는 변수다.
◇ 안정적인 지분구조, 시총 최대 1조2000억 전망
웨이브의 최대 강점은 안정적인 지분구조에 있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이 36.3%, 지상파 3사가 각각 21.3%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11월 SKS-미래에셋콘텐츠로부터 200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당시 기업가치는 1조2000억원이었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포함해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콘텐츠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했으나 앞으로 자체제작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웨이브는 스튜디오드래곤 이찬호 CP를 콘텐츠전략본부장(CCO)으로 영입했다. 이찬호 CCO는 '미생', '도깨비', '시그널', '비밀의 숲', '백일의 낭군님', '보이스' 시리즈 등에 책임 프로듀서(CP)로 참여한 바 있다.
현재 웨이브는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정치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제작 중이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출중한 여자’,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등을 만든 윤성호 감독이 연출했으며 김성령, 백현진 등이 출연하는 12부작 시트콤이다.
웨이브는 이와 함께 별도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규모가 큰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트레이서(가제)'를 포함한 다수의 대형 콘텐츠가 기획과 개발을 논의 중이다.
'트레이서'는 '조작'의 김현정 작가와 '보이스2'의 이승영 PD가 참여하는 작품으로 국세청 조사관인 주인공이 거대 권력과 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트레이서'는 올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현재 기획·캐스팅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상파의 방송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강점이다. 당초 tvN, JTBC 등 종편·케이블 채널에 주도권을 빼앗긴 지상파 채널은 웨이브와 협력 이후 '펜트하우스(SBS)', '오월의 청춘(KBS2)', '모범택시(SBS)' 등 드라마를 선보였다. '펜트하우스'는 OTT에서는 웨이브가 독점공개하고 있으며 '오월의 청춘'과 '모범택시'는 웨이브 오리지널로 서비스되고 있다.
'펜트하우스'나 '모범택시'는 15%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드라마 시장을 주도했다.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시청률 5.6%대에 그쳤지만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으며 종영 이후에도 많은 화제성을 낳고 있다.
◇ 차별화 전략 부재…음원 저작권료 이슈도 관건
풍부한 자본력과 호재를 안고 있지만, 위험요소도 존재한다. 경쟁 OTT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없고 일부 이용자들에게 '서비스가 안정됐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웨이브는 구독형 VOD(SVOD)를 기본으로 하지만 배급사의 요구에 따라 일부 콘텐츠에 한해 개별구매를 시행하고 있다. 최신 영화를 서비스하기에는 좋은 전략이지만 IPTV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또 경쟁사인 티빙은 CJ ENM의 풍부한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tvN '놀라운 토요일'의 스핀오프인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나 '대탈출'의 정종연 PD가 제작한 '여고추리반'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서복'과 '미드나이트' 등 CJ ENM의 극장용 영화를 '티빙 오리지널'로 극장과 동시에 공개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왓챠는 고전영화와 해외 인기 드라마를 독점공개하며 영화매니아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인기 콘텐츠를 독점공개하고 있다.
웨이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최가 어려워진 국내 영화제와 협업해 온라인 영화제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와 제천국제영화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했으며 올해도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온라인 개최를 지원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과 협약을 맺고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제와 협업은 직접 수익이나 가입자 확보로 연결되기 어렵다. 영화제 상영작의 공개 기간이 짧고 영화제 측에 제공해야 하는 수익 비중이 크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영화제와 상생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지상파 3사와 협업한다는 점이 장점일 수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공영방송이 포함된 지상파 3사의 경우 케이블이나 종편채널보다 엄격한 심의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를 드라마에 활용하기 어렵고 표현에도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운 OTT 콘텐츠 시장에서 지상파의 엄격한 심의규정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CJ ENM의 IP를 활용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티빙이나 글로벌 창작자의 자유로운 창작을 지원하는 넷플릭스, 고전영화와 해외 드라마 독점 서비스를 확대하는 왓챠에 비하면 웨이브는 차별화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IP공룡'인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진출을 앞둔 만큼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더 절실하다.
한국음원저작권협회와의 음원 저작권료 싸움도 중요 이슈다. 티빙, 왓챠 등 국내 OTT기업과 공동으로 대응하는 해당 사안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만에 하나 OTT 측이 행정소송이 패소할 경우 음원뿐 아니라 전체 저작권료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구독료 인상과 함께 가입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황경일 OTT음원저작권대책협의체 의장은 "음저협은 이용자의 협의 요청을 거부한 채 일방적인 개정안을 공고했고 문체부가 이를 승인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행정소송은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행법상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문체부의 추후 행보에 따라 언제든 행정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말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