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경쟁력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일뿐 아니라 세계 굴지의 독자적인 충전 인프라, 즉 전기차 급속충전소인 ‘슈퍼차저’를 보유하고 있다는데 있다.
테슬라 창업 초기부터 꾸준히 슈퍼차저를 늘려온 결과 현재 전세계적으로 깔린 슈퍼차저는 2만5000여대 규모.
슈퍼차저와 다른 전기차 충전소를 모두 합해봐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주유소를 따라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충전소를 야심차게 확대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전기차 소비자들에 유리하게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테슬라 슈퍼차저가 널리 보급되는데는 분명한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테슬라 전기차만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고 일반 전기차는 이용할 수 없게 돼 있었던 것. 슈퍼차저가 테슬라 전기차 전용 시설로 묶여 있으면서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사정이 퍽 달라질 예정이다. 테슬라가 올해말부터 슈퍼차저를 전세계적으로 일반 전기차에도 개방할 방침이라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 테슬라의 이같은 선언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를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가 21일(현지시간) 짚어봤다.
◇아답터만 있으면 슈퍼차저 이용 가능
슈퍼차저를 일반 전기차에 개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없다. 전기차 충전기 플러그 모양이 다양하고 테슬라만 독자 규격을 써왔는데 미국의 경우 아답터만 있으면 일반 전기차도 슈퍼차저를 이용하는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럽에서 운영되는 슈퍼차저에서는 유럽 표준규격인 CCS 플러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아답터가 필요 없다.
테슬라가 만들지 않은 전기차를 모는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급속 충전소가 전세계적으로 2만5000대가 늘어나는 셈이 된다.
◇큰 그림(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가 초창기부터 전기차 제조와 슈퍼차저 설치라는 두가지 사업을 병행한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주유소가 충분치 않으면 휘발유나 경유를 쓰는 내연기관차가 아무리 많아봐야 소용 없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시설이 많아야 전기차를 사용할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출신의 유명 애널리스트로 테슬라 주가 분석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게리 블랙은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충전소 인프라 확대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의 선언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사실은 테슬라가 (멀리 내다보고)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웨드부시증권의 유명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도 “개별 기업의 이익보다는 전체적인 전기차 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 전기차 보급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신차 등록건수를 기준으로 볼 때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슈퍼차저를 공용 시설로 개방한 것이 전기차 수요 확대에 기여한다면 테슬라 입장에서도 당연히 이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독자 인프라 영구히 유지할 수 없어
테슬라는 슈퍼차저가 깔린 나라 가운데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슈퍼차저를 일반 전기차에 개방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슈퍼차저를 일반 전기차에도 개방하면 새로운 수익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게 되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슈퍼차저 사용료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슈퍼차저의 개방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원이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해서는 테슬라 측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아직은 추정이 어렵다.
주유소가 일반화되면서 필수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시설도 언젠가 주유소 수준으로 널리 보급될 가능성이 있는데 계속 독자적인 충전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비정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는게 직접적인 이득이라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간접적인 홍보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차저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테슬라가 독자 인프라를 고집하지 않고, 자사 전기차를 파는데만 혈안이 되는 것이 아니고 전기차 소비자의 편의성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기여하는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