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의료 시스템은 붕괴됐다."
하노이에서 현지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글로벌이코노믹과의 통화에서 베트남이 코로나19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병상과 약품, 추적과 통제가 어려운 잠재적 확진자들, 백신부족, 일원화되지 못한 정책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16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매체들의 코로나19관련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어제(15일)까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9580건으로 누적 확진자는 27만5044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부터 4차 대유행이 시작된 베트남은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한 뒤 이달 8일부터는 꾸준히 9000여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확진자와 잠재적인 확진자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지 의료체계로는 지금이 확진자 검사의 최대치로 보고 있으며, 설사 있다해도 더 찾아낼 의중이 크게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의료시스템이 거의 붕괴직전까지 왔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베트남 질병관리청은 급증하는 감염상황에 대비해 감염자들(F0)에 대한 자가치료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선별적이 아닌 모든 병원이 코로나 감염자를 수용하도록 했다. 중앙에서 관리하던 이전과 달리 지역사회내에서 치료를 활성화하고 가정 내 치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각 지역에서 통합관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지 의료시설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어차피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가정 내 치료를 통해 이동을 제한하는 동시에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을 봉쇄함으로써 확산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상황은 베트남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예를들어 현재 하노이 시는 지난주 확진자가 발생한 호암끼엠 주변 마을을 포함해 14일부터는 동다구 5개 동에서 약 7550여명에 대해 의료봉쇄를 시작했으며, 박닌성도 15일부터 14개 마을 10만7215명에 대해 2주간 의료봉쇄를 결정했다. 예고한대로 강력한 통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에 불복해 지역을 탈출하고 고향으로 가거나 곳곳에서 방역수칙을 어긴 술파티가 벌어지면서 곳곳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
호치민 시는 오는 9월 15일까지 추가로 한달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대탈주가 시작됐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소지품을 오토바이에 싣고 1번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검문소에서 이를 저지하는 사람들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 중 한 무리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달간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으로 더 이상 호치민에서 머무를 수 없어 고향인 빈 딘(Binh Dinh)으로 돌아가지 위해 친구 40여명과 호치민을 탈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호치민 시 3구에서 자가격리 중이던 남성이 격리 구역을 탈출해 방역당국에 쫓기는 동영상이 공개돼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노이 시에서는 격리중인 호암끼엠 마을에서 새벽이 되자 마을을 탈출해 친척집에 가거나 생필품 구입을 위해 외부로 담을 넘는 사람들이 모습이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도시가 봉쇄 되자 가짜 PCR확인서로 출입을 시도하는등 각종 위반사례가 판을 치고 있다. 실제 하노이 시 경찰은 지난 9일부터 24시간 동안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1012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렇게 곳곳이 뚫리면서 의료시설이 열악한 베트남의 지역사회까지 코로나19가 확산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15일 오후 닌 투언(Ninh Thuan)성 인민위원회는 동 나이(Dong Nai)성 인민위원회에 긴급공문을 발송해 닌 투언 사람들이 동 나이에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7월말과 8월초 동 나이성에 거주하는 닌 투언성 출신 사람들이 코로나19확산으로 고향으로 대거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확진자들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7월 31일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온 2000여명을 사람들을 지역의 집중격리시설에 배치하고 검사를 진행하자 무려 400여명 이상이 확진판명을 받은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호찌민, 하노이, 다낭등 대도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시봉쇄가 시작되면서 고향으로 대탈출이 시작됐는데 이들이 전국감염 확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오락가락하는 정책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방역정책들을 하나이상씩 쏟아내고 있는데 아침에 발표된 정책이 저녁에 취소되는가 하면 지역별로도 같은 정책을 두고 다른 해석과 별도의 실행방안을 내놓고 있어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특히, 가짜 뉴스라고 발표했던 내용들이 며칠뒤 실제로 진행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다낭 시는 16일부로 도시의 모든 활동을 일주일 동안 중단하고 모든 시민들은 집 밖으로 이동을 금지한다는 긴급공지를 발행했다. 남은 2일동안 일주일간의 생활 필수품들을 준비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다낭 시와 정부당국은 지난주부터 도시가 봉쇄될 것이란 소식이 퍼지자 즉각 나서 '1주일간의 도시봉쇄'는 가짜뉴스에 해당되면 이를 퍼트리면 처벌을 내릴것이라고 발표했었다.
백신기근 문제도 좀처럼 해결이 어렵다. 베트남 당국은 백신외교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전세계 16개국의 총리들과 백신관련 협조 요청 전화를 비롯해 22개 정상들과 10개 국제기구에 연락했지만 여전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베트남은 전국적으로 1200만명에 대한 접종을 진행했다. 이중 2차 접종까지는 100만여명이 완료했다.
이처럼 베트남의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수준에 이르자 한국을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도 고민에 휩싸였다. 현지의 의료설비, 행정체계, 백신접종등 많은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귀국을 고려중이지만 재입국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호치민 일본상공회의소(JCCH)가 베트남에서 사업중인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60%이상 주재원과 가족들의 귀국을 예정 또는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한국 기업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족까지 같이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경우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귀국을 서둘러야 하지만 언제 재입국이 될지 알수 없는데다 본사에서도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어 차일피일 시일만 늦춰지고 있다.
귀국을 결정한 국내연구소 관계자는 "고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가족을 안전을 생각하면 베트남에서 몇년 생활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