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이른바 ‘글로벌 무역’이라는 화두는 퇴조하고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세계 25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유무역의 질서는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지만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무역장벽을 옹호하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화 지지 48%, 2019년보다 줄어
이번 조사에 응한 전세계 시민의 48%는 글로벌 무역이 자신의 국가에 이로운 시스템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실시한 같은 취지의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의견은 평균적으로 10%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가 약화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이런 흐름이 형성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다만 ‘자유무역이 자신의 국가에 이득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의견은 나라별로 차이가 커서 말레이시아 국민은 72%가 그렇다고 밝혔으나 프랑스 국민은 27%만 그렇다고 답했다. 전세계 평균적으로는 48%가 그렇다고 했고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13%로 나타났다.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도는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페루 등 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가장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의 강세
또 이번 조사에서는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보호무역의 필요성에 주목하는 의견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7%가 외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수입을 규제하는 무역장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27%는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과거의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진 셈이다.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의견은 터키,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반면에 한국, 스웨덴, 영국, 독일 등에서는 보호무역에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WEF의 숀 도허티 국제무역 및 투자팀장은 “국제 교역과 투자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빈곤 문제를 줄이며 보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자유무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불편함이나 고통이 수반될 수 있고 때로는 개별 국가의 개혁 작업이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다소 모순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글로벌화의 이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자는 취지라면 납득이 갈 만한 의견”이라고 밝혔다.
도허티 팀장은 “자유무역이 모든 나라에 공정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미치도록 유도하려면 각국 정부는 국내적 우선과제를 둘러싼 여론을 경청하는 한편으로 환경, 일자리, 조세, 디지털경제 등 국경을 넘어서는 글로벌 화두에도 공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