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부호들이 재산의 극히 일부분만 떼어줘도 전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주장 겸 호소’를 한 것에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기꺼이 쾌척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부자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공론화됐다.
겉으로는 세계식량기구 수장이 세계 부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고 대표적인 부자인 머스크 C가 화답한 것으로 비치지만 자존심 싸움도 걸려 있다는 분석이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를 추진 중인 머스크의 입장에서는 특히 그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평소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침 없는 발언을 쏟아낸데다 부자를 자신의 재산만 소중히 여기는 이기적인 존재로,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탐욕의 화신으로 비쳐지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것.
◇비즐리 사무총장 “부자 비꼴 의도 없어” 도움 거듭 호소
실제로 비즐리 사무총장은 일각에서 자신과 머스크 사이에 최근 오간 이야기를 이런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2일(이하 현지시간)에도 CNN과 인터뷰를 갖고 “부자들을 비꼬려는 것이 아니라 굶어죽을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재산의 일부를 나눠주기를 호소드리는 것”이라며 종전보다 누그러진 태도로 머스크에 도움을 거듭 호소했다. 투명한 회계 처리를 머스크가 조건으로 내세운 것과 관련해서도 비즐리 사무총장은 “투명하게 처리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약속했다.
하지만 머스크 CEO가 비즐리 사무총장의 거듭된 호소에 어떤 입장을 최종적으로 피력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 문제가 중국 사회로도 번지고 있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차라리 중국 공산당에 들어오라는 제안까지 중국에서 나왔다.
◇中 온라인 커뮤니티·소셜미디어에 공산당 가입 권유 글 잇따라
2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중심으로 머스크에게 중국 공산당에 당원으로 가입할 것을 권유하는 여론이 머스크와 비즐리 사무총장의 공방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기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처분할 용의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이 진심이라면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공산당에 아예 가입해 팔을 걷어붙이라는 취지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얼마전부터 머스크가 중국 공산당에 즉각 가입할 것을 권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머스크가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쾌척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 번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사회 각분야에 대한 개혁 작업에 나선 것과 일맥상통하는 움직임이라는게 이들의 시각이다.
XingYu SY_L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머스크는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라는 하늘로부터의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GongShiZhiWang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도 웨이보에 올린 게시물에서 “우리의 스승 머스크가 공산당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우리 다함께 힘을 합쳐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만 중국의 현행 법률에 따르면 머스크가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 국적을 지니고 있어야 입당원서를 쓸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에 테슬라 조립공장을 두고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머스크가 지난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즈음해 트위터와 웨이보에 올린 글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번영은 정말 놀랍다. 직접 중국을 방문해보기 바란다”며 중국 공산당 정부를 극찬한 것도 머스크에게 공산당 가입을 권유하는 중국내 일부 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