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올해 기업공개(IPO)가 사상최대 규모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미 주식시장 상승세 속에서도 IPO 종목 절반이 공모가 밑으로 추락하는 등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았다.
소문은 요란했지만 먹을 것은 별로 없는 잔치였다.
IPO 절반 이상, 공모가 밑으로 추락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미 주식시장에서는 IPO주가 자산 가운데 가장 수익률 높은 자산이라는 전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올해 주식시장에 데뷔한 481개 IPO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장한 347개 IPO 종목이 지금까지 공모가에 비해 46%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미 주식시장 IPO 규모는 약 1670억 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우며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후 붐을 이룬 특수목적합병법인(스팩·SPAC)이 올해에도 유망 기업들의 우회상장 통로 역할을 했지만 실적은 신통치않았다.
상반기와 하반기 흐름이 크게 엇갈렸다.
주식시장 호황과 이에따른 투자자들의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가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주 인기를 몰고 왔지만 이후 공모주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자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올 후반 IPO는 급격히 위축됐다.
다만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내년 1분기에는 다시 공모주가 반짝 붐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벤처 IPO 붐
올해 확실하게 주목을 받은 IPO 종목들은 벤처캐피털의 자금 지원을 받는 업체들이었다.
피치북에 따르면 약 180개 업체가 상장해 5120억 달러를 확보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자금을 댄 업체 105개가 상장해 1800억 달러를 끌어모은 것에 비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대표적인 업체는 '제2의 테슬라'라는 별명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전기트럭 업체 리비안자동차다.
리비안은 IPO 규모로 역대 전세계 상위 13번째에 랭크됐다. 11월 9일 공모주 발행으로 137억 달러를 확보했다.
리비안은 이후 10일 첫거래에서 주가가 폭등하는 등 2주간 공모가 대비 2배 넘는 주가로 치솟는 기염을 토했으나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에는 목표에 못미치는 생산실적으로 주가가 10%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비안은 여전히 공모가에 비해서는 24%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공모가 대비 1.6% 올라
리비안 등 일부 종목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는 있지만 올해 시장에 상장된 종목들은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가중치를 감안할 때 올 평균 상승률이 고작 1.6%에 불과하다.
나스닥 지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각각 19%, 24%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저조한 성적표다.
올해 최대 IPO 5개 종목 가운데 한국 쿠팡을 비롯한 2개 종목이 저조한 성적을 내는 종목에 포함돼 있다.
쿠팡은 잔뜩 기대를 모으고 상장됐지만 지금은 공모가보다 14% 낮다.
또 다른 종목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다. 당국의 압박 속에 이달초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공모가 대비 57% 폭락해 시가총액 350억 달러가 사라졌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