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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작가·기자·번역가·변호사 "챗GPT 뜨면 우리 다 죽어"

챗GPT 개발사 오픈AI "생성형 AI로 일자리 19% 감소 전망"
국민 59% "AI가 일자리 빼앗을 것"…회계·법률 직군도 위험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5-22 17:57

우리나라 국민 중 59%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프리픽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 국민 중 59%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프리픽
"챗GPT나 인공지능(AI) 이미지 제작기를 처음 접한 날엔 재미있게 이용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AI가 만든 콘텐츠들이 시장을 뒤덮는 걸 보고 두려움이 느껴지더라. 요즘은 그림 연습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웹툰 작가를 지망하고 있는 대학생 A군이 한 말이다.

생성형 AI 유행을 불러일으킨 '챗GPT'가 지난해 11월 30일 대중에 공개된 후 반년이 흘렀다.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비즈니스에 도입, 상용화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일반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플랫폼 더폴(THEPOL)은 지난달 국민 2만68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챗GPT 등 AI 기술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9.28%인 1만5922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21.12%는 "오히려 늘어날 것", 19.6%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또 'AI가 일자리를 대신한 미래'에 대한 질문에 49.13%인 1만3197명이 "인간의 쓸모가 줄어들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디스토피아가 올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29.18%는 "긍정적인 미래가 열릴 것", 21.69%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올 3월 최신형 AI 언어 모델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생성형 사전 훈련 변환기)-4'를 공개한 직후 미국 여론조사 플랫폼 오픈 리서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진과 협업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생성형 AI에 의해 주요 작업의 50% 이상이 대체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AI에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을 구분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에 존재하는 일자리 중 19%가 AI에 대체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AI에 의해 이른 시일 안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는 수학자·회계사·세무사 등 수리·계산 관련 직업, 작가·번역가·기자·홍보 전문가 등 작문 관련 사무직, 그림 작가와 디자이너 등 아트 직군, 블록체인 분야 프로그래머 등이 지목됐다.

'GPT-4' 예시 이미지. 사진=오픈AI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GPT-4' 예시 이미지. 사진=오픈AI 공식 유튜브

오픈AI가 올 3월 14일 공개한 신형 자연어 생성 AI 모델 'GPT-4'는 챗GPT의 근간 기술 역할을 한 GPT-3.5에 비해 8배 높은 자연어 생성 효율을 가진다. 영어·중국어·아랍어·한국어·일본어 등 26개 언어를 지원하고 이 중 14개 언어를 능숙하게 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GPT-4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음성까지 인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학생 A군도 이를 거론하며 "아트 직군 친구들 중에는 3D 모델링 등 분야에서 활로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마저 조만간 영상 모델링 분야까지 AI가 대체하는 것 아닌가 하며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창작이 일반 창작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는 점을 악용, AI를 쓰는 것을 숨기고 창작물을 수익화하는 '꼼수'를 쓰려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선 이달 22일, AI로 제작된 이미지나 텍스트, 음악 등 콘텐츠에 'AI로 제작됐다'는 점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콘텐츠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변호사 등 법조인 역시 위험한 직군으로 평가받는다. GPT-4는 미국 변호사 시험 UBE(Uniform Bar Exam)에서 400점 만점 기준 293점을 기록, 성적 상위 12%에 들었다. 이는 208점으로 상위 60%에 드는 것에 그쳤던 GPT-3.5 대비 크게 성장한 기록이다.

생성형 AI의 대두로 국내 여러 단체에선 이를 주제로 한 학술 행사가 연달아 열리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17일 연 'AI 대응전략 세미나', 언론인 단체 관훈클럽이 19일 개최한 '챗GPT 시대 인간 기자의 역할' 세미나·토론회가 대표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4일 오후 2시 열 예정인 '2023 콘텐츠산업포럼'의 표어도 'AI 시대, 콘텐츠산업'이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는 'AI의 발전이 세계적 경제 효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AI 긍정론자이나, 그 역시 이달 16일 미국 상원의원 청문회에서 "AI 기술이 잘못되면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 위험성에 동의했다.

올트먼 대표는 이달부터 세계 각국 정책 담당자들과 대화하기 위한 순방에 나선다. 한국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트먼 대표와 접촉했으며 이달 말, 혹은 6월 초에 그를 서울에 정식 초청할 계획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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