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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낯뜨거운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

최성해 기자

기사입력 : 2019-12-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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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좀 냈나?" 정말 오랜만에 퇴직연금 홈페이지를 뒤져봤다. 요즘 업계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잇따라 발표되며 갑자기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수익률은 연 1.83%, 최근 금리인하기로 예금금리가 연 1.6%대로 떨어진 것을 보면 이해할 만했다. 그것도 가입된 금융기관이 은행이고, 유형도 보통 사람들이 가입한 DC(확정기여형)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DC는 회사가 납입할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된 퇴직연금제도를 뜻한다.

고백을 하자면 이 DC의 운용을 은행에 맡긴 것은 게으름의 결과다. 실적배당형 상품비중을 확대하고 싶었으나 바쁜 일상에 밀려 그러지 못했다.

결과로 보면 잘된 일이다. 위험 대비 더 큰 수익을 추구한다는 증권사의 쥐꼬리만한 수익률 때문이다.

성적표를 보면 골드만삭스가 되겠다는 증권사들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초라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연금 DC형을 운용하는 증권사는 13곳으로 이 중 적립액이 1000억 원 이상인 곳은 8곳이다. 8곳 중 최근 1년 수익률(9월 말 기준)이 연 1%를 넘는 곳은 고작 3곳에 불과했다.

자기자본이 4조 원이 넘는 초대형 IB(투자은행)들은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하고 수익률이 모두 연 1%에도 못 미쳤다.

반면 위험이 아니라 안정을 추구하는 은행은 어떨까? DC형 운용규모가 가장 큰 은행 12곳 모두 연 1%를 넘었다. 신한은행, 제주은행이 수익률 연 1.80%로 1위를 차지했고, 농협은행은 연 1.45%로 가장 낮았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았다. 수익률에서 강점을 지닌 증권사가 안정성이 최우선인 은행보다 못한 낯뜨거운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수익률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증권사가 내세울 것은 마케팅일 뿐이다.

요즘 증권업계에 때아닌 퇴직연금 경쟁이 불붙고 있다.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바람이 그것이다. 그바람은 대형사,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는다. KB증권은 IRP(개인형퇴직연금)로 연금을 수령하는 가입자에 대해 운용관리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1일부터 퇴직연금 수수료를 내렸다. 기본수수료율 0.1% 인하뿐아니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한 사회기업에 대해 수수료의 절반을 깎아주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월 구간에 따라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했다.

퇴직연금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수수료인하가 부진한 수익률을 감추는 방패가 되면 문제가 있다.


이제 감추려해도 그럴 수 없다. 조만간 퇴직연금 수익률 정면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당국이 수익률향상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도입을 밝혔기 때문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이 신탁관계인 별도의 수탁법인(기금)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관리와 운용하는 방식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방법을 직접 선택하지 않은 경우 사전에 설정한 운용방법으로 자동투자되는 방식이다. 이 모두 방치된 연금자산을 굴릴 수 있는 방안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다.

안정성은 물론 수익성도 퇴직연금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증권사는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아 시장에 부진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주식이나 펀드, 채권 등 두세 개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요즘은 상품, ETF(주가지수펀드) 등 투자할 자산종류가 어마어마하다.

뿐만 아니다. 해외 쪽으로 투자지역을 넓힐 수 있다. 다양한 자산은 물론 국내외 지역의 분산투자로 위험은 낮추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백번의 말보다 수익률로 증권사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 꾸준한 수익률로 증권사가 위험투자를 조장하는 투기꾼으로 눈총받는 것이아니라 국민노후자산 증식에 힘을 보태는 파트너로 박수받길 기대한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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