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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그리움의 퇴적층으로 빚은 한국화 개인전 …장혜림의 '새 창으로 보다, See Through New Window'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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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ing Travel Around the World(꿈의 세계여행),65.1 x 50.0 cm,Mixed media on paper,2019
밤새 소리 없이 내리거나/ 곱게 쌓여 흐린 날에도/ 땀과 눈물로 영근 소금꽃은 핀다/ 알갱이마다 추억을 매달아 먼 시절로 돌려놓고/ 눈꽃 이파리 한 잎 물 위에 띄우고픈 아침/ 힘에 부딪혀 ‘뚝’하고 부러질듯하더니/ 용수철처럼 털고 일어선다/ 익숙해진 아침 풍경 너머/ 한잔의 커피가 히브리인들의 합창을 불러온다/ 유랑의 한 끈을 잡으면/ 남도의 뭇 섬을 오가고/ 돌담이 둘러쳐진 그리운 그곳을 서성이기도 한다/ 빛살 좋은 아침이 불러온 사연/ 붉은 돼지와 푸른 서생원이 일구는 동화/ 산이 아무리 깊어도 집을 찾으며/ 험한 세상의 등불이 된다


한국화가 장혜림의 제17회 개인전(Hyelim Chang’s The 17th Solo Exhibition) <새 창으로 보다, See Through New Window>展이 12월 10일부터 1월 31일까지 미국 뉴저지 하이스타운 소재의 프린스턴 갤러리(Princeton Gallery)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살아온 인생의 심미적 체험이나 신앙적 경건에서 우러나오는 정진적 경지이며, 사의(思議)를 묘사하는 듯한 심오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여정'을 표현해내고 있다. 심오함과 단순함은 궤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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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ryroad(고향길),100.0 x 72.7 cm,한지에 수묵담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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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coming Spring(봄이 오는 소리), 45.5 x 33.4 cm,한지에 수묵담채,2018

동양화에서 화가의 생각이나 의중을 그림에 표현하는 화법을 사의(寫意)라고 한다. 장혜림의 그림은 불교적 사의(思議)나 기독교적 사의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화엄경에서 불부사의(佛不思議)는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공덕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사람의 진여자성 안에 본래의 무한 미묘한 공덕을 밖으로 드러내면 부처의 불가사의한 공덕이 된다. 주님의 뜻을 드러내는 것, 그림으로 역사하는 것이 사의의 또 다른 해석인 예닮의 행위가 되는 것이다.


사의는 차별한 불인(佛因)과 불과(佛果)를 밝히면서 부처님의 미묘한 깨달음의 경지(妙覺, 묘각, 보살 수행 최후의 자리로 번뇌를 끊고 지혜가 원만하게 갖추어진 자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하나하나 질문하는 형식을 빌려 밝히고 청련화장 보살이 그 질문에 설법한다. 재미작가 장혜림의 소재 창고는 하늘의 뜻에 순응한다는 고향 순천(順天)이다. 그녀의 작품은 새의 눈으로 세상을 관조하고픈 마음(Mind To See World With Birds’ Eyes)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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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coming Spring(봄이 오는 소리),72.7 x 53.0 cm,한지에 수묵담채,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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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휴식),72.7 x 53.0 cm,한지에 수묵담채,2017

어린 시절의 순천은 천혜의 산·바다·천·들이 둘러싸고 있어 성경처럼 든든하고 여린 마음을 달래주던 큰 어머니였다. 바다와 산과 들에서 수확한 양식들은 영육을 강건하게 하는 도구였다. 작가 장혜림은 캔버스 안에 ‘설경’을 영성의 장(場)이나 동경의 제의(祭儀)같은 경건함의 대상으로 삼는다. 영험과 평화의 상징 ‘사슴’은 주인공이 되어 사냥과 평화의 대상이 된다. 작가는 늘 평화를 갈구하며 한 마리의 사슴보다 부부나 가족을 상징하는 무리의 사슴을 보여준다.

뉴저지 프린스턴 갤러리에는 예술애호가들의 이야기꽃이 피는 낭만이 있다. 뉴저지 주는 뉴욕 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고, 동쪽은 대서양을 맞보고 있고, 허드슨 강을 사이에 놓고 북동쪽은 뉴욕 시와 마주 보고 있다. 잔잔한 이야기꾼인 한국화가는 ‘휘어진 나무’로 과유불급을 경계하며, 자신의 영적 비상은 ‘새’, 내적 지조를 견지하겠다는 매화 가지는 포도 가지에 비유한다. 작가는 자신의 오브제를 진행적 활동체로 선택함으로써 ‘생동의 미학’을 실천한다.

한국화가 장혜림은 같은 스타일의 작품을 고수하는 장인들과 달리 작품장작에 있어서 수시로 타협이 아닌 변화적 실험성을 가미한다. 프린스턴 갤러리에는 작가가 지속적 변화를 추구하며 제작한 작품들, 오프닝에만 다섯 점이 나갈 정도로 인기인 장혜림 작가의 10호·20호·30호에 이르는 20점이 성탄절 특수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미국인들은 그녀의 중·대형작과 소품을 한국의 신비가 스며든 부적이나 수맥방지용 작품으로 여길 만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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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ing Travel Around the World(꿈의 세계여행),24 x 19 cm,Acrylic on Ceramic,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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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rance of Spring(봄의 향기),33.4X22.2cm, 한지에 수묵담채,2019

12월 21일(토)~25일(수)까지 코엑스 서울아트쇼 전시회 개막식 당일 그녀의 작품이 바로 판매될 정도로 그녀의 작품은 인기이다. 장혜림은 작품 초창기에는 주로 유화 화가로 활동했다. 그녀는 대학원 논문 작업을 하다가 먹의 농담에 매료되어 수묵담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즐겨 소재로 삼고 있는 ‘들판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한 쌍의 사슴’은 그녀의 기원이며, 꿈속의 시간적 이미지를 상징하며, 행복한 생명의 미소로 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인다.

장혜림, 그녀의 작품들은 예술가 자신의 삶과 예술세계를 거울처럼 맑게 투영시키고 있다. 이성적인 건강한 삶, 평화를 간구하는 생명의식, 공동체에 대한 사랑에 걸쳐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삶의 예찬’에 대한 격려이다. 그녀는 내년 1월: ‘Happy New year’展(뉴욕 K&P갤러리), 2월: ‘뉴저지 14C 아트페어’展(뉴저지 저지시티), 4월 : ‘Artexpo New York展’(뉴욕 90 피어)으로 활동을 전개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그녀의 활동이 아름답다. 건투를 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무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문화전무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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