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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구성원에게 쓰는 편지

김선영 기자

기사입력 : 2020-01-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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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피드백은 어렵다. 2019년 평가를 힘들게 마치고 돌아서니 피드백이 기다리고 있다. 리더들은 이렇게 2020년 문턱에서부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


피드백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조직과 구성원이 리더의 피드백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구성원에게 평가 결과를 알려주는 동시에 구성원의 성과를 촉진하고, 성장을 지원하며, 행동을 변화시키길 바란다. 솔직하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냉철함과 포용력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이 어려운 것을 잘하도록 돕고자 하는 도서와 글들도 넘쳐난다. 기업교육에서도 단연 화두다. 리더십 교육에서 피드백은 빠지지 않는 주제다. 수많은 조언과 교육에도 막상 구성원 앞에 서는 리더는 막막할 따름이다.

이럴 때, 피드백이라는 단어는 내려놓고 구성원에게 편지 한 장씩 써보길 권한다. 단순 평가 결과 통보 이메일이나 간단한 메모가 아닌, 진짜편지 말이다. 편지는 어렵던 피드백의 시작을 한결 수월하게 해준다.


편지는 생각할 시간을 준다. 쓰는 리더에게도, 받는 구성원에게도. ‘무슨 말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은 글이나, 말이나 매한가지이지만, 적어도 정적의 고통과 침묵의 압박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하게 된다. 얼굴 보면 미안하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잘 풀어 쓸 수 있다. 쓰면 보인다. 내가 평가하고 판단한 것이 맞는지 돌아보게 되고 그 근거를 찾아 제시할 수 있다.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피드백을 말로만 들어서는 이해도 안 되고 기억에 남지 않을뿐더러, 리더가 질문이라도 하면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면전의 칭찬은 괜히 부끄럽고, 지적은 즉각적 불만 제기를 가져온다. 편지는 읽다 보면 리더의 관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편지는 대충 얼버무릴 수 없다. 불쑥 ‘좋았어’ 할 수 없다. 뭐가 좋았는지, 좋았다는 것이 뭘 얘기하는 건지. 말로 하면 괜찮은데 글로 하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자기의 생각과 판단을 실체가 있는 말로 써내려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냥 ‘이거, 저거, 그때그거’ 할 수 없다. 과거 구성원의 행동이나 성과를 구체적으로 쓸 수 밖에 없다.

편지는 수신자와 발신자의 감정을 배려한다. 편지에는 기본적인 형식이 있다. 시작하며 인사를 하고 나의 안부를 전하며, 안부를 묻는다. 말미에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덕담과 함께 끝 인사를 한다. 본문중에도 단어를 고르게 된다. 욕설이나 비속어는 쉽게 걸러진다. 글에도 감정은 있지만, 말보다는 글이 머리에서 여러 프로세스를 거치는 만큼 필터링이 잘 된다.

충분한 인정과 칭찬, 뼈 아픈 지적 등 얼굴 보고 하기 힘든 말들도 글이라면 한결 수월하다. 무뚝뚝한 아빠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말을 편지로 받았을 때의 감동이 갑자기 떠오른다. 구성원들도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이렇듯 편지는 올바른 피드백의 조건들을 상당히 충족시킨다. 여기에 몇 가지만 더 하면 완벽할 것이다. 우선, 만나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편지를 전한 후, 약속을 잡아 얼굴 보고 대화하는 시간도 갖자.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구성원에게 답장을 받았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서로 글로 다 못한 이야기를 만나서 나누길 바란다. 상의하고 토론할 것은 편지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다.

편지를 쓰자니 이 역시 골치가 아프다.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일-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을 좀 더 쉽게 해주는 방법이니 시도해볼만하다. 편지만이 가지는 특별한 감성이 존재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찬찬히 지난해를 복기하며 구성원에게 전하는 덕담을 적어내려 가리라. 아, 마지막은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