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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기업은 당구, 정치는 테니스’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1-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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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며칠 전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식에 재계 인사 수십 명을 불렀다는 소식이 있었다. 50분 가까운 연설을 하며 자신의 ‘치적’을 자랑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JP모건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에르도스에게는 “적어도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는 말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하고 있었다.

‘서명식’에 미국의 ‘간판급 CEO’를 포함한 80여 명을 ‘들러리’로 세웠던 셈이다. 미국의 쟁쟁한 기업인도 빠지기가 껄끄러운 듯싶었다.

그래서 ‘기업은 당구, 정치는 테니스’라고 했다. ‘기업군주론’(FKI미디어 발행)을 쓴 맥 알핀이 내린 정의다.

맥 알핀은 “기업은 여러 가능성을 고려한 뒤에 공을 치는 당구와 같으며, 정치는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테니스와 같다”고 정의했다. 기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맥 알핀은 “정치를 예측하지 못해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가 기업의 번창을 결정하는 기회를 앞당기거나 늦추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전혀 다를 것 없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한상의에서 각계각층과 정부 주요인사 등 250여 명이 참석하는 ‘정부 신년 합동 인사회’를 열었다. 연초인 지난 2일이었다.

이날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앉은 곳은 ‘5번 테이블’이었다는 보도다. 4대 그룹 총수가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착석했다는 것이다. 작년 신년회 때도 그랬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행사에는 ‘좌석’까지 배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대통령이 아니라 ‘장관’을 만나는 행사에도 ‘지정석’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러 해 전, 30대 그룹 대표가 장관을 만나고 있었다. ‘간담회’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각 그룹 대표는 미리 정해놓은 ‘지정석’에 앉고 있었다.

간담회가 끝나고도 할 일이 남았다. ‘기념사진 촬영’이었다.


10대 그룹 대표는 1열, 나머지 그룹 대표는 2열과 3열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룹 대표들은 하나같이 오른쪽 주먹을 불끈 올려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간담회 하는 방식이 아마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모두 349회에 걸쳐 지역 현장 행보를 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었다. 2.6일에 한 번씩 현장을 찾은 것이다. 작년 11월 임기 반환점을 맞아서 내놓은 자료였다. 문 대통령이 지역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한 거리가 자그마치 5만9841km라고 했다.

문 대통령뿐 아니다. 부총리와 장관, 청와대의 고위 공무원들도 기업과 현장을 찾고 있다.

정부가 일을 많이 하면 기업도 덩달아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회의에 동원되고, 회의에 제출할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등 시간과 경비, 인력을 들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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