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2~3월은 한해의 정비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의사 결정을 위해선 반드시 총회를 열고 조합원들의 의결을 받아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조합은 많게는 수천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서울 서초 진흥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 1일 서초구 서일중학교 체육관 2층에서 조합설립 창립총회를 열었다. 3월 초 예정된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총회를 강행한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걱정이 크지만 일몰제 시한이 임박한 만큼 총회를 미룰 수는 없었다”면서 “대신 입구에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비치해 두고 코로나 감염예방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일몰제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일정 기간 내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하면 서울시가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지난 2012년 1월 31일 이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승인된 추진위원회는 조합창립총회를 열고 오는 3월 2일까지 조합설립을 관할구청에 신청해야 일몰제를 피할 수 있다.
서울 신반포2차 재건축 추진위는 조합 설립 창립총회 일정을 당초 계획했던 오는 15일에서 29일로 미뤘다. 신반포2차는 3월 2일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하면 일몰제를 적용받는 재건축사업장이다.
해당 추진위 관계자는 “추진위와 토지등소유자 다수의 의견에 따라 총회 일정을 다소 조정하는 것을 택했다”며 “일몰제가 걸려 있어 더 이상 미루긴 힘들다”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총회를 앞둔 조합들도 코로나19 확산에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달 중 서울에서 시공사 선정을 앞둔 정비사업지는 ▲홍은13구역 재개발 ▲장위15-1구역 가로주택정비 ▲안암1구역 재건축 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 지원책이 정비사업 일대 주민들에게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국가가 재난위기경보까지 발령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실질 혜택은 전혀 없다”면서 “일례로 총회장에 비치할 열감지기의 경우 가격이 수백만 원대이며 대여도 안 돼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개인비용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