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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삶은 혀, 볶은 혀, 구운 혀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2-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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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의 주인 크산토스가 지시했다.


“내일 중요한 손님이 올 예정이다. 최고급요리를 준비해라.”

이솝은 열심히 요리를 만들었다. 다음날 손님이 도착했다. 이솝은 정성껏 만든 ‘코스요리’를 차례로 내놓았다. 모두 짐승의 혀로 만든 요리였다. 삶은 혀, 볶은 혀, 찐 혀, 구운 혀….

주인이 울화통을 터뜨렸다. 최고급요리를 준비하라고 했는데 혀 요리가 뭐냐고 꾸짖었다.

하지만 이솝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최고급요리를 내놓으라고 해서 혀를 준비한 것입니다. 혀 때문에 인간의 문명이 생겼습니다. 혀는 인간을 교육시키고 설득합니다. 혀는 신을 찬양할 수도 있습니다. 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주인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크산토스는 다시 지시했다.

“내일도 중요한 손님이 온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가장 나쁜 요리를 준비해라.”

이솝에게 당한 주인은 또 혀 요리를 만들 것 같아서 아예 가장 나쁜 요리를 만들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손님이 도착하자 이솝이 내놓은 요리는 똑같았다. 삶은 혀, 볶은 혀, 찐 혀, 구운 혀…. 여전히 짐승의 혀로 만든 요리였다.

주인이 또 발끈했다. 이솝은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혀는 신을 모독할 수 있습니다. 불화나 싸움, 중상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혀는 전쟁을 일으키고, 나라를 멸망시키기도 합니다. 이보다 나쁜 것은 없습니다.”

주인은 말문이 다시 막힐 수밖에 없었다.

혀는 한자로 ‘설(舌)’이다. 혀를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구설수(口舌數)’에 오를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구설수다. 서울 신촌의 명물거리에 있는 음식점에서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 그동안 돈 많이 벌어 놓은 것 갖고 버티셔야지”라고 했다는 말 때문이다.

야당은 일제히 ‘포문’을 열고 공격하고 있다. 현실감각 제로 총리, 경제인식 제로 총리, 경제폭망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정권에 딱 맞는 총리라는 공격이다. “바이러스만큼 ‘세균’도 문제”라며 정 총리의 이름까지 싸잡아서 꼬집고 있다.

민주당이 “총리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폄하하는 건 비열하고 악의적인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지만, 그것마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적반하장이며,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문재인 정권만의 특색"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채근담’은 “열 마디의 말 가운데 아홉 마디가 맞아도 신기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비난의 소리가 사방에서 몰려든다(十語九中 未必稱奇 一語不中 則愆尤騈集)”고 했다. 10번 말을 잘했다가도 단 한번만 잘못하면 시쳇말로 ‘묵사발’을 만든다는 소리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특히 그런 속성이 다분하다. 해명을 하고 변명을 했어도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점은 아마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공격을 받고 있는 듯 보이고 있다.

‘혀’와 관련된 사자성어는 더 있다. ‘설저유부(舌底有斧)’다. 혀 아래에 도끼가 들어 있다는 말이다. 혀는 사람을 찍을 수 있는 도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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