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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호의가 호구로, 외로움이 뿌듯함으로…

현지직원들과 어려움, 그리고 일을 통한 회복

박희준 기자

기사입력 : 2020-03-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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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전무님!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지난 2년간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게 지나갔습니다”

지난 2월 중순에 필자가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GYBM과정 연수를 마치고 현지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을 둘러보기 위해 동남아 출장을 다녀왔다. 첫 출장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15명의 취업자를 만났다. 지난 2016년 9월 연수를 받고 이듬해 6월에 취업한 이지현 대리(가명)와 나눈 대화 중에 의외의 내용이 있었다. 이 대리는 연수기간에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특히 책을 유난히 많이 읽은 기억이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T사(가명)’는 한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물류 운송기업으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지사망을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도 자카르타 시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이 대리는 항공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고객회사는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과 현지 기업이 많은 편이고 다른 지사, 법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니 영어, 인도네시아어, 한국어를 넘나든다. GYBM 1년 과정에서 배운 인도네시아어는 100% 잘 활용하는 편이다. 취업 당시 같이 연수받은 대개의 동기들은 제조공장에 입사해 주로 외곽도시로 향한 반면 자카르타 시내에 자리를 잡아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한국 대통령 방문 행사나 교민회 행사 등에도 K-MOVE 출신이자 대우의 GYBM출신으로 초대를 받아 대표성 발언도 하고 기념촬영도 하며 남다른 추억도 쌓아가는 중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의 말로 그대로 옮겨본다.

첫째 경험은 정성스런 호의도 전문성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에는 되레 불화의 씨앗이된다는 것이다. 입사 초기에 GYBM 과정에서 배운 대로 현지에서 오래 생활하신 멘토 말씀대로 현지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취지로 정성을 다해 대해줬다. 예를 들면, 퇴근 후 비싼 한국 음식도 같이 먹고 가끔씩은 집에 초대해서 시간도 보내며 사진도 찍고 하는 등 잘 지내려고 먼저 다가갔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많아지고 시간이 가면서 회사에서 관리자인 이 대리와 현지 직원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이 대리를 질투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같은 일을 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월급과 복지를 받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급기야 시기하는 수준을 넘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정말 많은 고민과 주변 탐문으로 나름대로 새로운 관계 설정을 했다. ‘착한 관리자보다는 일 잘하는 관리자’가 그들에게 더 중요하다는 전제였다. 말은 안 했지만 직원들은 매니저가 일을 알고 말하는지 아니면 모르고 말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따뜻한 리더십과 뛰어난 문제해결능력 사이에서 균형 잡힌 매니저가 되자는 노력으로 극복해 나갔다. 다행히 법인장님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다려 주신 것이 큰 힘이 됐다.

필자가 한 마디 더했다. “내가 보기에는 짧은 시간에 그런 이치를 깨달은 것은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느 청년보다 빠르게 성숙해가는구나. 그게 자기 경영이며 회사 경영의 기본이니 잘 해 나가길 바란다”

두 번째 경험도 정말 몸으로 느낀 살아있는 경험이었다. 취업한 회사가 물류운송이라는 포워딩(Forwarding)업무 특성상 세계 40여 개 지역에 지사와 법인조직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변화와 경쟁이 워낙 치열한 사업이라 일 년에 한 번씩 회의를 하는데 지난해에는 자카르타에서 회장님, 사장님과 모든 법인장님께서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개최지이다 보니 참석하는 모든 분들의 입국부터 출국까지 모든 일정을 관리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경험을 했다. 보통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일하는 분들이 모여 경영전략과 영업계획 등을 주제로 회의하는 것에 참여하다 보니 많은 국가의 비즈니스 현장의 생생한 소리도 듣고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됐다. 최근 방콕으로 비즈니스 출장도 가며 다른 경험도 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회사 네트워크가 있으니 글로벌 업무를 한다는 것이 정말 실감 났다.

말끝에 필자의 꼰대 근성이 또 나왔다. “긴장도 높고 힘든 일을 잘 해내니까 뿌듯하고 저절로 힘이 생기지?”라고 물었더니, 큰 소리로 “예! 그럼요. 평소에 해 주신던 잔소리가 그립습니다”고 했다.

이야기를 마치며, ‘GYBM 동기, 선후배들과 자주 만나냐’고 물었더니 양면성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만나면 좋지만 간혹 인도네시아를 떠나 귀국하는 사람들 소식도 있어 맥빠지는 경우도 있어 가려서 만난다고 했다. 이 대리는 우리 과정에 지원하기 전에 한국에서 2년 정도 직장 경험이 있는 것이 큰 힘이 되는 듯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 또 다른 전쟁터일 뿐이다’는 기억일 것 같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3년 전 한국에서 기본 교육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향하면서 필자에게 책 한권을 두고 간 기억이 새롭다. 책 제목은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이다. 본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필자도 새롭다. 부디 좋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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