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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의 죽음에 대한 현대적 탐문, 그 죽음의 변주…정길만 안무·연출·대본의 '新청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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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되어 지난 2월 14일과 1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는 현대 사회가 몰아간 다양한 죽음을 조망·변주한다. 인당수에 뛰어내리게 조장한 사회, 그 시대적 현상과 지금과의 유사성에 관한 탐구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쟁의 와중에 전개되었다. <新청 랩소디> 자체의 절박한 심리 상황과 우한 폐렴 대전염병 확산 현실이 맞부닥쳐 묘한 심리적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안무자 정길만은 자신의 창작 의도를 통해 희생자의 응어리와 한을 풀어낸다.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는 사상 아래, 형식은 다르지만 죽음의 내용은 반복된다. 잉태, 삶, 죽음에 걸친 예술, 역사는 미메시스와 초월적 사유에 근거리를 두고 패턴을 창조한다. 예술의 길이 수도자의 고행일지라도 치유와 상생의 길이라면 길게 뉘어진 그림자를 만드는 먼 여행길에 선 사람이고자 한다.” 그는 심청의 자발적 죽음에 의문을 갖고 이것을 들추어내고 희생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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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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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新청 랩소디>는 극 중 작가를 통해 과거와 현실을 연결하고 ‘백투더퓨처’적 가상공간을 창조해 내면서 자살에 이르게 하는 최면적 효성과 의지를 묻는다. 이 작품은 <심청전>의 심청을 부활시켜 의문을 털고, 희망으로써 위로하는 생명 예찬 방식을 제시한다. 꽉 짜인 융복합 공연은 무용(한국, 현대), 연극(연기, 대사, 마임), 음악(소리, 연주) 등 공연예술의 오브제를 결합 · 해체하여, 인접 예술 분야와의 연계 및 확장을 통해 거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무용극은 5장으로 구성된다. 중심축은 <심청전>의 등장인물인 심학규와 심청 외에 작가와 그녀의 남편, 코러스, 여행자이다. 원전의 심학규의 무능이나 현실에서의 남편의 실직이라는 경제적 상황이 희생자들을 극단으로 몰며, 주변은 그들에게 냉정하고 무기력하다. 심청은 죽음을 외면했던 위선자와 사회적 방어기제 부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한다. 작가는 죽음을 시도했던 新청이다. 작가의 남편은 1장에서 심 봉사, 2장에서 무능력한 지식인으로 설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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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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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1장: 꿈, 과거의 심청, 현실의 작가, 각자의 공간에서 꿈꾼다. 초월된 시공간에서 서로의 애원과 기다림 끝에 만나, 아픔과 고통의 원인을 서로에게서 찾는다. 과거와 현실을 연결하는 고리는 꿈을 통해 여행자의 해설로 해결된다. 무용수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게끔 보이도록 무수한 잔 동작 스며들고 프로이트 심리학이 침투된다. 과도한 욕망과 황당한 무지는 주변을 늘 주변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 냉엄한 현실이 늘 기다리고 있다.

2장: 작가의 방, 마감을 앞둔 여주인공이 심청에 몰입하는 과정으로 혼란과 갈등이 가중된다. 고전과 현대가 조우한다. 작가는 마법을 행하듯, 심청을 불러내 그녀의 불행을 피할 가상공간을 만들어 낸다. 심청은 효성은 허구였고, 실상은 진실로 살고 싶었다고 토로한다. “왜 내가 죽어야 하는 건가요?” 심리적 부검은 무능한 심 봉사가 범인임을 밝힌다. 기존의 자발적 투신과 다른 상황을 설명을 담당한 영상과 음악이 다급한 상황들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준다.

3장: 수선화, 작가의 남편은 현실을 도외시한 이기적 위선자로서 아내를 죽음에까지 내몬다. 심청과 작가에게 수선화에 얽힌 사연이 연결된다. 서재 창밖으로 투신하려는 작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려는 심청이 오버랩 된다. 작가의 현실적 갈등과 고통이 심청에게 죽음으로 치닫게 하는 원인으로 제공되면서 코러스, 심청, 작가의 움직임은 과격하고 빨라진다. 끝없는 질주가 상징하는 죽음 앞에 또 다른 가상인물인 코러스가 등장하여 작가와 심청을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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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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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4장: 신(新)청 랩소디, 오늘날 청의 존재와 행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작가가 사유한 인당수, 서재는 해체되고 사의 찬미적 공간은 고층옥상, 지하철, 기차역 등으로 확장된다. 인간미는 실종되고 죽음을 찬미하는 움직임이 심청과 작가에게로 전이된다. 코러스의 동작은 죽음으로 치닫고 치열하고 혼란스럽다. 곳곳에서 열등의식이 분출되고 군무는 장관을 이룬다. 작가는 이성적 현실에서 거부한 불편한 진실들과 무의식적 공간을 창조하고 초월적 사유를 경험한다.

5장: 사선(死線)의 아리아, 작가는 과거로, 심청은 현실의 서재에 존재한다. 과거를 복제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본 결과, 심청을 살려내어야 오늘날 우리를 살리는 길이 된다. 이곳을 벗어나려는 작가, 그녀는 죽어야 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육체 이탈을 꿈꾼다. 작가의 흔적은 책으로 남는다. 영혼이 그림자가 되고, 발자국이 되어 남는다. 무의식의 공간은 통곡의 벽처럼 완강하게 뚫리지 않는 벽이다. 작가는 그 벽에 기대어 소원하지만 부딪치고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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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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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만 안무의 '新청 랩소디'.

극을 흥미롭게 하는 코러스는 작가의 사유 속에 존재하는 의식과 무의식의 창조물, 작가 ·심청 · 심 봉사 · 작가의 남편 마음을 전달하는 자, 시공간을 초월하며 작가의 가상공간을 창조해 가는 자, 배우로서 존재하며 관찰자, 배우 · 소리 · 춤 · 연주를 하는 다중 역할을 한다. 여행자는 깨우침이나 회개를 받고 열반이나 초월적 구원의 공간에 존재하는 가상 인물로서 어딘가를 향해 가며, 극 진행의 전부를 지켜보며 무관여 하면서도 중재와 심판이 이루어지게 한다.

여행자는 초월적이며 모든 것을 수용하며 인간의 사유의 한계, 그 언저리에 존재하며 인간이 가지는 희망, 소원, 갈망의 표상이다. 작가의 육체는 현실이지만 정신은 심청이다. 작가의 옷을 입은 심청은 작가가 과거의 심청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작가는 고독과 외로움, 죽음의 사선에 있으면서 사랑이 실종될 때는 죽음이나 다름없다. 남편에 대한 사랑의 실종은 정신적 죽음이며, 육체마저 죽고자 하는 작가를 심청은 작가의 옷을 입음으로써 내면을 살린다.

여행자는 ‘인간 사유의 밖을 걷는다. 작가 또한 여행자의 길에 다다른다. 인간의 사유 저편에 있는 초월적 공간’을 향해 나아 간다. 정길만(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 훈련장, 무용학 박사)은 명멸하는 수많은 스타 안무가들 가운데 진실로 춤만을 생각하며 춤추며 사유하는 이 시대의 진솔한 무용가이다. 그의 독창적 안무작들은 언제나 철학적 과제를 남긴다. <新청 랩소디>는 기교적 우위를 보이며 일상의 소중함에서 사랑의 가치를 일깨운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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