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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푸틴, 종신 대통령 가능케 하는 헌법개정 일사천리…현대판 ‘차르’ 현실화

김경수 기자

기사입력 : 2020-03-2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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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을 통해 현대판 ‘차르’인 종신집권의 길을 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러시아 정치정세가 다시 한번 세상을 경악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금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에 퇴임할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게 됐다. 올해 1월부터 갑자기 시작된 헌법개정 움직임은 결국 푸틴을 현대판 ‘차르’인 종신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줬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그 길을 갈지 알 수 없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일사천리의 헌법개정 논의를 거치며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푸틴이 적어도 2024년까지 4년간 레임덕(퇴임 시기가 정해져 영향력이 약해지는 정치인)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푸틴은 지난 1월15일 의회 연설(시정 연설)에서 의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개정을 제안했다. 많은 이들에게는 뜬금없는 제안으로 왜 지금 헌법개정인가, 푸틴은 2024년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니까 대통령을 그만두더라도 다른 자리에 앉아 섭정을 펴려 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억측과 논란이 일었다.

그 사이 개정안 마련은 착착 진척됐다. 의회는 곧바로 심의에 들어가 가장 주목받는 대통령 임기를 정하는 조항은 최장 2기 12년으로 제한하는 안이 정해졌다. 1993년 시행된 현행 헌법에는 대통령의 임기는 연속 2기까지로 규정돼 있어, 연속하지만 않으면 결국 간격을 두고 3기 이상도 가능하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연속’이란 문자가 삭제됐다. 이렇게 되면 연속을 하든 말든 12년 이상은 대통령으로 남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며서 푸틴의 2024년 퇴임은 확실해졌다고 생각됐다.

푸틴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2기 연속 대통령을 지낸 뒤(당시 1기 4년) 헌법을 준수해 일단 대통령직을 물러나 총리가 됐고, 자신의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후임 대통령에 취임했다. 메드베데프는 1기 4년 만에 퇴진했으나 그의 재임 중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를 1기 6년으로 연장했다. 2012년 푸틴이 다시 등장해 2018년까지 1기 6년을 지냈고 2018년부터 2기에 들어서면서 푸틴의 지금 임기는 2024년 5월에 끝난다.

푸틴의 거취에 대해 그럴듯하게 회자된 설은 그가 국가평의회 의장 등 다른 요직을 맡아 섭정을 할 것이라는 설이었다. 그런데 지난 10일 하원 헌법개정안 심의 제3 독회(최종 독회)에서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인으로 알려진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의원이 연단에 올라 놀라운 제안을 했다. 대통령 임기 제한을 통째로 없애거나, 임기 제한을 남기려면 현직대통령 임기는 개정헌법 제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모두 푸틴의 2024년 이후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심의는 일단 중단되었고 의장의 연락으로 푸틴은 하원으로 득달같이 달려가 헌법재판소의 합헌 심사를 조건으로 하면서도 후자의 안 즉 지금의 대통령인 인물, 즉 자신의 기존 임기는 개정헌법에서는 계산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그럼으로서 푸틴은 2024년 이후에도 최장 12년은 대통령으로 있을 수 있게 됐다. 테레시코바는 당연히 사전에 푸틴 대통령과 면밀하게 협의했을 것이 상상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푸틴은 현재 67세로 2024년부터 2기 12년을 맡게 되면 퇴임은 2036년으로 83세가 된다. 종신 대통령의 길이 열렸다는 시각은 당연하다. 이런 비법이 있었나? 러시아에서도 많은 이들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푸틴은 2024년에 자신이 퇴임한다고 받아들일 만한 발언을 몇 번 반복해 왔다. 그래서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는 바보 취급당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헌법개정안은 신속하게 테레시코바 제안 다음 날 11일에 상하 양원에서 승인되어 곧바로 85개의 연방 구성 행정 주체(한국의 광역‧기초단체 해당)의 의회에 보내져 전 지방의회가 승인했다. 그리고 푸틴이 14일 개정안에 서명하면서 개정안이 공표됐다. 이를 보면 확실히 헌법 제81조 제3항의 개정안에서 대통령의 임기는 2기까지로 하고, 더욱이 헌법개정이 발효된 시점에서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의 임기는 계산에서 제외된다고 되어있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합헌 심사를 거쳐 다음 달 22일 전국 투표에 부쳐지고 투표자 과반수 찬성이면 성립된다. 제안에서 시행까지 4개월여의 전광석화 개헌이 될 가능성이지만, 원래 푸틴 대통령이 1월 개정을 제안했을 때부터 왜 지금 헌법개정인가 하는 기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2024년의 단락과 관계가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있었지만, 2024년 이후의 연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더욱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다수 전문가가 취하고 있는 상식적인 견해를 소개한다.

헌법개정의 주목적은 푸틴이 레임덕(권력 누수)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2024년의 퇴진이 정해져 있으면 그 해가 가까워짐에 따라 푸틴의 측근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또는 유력 기업인 사이에서도 푸틴 이후를 응시한 너저분한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푸틴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일찌감치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푸틴이 연임을 포함한 폭넓은 옵션을 갖고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이상 푸틴을 소홀히 할 수 없게 돼 각 파벌의 제멋대로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푸틴이 2024년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에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는 정말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고 새로운 2기 12년, 즉 2036년까지 대통령 자리에 머무를 것인가. 하지만 테레시코바 제안 이후 푸틴의 종신 대통령은 결정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단정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시각이 실로 많다. 확실히 그렇게 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푸틴은 재출마한다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속내는 그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지만 지금 듣는다고 해도 그 자신이 대답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4년에 러시아가 처한 상황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재출마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 푸틴은 2024년이 꽤 다가올 때까지 남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을 즐길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헌법개정은 대통령의 임기에 관한 조항만 대상이 아니다. 의회의 권한 강화를 가장하게 하는 궁리나, 현재의 국경 유지, 신에 대한 언급, 러시아어의 지위 강화, 동성결혼을 공인하지 않는 것, 대통령 이하 정부 요인이나 의원의 국적상 규제 강화, 최저임금의 충실 등도 포함 시켰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있다. 대통령의 권한 강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1월15일 의회 연설을 영역해 발표했으나 그 가운데 내각 조각과 각료 임명에 관한 대통령 권한의 중요한 일부를 의회에 이양하게 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어 원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 크렘린궁의 영역 텍스트를 읽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취재기자들이 러시아어 원문을 확인하지 않고 영역의 오류를 그대로 받아들여 푸틴은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라고 제안했다고 보도해 버렸다.

14일 발표된 헌법개정안에서는 대통령의 권한 강화는 ‘푸티니즘’의 기둥이었고 그는 그것을 헌법개정으로 한층 뚜렷이 했다. 그가 언제 퇴임한다고 해도 이것이 그의 정치적 레거시(유산)의 하나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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