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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일본의 ‘귀 없는 토끼’ 사건

이정선 기자

기사입력 : 2020-03-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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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풍자한 2020 도쿄올림픽 로고=뉴시스
토끼의 귀가 큰 데에는 이유가 있다. 큰 귀로 미세한 소리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해서다.


토끼는 눈도 밝다. 캄캄한 밤에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토끼를 ‘명시(明視)’라고도 했다. 별다른 방어수단이 없는 토끼는 그 예민한 눈과 귀로 천적을 피하고 있다.

토끼의 귀는 또 다른 용도도 있다. 자동차의 ‘냉각장치’처럼 몸을 식혀주는 기능이다.

토끼가 천적을 만나 전속력으로 도망치다 보면 몸이 달아오른다. 땀을 흘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 몸을 식혀주는 게 토끼의 귀다. ‘열’을 받아서 뜨거워진 피가 큰 귓속을 통과하면서 토끼의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다.

토끼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귀를 바짝 세우고 도망친다. 그렇지만, 귀를 세우면 ‘공기저항’을 아무래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속도가 떨어져서 천적에게 붙잡힐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도 토끼가 귀를 세우고 도망치는 이유는 몸이 ‘과열상태’에 빠져서 아예 뛰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추운 곳에 사는 토끼는 그 ‘냉각장치’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해서 더운 지방 토끼보다 귀가 짧다고 한다. 토끼의 귀는 이렇게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요한 귀를 잃은 토끼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9년 전 동일본대지진 때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는 ‘기형토끼’다. 이를테면 ‘냉각장치 결핍증’에 걸린 토끼가 발견된 것이다.

어떤 네티즌이 그 토끼를 동영상으로 올렸다는 보도였다. “다음은 인간 차례”라는 댓글이 붙기도 했다고 한다. 그 연약한 토끼는 아마도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에 그 토끼가 천적의 뱃속으로 들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천적의 체내에 방사능 물질이 남아 있다가 후손에게 퍼졌을지 모를 일이다.


이 ‘귀 없는 토끼 사건’이 새삼스러워지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학 연구팀이 이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촬영해서 공개했다는 얼마 전 보도 때문이다. 연구팀은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게 확인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해서 방사능 오염물질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그린피스가 도쿄올림픽에 활용될 시설 인근의 방사선량을 조사한 결과, 원전 사고 전 후쿠시마의 평균 방사선량의 1700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린피스는 방사선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위험이 제로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올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 19’ 탓이다.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19’뿐 아니라 방사성 물질로부터도 무관한 올림픽이 되었으면 싶어지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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